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단식 일기(서박하 지음,휴머니스트)=고물가에 소비패턴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배달비 5000원을 아끼기 위해 ‘공동구매’를 하는가하면 도시락 싸기, 커피전문점 찾지 않기 등 ‘무지출·무소비’챌린지도 확산하고 있다. 육아와 박사과정을 병행하먀, 구직활동에 치여 불안장애를 안게 된 저자는 스트레스 해소용 충동구매로 1600만 원이란 빚까지 지게 되면서 더 이상은 안되겠다는 생각에 1년간 무소비에 도전한다. 도전 첫째날 앱으로 구매한 강의를 환불하고 둘째날엔 어린이집 새 선생님에게 케이크와 커피로 6만원을 지출한 뒤 이내 후회하는가하면 셋째날엔 휴대폰 요금제를 저렴한 것으로 바꾸고, 마들렌도 집에서 만들어 먹는다. 1원도 지출하지 않는 ‘무지출데이’도 실천한다.한 달 동안 돈을 쓰지 않고 지낸 어느날, 머릿 속 중 어딘가가 뚝 끊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요요 현상이 나타나 죄책감없이 돈을 쓰는 나날이 다시 이어졌다. 다시 스트레스가 쌓여 심장이 두근거리고 불안에 휩싸이는 병도 도지게 된다. 우선 치료에 집중한 그는 극단적인 방식 대신 현실적인 소비단식으로 바꾸기로 한다. 쇼핑 이외 스트레스를 풀 방법도 찾았다. 또한 1달에 한번 물건을 사는 치팅제도를 도입했다. 책은 소비단식을 이어갈 수 있는 현실적인 팁과 함께 무소비를 통해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등 고물가 시대를 현명하게 헤쳐나가는 솔직 미니멀 라이프를 담았다.

▶나에게 새로운 언어가 생겼습니다(임은주 외 지음, 글을낳는집)=장애여성 일곱 명이 자신이 겪은 일을 기록한 에세이집. 발달장애, 뇌병변 장애, 왜소증 장애 등 서른부터 예순까지 저마다 다른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여성들이 쓴 글이다. ‘광주장애인가정상담소’등에서 기획, 6개월 간의 ‘장애 여성의 자기 역사 쓰기’ 수업의 결과물로 한국 사회에서 장애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보여준다. “뭣하냐? 병신다리 누가 보믄 어쩔라고 그려. 방으로 안 들어갈래?”라는 모진 말을 들으며 존재를 부정 당하고, “나도 밖에 나가고 싶다고 학교에 가고 싶다”는 바램은 무시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처럼 사랑한 사람을 만나도 쉽사리 마음을 열지 못한다.“장애가 있는 여자와 결혼하면 끝까지 잘 산다는 보장이 없다”“장애가 있는데 자식을 낳으면 자식 인생은 어떡하냐”는 반응이 돌아온다. 휠체어를 탄 모습이 유족에게 민폐가 될까봐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장례식장 앞에서 주저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현실에 굴하지 않고 더 나아가기로 선택한다. 자신의 삶을 찾아 집을 벗어나 시설로 향하고 학교에 등록하고 기술을 배워 일을 하고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린다. 남들처럼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불행한 결혼생활을 끝내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배워 자신을 표현해나가기 시작한다. 몸으로 쓴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하다.

▶묘사하는 마음(김혜리 지음, 마음산책)=영화와 그림, 대상화된 것들의 이면과 그림자를 고요히 사유할 줄 아는 김혜리의 영화평론집. 대체로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보고 깨닫지 못하는 것들의 의미를 알아채는 눈 밝은 그는 이를 묘사할 때에도 깊고 맑은 문장을 구사해 읽는 즐거움을 준다. 씨네21에 2017~2020년 연재했던 글과 이전에 쓴 ‘틸타 스윈튼’ 배우론 외 몇 편의 예세이를 더해 엮은 책은 벨러 터르의 ‘토리노의 말’ 같은 예술영화에서 ‘어벤저스’ 시리즈 같은 블록버스터까지 다양한 쟁르를 망라한다. 그의 영화읽기는 특히 영화적 서사와 형식이 맞물려 작동하는 비밀을 드러내는 데 탁월하다. 유사한 스토리가 작가에 따라 다른 미학을 만들어내는 지점이다. 가령 박찬욱의 ‘스토커’를 유사한 스토리의 히치콕의 ‘의혹의 그림자’와 비교, ‘스토커’의 특징과 보편성을 읽어내는가하면, 권력자들을 왜소하게 보여주는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광각렌즈 활용과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데이비드 라워리의 화면 비율 등을 통해 시각매체의 특성이 어떻게 눈과 감성에 작용하는지 보여준다. 또 하나의 영화적 시간을 경험하게 하는 걸작으로 ‘덩케르크’ 읽기도 눈길을 끈다. 감독이 젠더, 인종, 국적 등 영화 속 인물의 정체성을 다루는 방식도 들여다보는데 영화 또한 현실을 재현하는 예술이라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영화에 대한 해석을 묘사라는 길을 걷다보면 보면 예기치 못하게 마주치는 전망 좋은 언덕에 비유하는데, OTT시대 쏟아져 나오는 영상들을 제대로 감상하는 지침서 역할을 한다.

이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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