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4사 상반기 영업이익 12조↑

전년 동기 대비 200~400% 증가

“수요 위축·마진 축소·유가 하락 악재”

[비즈360] 유가·마진 급락에 정유사들 “하반기 실적악화 겁나네”
서울의 한 주유소의 유가정보. [연합]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국내 정유4사가 올해 2분기에 모두 영업이익을 1조원 이상 거둬들이는 호실적을 냈다. 이에 따라 상반기 누계 영업이익만 12조원을 넘어서게 됐다. 그러나 정유사들은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이 급격히 떨어지는 데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 등으로 당장 3분기부터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2분기 영업이익은 ▷SK이노베이션 2조3292억원 ▷에쓰오일 1조7220억원 ▷GS칼텍스 2조1321억원 ▷현대오일뱅크 1조3703억원이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는 처음으로 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2조원을 넘어섰고, 현대오일뱅크도 이번 분기에 영업이익 1조원을 넘겼다.

이는 공통적으로 국제유가 및 정제마진 상승과 그에 따른 재고 이익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0~400%씩 확대됐다. GS칼텍스의 경우 전년 동기 영업이익 3792억원 대비 이번 분기에 영업이익이 462% 증가했다. SK이노베이션은 418%, 현대오일뱅크 415%, 에쓰오일은 202% 씩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늘어났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당장 3분기부터 실적이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배럴 당 91.93달러를 기록하는 등 국제유가가 90달러 대를 횡보하고 있다. 배럴 당 120달러 이상이었던 지난 3월 8일과 비교하면 다섯달 사이 30달러 가까이 급락했다. 국제 유가 하락에 따라 영업이익 중 재고평가이익도 동반 하락해 다음 분기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다.

정제마진 역시 빠른 속도로 떨어졌다. 8월 첫째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6.6달러로 집계됐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운영 비용과 유가 등 원자재 비용을 뺀 수치로 통상 3~4달러가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졌다.

전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에 따라 정제설비가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리오프닝(경기재개)가 겹치면서 정제마진은 신기록을 갱신하며 지난 6월 넷째주 배럴당 29.5달러까지 치솟았다. 최고가를 기록한지 불과 한달 만인 지난달 셋째주 3.3달러로 고꾸라지며 변동성이 큰 상황이다.

더구나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원유 공식판매가격(OSP)은 오르고 있다. OSP는 실제로 판매되는 원유 가격과 기준 유종과의 가격 차로 일종의 프리미엄이다. 아람코는 6월 4.4달러, 7월 6.5달러, 이달 9.3달러에 최근 9월 아시아향 OSP를 9.8달러로 결정했다. 이는 아시아향 OSP 최고가다. OSP가 정제마진을 앞선 데다 당분간 수익이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도 있다. 국내 원유 중 60% 가량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서 들여온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계절적·지정학적 요인에 따라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며 “수요 위축, 마진 축소, 유가 하락 삼대 악재가 터지고 있어 이에 따라 정유 부문의 수익성이 판가름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즈360] 유가·마진 급락에 정유사들 “하반기 실적악화 겁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