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번째 시즌 ‘아이다’ 서재민·지새롬

지옥같은 오디션·지독한 연습현장 ‘앙상블’

오차 없는 칼군무·빈틈없는 하모니로 감동

‘아이다’ 통해 사내연애 시작 ‘갓상블 부부’로

서재민의 은퇴공연·부부 ‘마지막 무대’

서 “뮤지컬 배우, 인생에 멋지고 빛난 순간”

지 “작은 배역이라도 빛나는 배우 되고 싶어”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뮤지컬 ‘아이다’지새롬(왼쪽) 서재민 부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뮤지컬 ‘아이다’지새롬(왼쪽) 서재민 부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무대의 배경은 저 먼 옛날 이집트의 어느 땅. 그럴 듯한 장치 없는 무대 위로 배우들이 자리한다. 누더기 노예 복장의 배우들은 그들 스스로 배경이 되고, 소품이 되고, 세트가 된다.

“무대 위에선 아무 이유 없이 서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어요. 이들이 하는 행동, 시선, 몸짓에 모두 이유가 있어요.”(지새롬)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무언가를 마주했을 때, ‘갓(God)’이라는 단어를 붙인다. 그렇게 붙은 별칭은 ‘갓상블(God+Ensemble의 합성어)’. 앙상블 배우들의 몸짓과 시선, 화음이 만나 드라마는 단단해진다. 앙상블은 무대 위를 수놓은 아름다운 별이자, 또 다른 주인공이다.

‘아이다’(8월 7일까지·블루스퀘어)와 함께 한지 9년. 지새롬은 스물 다섯 살이던 2012년에 ‘아이다’를 처음 만나 어느덧 서른넷이 됐다. ‘아이다’를 통해 든든한 동반자도 만났다. 2019년부터 작품을 함께 한 배우 서재민이다. 두 사람은 ‘아이다’로 사내연애를 시작해 부부가 됐다. 일의 성취 역시 뛰어났다. 이들이 함께 한 다섯 번째 시즌은 초연에 이어 두 번째 앙상블상(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을 받았다. 부부로서 함께 하는 ‘마지막 무대’에 오르고 있는 ‘갓상블 부부’ 서재민 지새롬을 최근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만났다.

올해로 여섯 번째 시즌을 맞는 ‘아이다’는 주세페 베르디의 동명의 오페라를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디즈니가 닻을 올렸고, ‘팝의 전설’ 엘튼존이 참여해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한국에선 최근 100만 관객을 동원, 밀리언셀러 작품이 됐다.

스무 명의 ‘앙상블 배우’들은 ‘아이다’를 특별하게 만드는 큰 힘이다. “지옥같은 오디션”(서재민)을 거쳐 합격한 배우들만이 설 수 있는 무대는 섬세한 몸짓, 완벽한 군무, 아름다운 조화로 ‘아이다’에 짙은 감동을 새긴다.

‘아이다’의 앙상블 오디션엔 수천 명이 지원한다. 오디션은 잔혹했다. “6일간의 오디션을 보는데, 좀 힘든 게 아니더라고요. (웃음) 하루하루 지날수록 참가자들이 탈락하며 인원이 줄었어요. 남아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면서도 무섭더라고요.” (서재민)

시즌마다 치열한 과정을 통해 배우를 선발한다. “배우들의 기량이 똑같이 유지되진 않으니 매시즌 모든 배우가 오디션을 거쳐요. ‘아이다’ 무대에 서려면 배우의 체력도 어느 정도 올라와야 하고, 실력도 도태되지 않아야 해요.”(지새롬) 지새롬은 2012년부터 매시즌 오디션을 봐 앙상블이자 네헤브카 역할로 함께 하고 있다.

배우들조차 혀를 내두르는 오디션 이후엔 지독한 연습현장이 기다리고 있다. 공연 시작 전까지 6주간 매일 7~8시간의 연습시간을 거친다. “배우들끼린 우스갯소리로 ‘노장파워’라는 말을 많이 해요.” (지새롬) ‘노력의 결과’는 무대의 완성도로 이어진다. 앙상블의 무대는 ‘오차 없는 칼군무’와 ‘빈틈없는 하모니’로 꽉 채워진다. “공연 중인 지금도 군무가 흐트러지면 연습을 하고 있어요.” (서재민)

‘아이다’ 속 앙상블 배우들은 “주인공들의 행동과 스토리에 이유를 더하고 설명을 해주는 매개체”(지새롬)다. “무대를 전환하고, 분위기를 조성해줘요. 앙상블이 장면 장면마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살아 숨 쉴 수 밖에 없도록 구성이 돼있어요.” (지새롬) “특히 단조롭고 화려하지 않은 무대에서 앙상블 배우들의 움직임이 하나의 이야기가 돼요. 그렇기에 모든 움직임에 배우들 각자의 고민과 생각을 더해 이유를 만들어요.”(서재민) 흔히 앙상블 배우들은 “주인공을 돋보이도록 도와주는 역할”이지만, 이 작품에서 연출진은 “앙상블도 솔로처럼 하라고 주문”한다.

“음악감독님은 ‘너희가 솔로처럼 나와봐’. ‘뒤로 숨지 말고 앞에서 더 뽐내라’고 이야기해주세요. 그런 점이 다른 뮤지컬과는 확실히 다른 점이에요.” (서재민, 지새롬)

지새롬이 연기하는 네헤브카는 ‘아이다’의 신스틸러다. 네헤브카는 이집트의 침략으로 노예가 된 누비아 공주 아이다의 절친한 친구이자, 그의 변화를 이끄는 인물이다. 네헤브카라는 존재를 통해 ‘아이다’는 스토리 전환의 계기를 맞는다.

“네헤브카를 처음 연기한 9년 전과 지금의 전 정말 달라요. 그런 만큼 접근방식이나 표현방식도 달라진 것 같아요. 그 땐 너무 어려 여유가 없었어요. 대신 그만큼의 애처로움과 간절함이 있었죠. 지금의 전 조금은 단단해지고 배우로의 강단도 생겼어요.” 그 변화가 연기로도 이어져 설득력을 더한다.

이번 ‘아이다’ 무대는 서재민의 ‘졸업 공연’이다. 부부 배우가 한 무대에 서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다.

발레리노였던 서재민은 ‘살리에르’로 데뷔해 뮤지컬 배우로 인생 2막을 보냈다. 이제 가업을 이어받아 인생 3막을 시작한다. ‘아이다’가 그에겐 은퇴 무대인 셈이다.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지난 시간 뮤지컬 배우 서재민의 무대는 “끝없는 도전”이었다. 모두가 선망하는 국립발레단 단원에서 새로운 길로 접어들고, “매번 다른 성격의 역할”로 관객 앞에 섰다. “뮤지컬 배우로 지낸 시간은 폴라로이드 사진처럼 제 머릿속, 가슴 속에 영원히 기억될 거 같아요. 제 인생에서 가장 멋지고 빛이 났던 순간들이에요. 후련하게 털어버리고, 이젠 새롬이를 밀어주려고요. 새롬이는 뮤지컬 배우로 재능도 있고 충분히 잘 할 수 있는 친구니까요.”(서재민)

2011년 ‘삼총사’로 데뷔한 지새롬은 12년차 배우다. 신인배우 시절엔 “주인공의 꿈”도 꿨다. “무대에 서며 깨달은 것은 사명감”이다. 지새롬은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욕심은 내려놓고, 작은 배역이라도 무대 위에서 내가 잘할 수 있는 역할을 맡아 빛이 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갓상블 부부’에게 ‘아이다’와 함께 한 지난 모든 시간은 특별하다. 서재민은 뮤지컬 배우로의 시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아이다’의 치열한 오디션을 합격했을 때”라고 했다. 이곳에서 소중한 인연도 맺어졌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아이다’는 가족앨범 같은 작품이에요. 늘 곁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꺼내볼 수 있는 사진첩이요. 두고두고 꺼내보고 싶은 작품이고, 모든 순간이 애틋한 기억이에요.” (서재민, 지새롬)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