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아동양육시설 10곳 방문조사 후
복지부 장관·지자체장·교육감에 시정권고
“사생활·종교 자유 침해 및 자립교육 미흡”
코로나로 외출제한…지원프로그램 중단도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아동학대 등으로 가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해 아동양육시설에 입소한 아동들의 인권보호상황이 미흡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지적이 나왔다.
인권위는 보건복지부 장관과 10개 아동양육시설의 관할 지자체장·교육감에게 아동양육시설 보호아동의 기본권 보장과 인권보호·증진을 위한 법령·제도개선, 인권상황 점검 강화 등을 권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앞서 인권위는 서울, 광주, 경기, 충남, 전남, 경북, 제주 등에 위치한 아동양육시설 10곳을 대상으로 2020년 11월, 지난해 3월과 10~11월에 걸쳐 방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아동복지시설 내 학대 및 보호아동 인권침해 관련 진정이 증가함에 따라 아동복지시설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아동양육시설의 인권침해를 점검·예방하기 위해 실시됐다.
아동양육시설은 보호대상아동을 입소시켜 보호, 양육·취업훈련, 자립지원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이다.
그 결과 인권침해가 우려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우선 입소시설 선택권부터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관할지역 내 시설 정원현황 등을 고려해 배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아동의 심리검사나 의견 청취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 채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법인시설에 비해 환경이나 지원프로그램이 열악한 개인시설로 입소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었다.
입소아동의 사생활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문제도 있었다. 방문조사 면접대상 아동 99명 중 34명이 불합리한 생활규칙이 있다고 응답했다. 주요 사례로는 외출제한(6명), 휴대전화 사용제한(3명), 놀이 제한(3명) 등을 꼽았다.
한 시설은 생활규칙이나 재적학교 생활규정을 3회 이상 위반할 경우 해당 아동의 대학진학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거나, 아동의 우편물을 당사자 동의없이 열람·검사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었다.
면접대상 아동 99명 중 31명은 종교행사나 종교학습에 참여할지를 자율적으로 결정하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방문조사 시설 5곳은 면담 아동 50% 이상이 이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고 응답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등 아동권리보호제도를 알고 있는 아동은 99명 중 23명, 제도의 도움을 받은 경험이 있는 아동은 89명 중 7명에 그쳤다. 시설 종사자도 31.1%만이 제도 효과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보호종료 전 자립교육이 미흡한 곳도 있었다. 10곳 중 2곳은 자립지원 전담요원이 없거나 자립준비 프로그램조차 없었다. 면접대상 15세 이상 아동 34명 중 19명은 자립시 사후지도, 주거지원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아동양육시설 입소 아동의 인권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조사됐다. 면접 대상 아동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외출 제한(33명)을 가장 큰 스트레스로 꼽았으며, 마스크 등 방역수칙 준수 불편(18명)을 호소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외출이 일괄 제한되는 경우가 24명이나 됐으며 ▷시설장 또는 종사자 허가 후 가능(22명) ▷종사자와 동행(7명) ▷시간 제한(5명) 등 제약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외부인의 시설 출입이 제한되면서 외부 전문가의 심리·정서지원 프로그램이 중단되고, 일부 시설은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정서적 안정이나 교육상담 등 특별 프로그램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보호아동뿐만 아니라 노인, 노숙인, 장애인 등 사회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을 보호·증진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방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시설 생활인의 인권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실효성 있는 개선이 이뤄지도록 다양한 조치를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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