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31) 씨와 공범이자 내연남으로 지목되는 조현수(30) 씨가 이 씨 남편인 피해자 윤모(사망 당시 39세) 씨의 눈을 피해 불륜 관계를 이어왔음을 짐작하게 하는 증언이 나왔다.
11일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이규훈) 심리로 살인 및 살인미수,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미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 씨와 조 씨의 6차 공판이 이뤄졌다.
이날 재판에는 조 씨의 지인 A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A 씨는 2019년 2월 강원 양양군 펜션에서 이 씨와 조 씨가 윤 씨에게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여 살해하려고 한 것으로 알려졌던 당일 함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이 씨와 윤 씨가 법적으로 혼인신고를 한 부부 관계라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며 "그때 개인적으로 이 씨와 조 씨의 관계를 어느 정도 추측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 씨가 자신이 만나는 사람이라며 윤 씨를 처음 소개해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검찰이 '복어독 살인미수' 정황이 담긴 이 씨와 조 씨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이자 A 씨는 "당시에는 이런 일이 있는 줄 꿈에도 몰랐다"며 "지금 메시지를 보고도 상상이 안 돼 말이 안 나온다"고 토로했다.
이어 "2박3일간 3차례에 걸쳐 인근 수산시장에서 회와 매운탕거리 등을 사와 펜션에서 요리해 먹었다"며 "당시 매운탕 조리는 매번 이 씨와 조 씨가 전담했다. 다른 여성 지인 1명이 보조하는 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횟감이나 매운탕으로 쓰인 생선 종류에 대해선 따로 묻지 않았고, 광어나 우럭일 것이라고 봐 그냥 넘겼다"며 "마지막 날 이 씨와 조 씨만 매운탕을 먹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A 씨 진술에 따르면 사건 당일 이 씨와 조 씨, 피해자 윤 씨, 지인 2명 등 6명이 양양에서 만나 식사를 했다. 이어 수산시장에서 산 안주로 펜션에서 새벽 내내 술을 마셨다.
이들은 다음 날 펜션에서 1박을 더하기로 하고, 수산물 시장에서 2차례에 걸쳐 사온 재료들로 패션에서 이른 오전까지 식사와 술자리를 했다. 윤 씨는 이 과정에서 아침 출근을 위해 마지막 날 새벽에 홀로 펜션에서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펜션에 방이 하나였는데 윤 씨가 나간 뒤 갑자기 이 씨가 조 씨와 할 이야기가 있다며 방 안으로 함께 들어갔다"며 "당시 조 씨에게도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이 씨와 조 씨가 성관계를 하는 게 보기 좋지는 않았지만 따로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후 A 씨 등은 펜션에서 퇴실해 윤 씨 회사가 있는 경기 수원시로 이동했고, A 씨를 태워 경기 용인시의 낚시터로 이동해 또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지인들 사이에서 '이 씨가 윤 씨를 죽였다'는 이야기가 돌았다"거나 "또 다른 지인으로부터 '돈 많은 남편을 둔 와이프가 생명보험을 들어놓고 조직적으로 보험사기를 쳤다'고 말한 것을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이 씨와 조 씨의 다음 공판은 12일 오후 2시30분 같은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현재 이 씨 등은 지난 2019년 6월30일 오후 8시24분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수영을 못하는 이 씨의 남편 윤 씨에게 다이빙을 강요해 물에 빠져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다만 이와 관련해 이 씨 측 변호인은 사건 약 7개월 전인 2018년 12월18일 윤 씨가 이 씨와 함께 베트남 나트랑으로 휴가를 가서 찍은 사진을 제시하며 "윤 씨는 수영이 가능한 사람"이라고 주장키도 했다.
이 씨와 조 씨는 같은 해 2월 강원 양양군 펜션에서 윤 씨에게 독이 든 복어 정소와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3개월 뒤인 5월 경기 용인시 소재의 한 낚시터에서 윤 씨를 빠뜨려 살해하려고 한 혐의 등도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보험금 8억원을 노려 범행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씨와 조 씨는 검찰의 2차 조사를 앞둔 지난해 12월14일께 잠적한 후 4개월 만인 지난 4월16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3호선 삼송역 인근 오피스텔에서 경찰에 검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