동국제강, 숙원사업 브라질 CSP 제철소 매각 ‘결단’
확보한 유동성은 친환경 중장기 전략에 투입
세아베스틸지주, 수소·원자력 사업 등 확대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하반기 이후 세계 경기 침체 등 업황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철강업체들의 전략적 접근법도 바뀌고 있다. 동국제강과 세아베스틸지주는 친환경 신사업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1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브라질 CSP제철소 보유지분(30%)를 글로벌 철강기업인 아르셀로미탈에 8416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CSP제철소는 지난해 7000억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실현했다. 2010년대 철강산업 불황과 브라질 헤알화 가치 폭락으로 매년 손실이 발생해 2조원 규모의 손실이 누적된 끝에 찾아온 흑자전환이었다. 그런데도 1년 만에 매각을 결정한 셈이다.
철강업계에서는 동국제강이 ‘숙원사업’이었던 고로 제철소를 매각한 것을 두고 추가 유동성 위기를 막기 위한 결단으로 해석하고 있다. 2016년 6월 화입으로 본격 가동된 CSP제철소는 고로의 평균 수명이 10~13년 정도임을 감안할 때 5년 뒤인 2027~2029년에 대보수를 진행해야 한다. 현재 고로 1기만 가동 중인 만큼 보수에 들어가면 공장을 모두 중단해야 한다.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올해나 내년 안에 2번째 고로를 새로 건설해야 한다.
문제는 CSP 제철소의 시너지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브라질 현지에서 생산된 슬래브를 국내로 들여오기엔 물류비 부담이 크다. 미주 시장에 직접 판매하기 위해서는 열연, 냉연 등 하공정을 모두 갖추기 위해 대규모 투자가 단행돼야 한다. 그러나 공동투자자인 발레(Vale)와 포스코가 소극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동국제강은 이번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친환경 중장기 전략인 ‘스틸 포 그린(Steel for Green)’을 실현하기 위한 밑바탕으로 삼을 계획이다. ‘Steel for Green’은 ▷친환경 하이퍼 전기로 ▷친환경 컬러강판 및 공정 기술을 통한 화석연료 50% 절감 ▷폐기물 및 배출가스 유해물질 저감 및 관리를 골자로 한다.
친환경 컬러공정(ECCL)은 동국제강의 대표적 기술이다.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석유계 원료인 용제를 사용하지 않는 ‘럭스틸 BM 유니클라스’를 개발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존 공법 대비 80% 이상 줄이는 데 성공했다. 한편 국내 철강업계 최초로 철강 압연 부산물인 ‘밀스케일(Mill Scale)’을 제철·제강원료로 재활용할 수 있는 순환제품으로 개발, 품질 표지 인증을 취득했다.
세아베스틸지주 역시 친환경 신사업 확대를 추진한다. 세아베스틸지주는 최근 기업설명회(IR)를 열고 ‘종합 금속소재 전문 글로벌 기업’으로의 전환을 천명했다.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2.5% 감소하고 하반기 수요 산업 부진으로 시황 악화가 우려되자 신사업을 통해 정면 돌파에 나선 것이다.
특히 신사업 강화를 위해 수소 등 친환경 신사업에 집중한다. 수소 산업 밸류체인 소재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자회사인 세아창원특수강이 수소기업 협의체에 가입했으며 수소 산업에 사용되는 밸브, 파스너, 강관 등의 제품 생산에 나선다. 세아창원특수강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와의 협약을 통해 수입산 항공기용 소재의 국산화에도 착수했다.
세아베스틸은 지난 2019년 사용 후 핵연료 건식저장 사업을 시작해 수주한 17기의 사용후 핵연료 운반 저장용기 중 3기를 납품했다. 세아베스틸은 향후 전 세계 550조원 규모의 원전 해체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또한 세아베스틸지주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8년 대비 23% 감축하고 질소 산화물 배출총량은 20% 감축하기로 했다. 아울러 국내외 친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자원 순환 생태계를 구축해 2030년 재활용률 90%를 달성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