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북방 이상 폭염…기상대 “옥수수·콩·밀 생산에 악영향”
中 주요 사료 생산社, 사료 가격 인상 통보
돈육價, 3월 말 대비 2배 이상 올라…추가 상승 기대 심리까지
대형 사육·도살·유통社, 가격 상승 기대에 출하 늦춰 급등세 부추겨
中 소비자물가 상승과 곧장 연동…세계 돈육 수입 시장도 영향 불가피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중국 대륙을 엄습한 불볕더위가 세계 최고 돼지고기 소비국 중국에서 발생 중인 ‘피그플레이션(Pigflation·돼지를 뜻하는 단어 ‘pig’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단어 ‘inflation’의 합성어)’ 불길에 기름을 끼얹는 모양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으로 인해 사료용 곡물 국제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중국 내 주요 사료용 곡물 생산지에서 발생한 폭염이 작황에 악영향을 미치며 돼지고기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돼지고기 가격 상승이 최근 최고치 기록을 경신 중인 중국 소비자물가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가격 안정을 위해 중국이 수입 물량을 늘릴 경우 글로벌 돼지고기 시장 가격까지 출렁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폭염에 곡물 생산 ↓…中 사료 생산社 “사료 가격 인상”=13일(현지시간)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중국 중앙기상대는 최근 닝샤후이족(寧夏回族)자치구, 내몽골(內蒙古)자치구, 허베이(河北)성 등 북방 지역 여러 성(省)에 엄습한 이상 고온 현상으로 인해 옥수수, 콩, 밀, 목초지 생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돈 산업에 필수적인 사료의 주원료 콩, 옥수수 등의 생산이 급감함에 따라 돼지고기 가격이 앞으로 더 오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중국 최대 농·축산종합기업인 신희망(新希望) 그룹을 비롯한 대다수의 주요 사료 생산 업체들은 콩지게미와 옥수수, 밀 가격 상승 요인이 뚜렷한 만큼 양돈, 양계, 양어 등에 활용하는 사료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고객들에게 통보했다. 실제 중국 내 사료 가격 인상은 지난주부터 시작됐다고 CNN비즈니스는 전했다.
▶돈육價, 3월 말 대비 2배 이상 ↑=이 같은 추세는 곧바로 돼지고기 가격의 고공행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농업농촌부에 따르면 4~8일 평균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당 30.87위안(약 5978원)으로 전주 대비 17.6%나 상승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는 41.1%나 오른 것이다. 지난 3월 말 평균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당 12.52위안(약 2425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가격이 올랐다.
[중국 농업농촌부 자료]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곡물가격 급등이 돼지고기 가격 급등의 가장 직접적인 요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최근 중국 남부를 강타한 홍수로 양돈 농가들이 타격을 받으면서 돼지 출하가 늦어진 것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
이상 고온에 따른 곡물 수급 악화 전망은 돼지고기 가격 상승 현상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 중이다.
실제로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 탓에 9월 인도분 돼지고기 선물 가격은 하루 만에 8%씩 상승하기도 했다. 대형 사육업체들과 도살·유통 업체들이 출하를 늦추며 급등세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이에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난 4일 업계 관계자를 긴급 소집해 돼지고기를 정상적으로 출하하고, 재고를 쌓아두지 말라 경고하기도 했다.
▶돈육價 상승, CPI 상승 예고편=중국 정부가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돼지고기 가격 상승효과가 단순히 단일 품목에 그치지 않고, 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 돼지고기 가격은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결정하는 주요 품목으로 꼽힌다.
중국은 세계 최대 돼지고기 생산·소비국이다. 1인당 소비량은 지난해 40.1㎏으로 같은 시기 전 세계 평균(10.64㎏) 대비 3배 이상 더 많았다. 사육 중인 돼지 개체 수도 세계 전체 규모의 37%에 이른다.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한다는 소식은 조만간 CPI가 오른다는 것을 예고하는 셈이다.
실제 9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6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5% 상승했다. 이는 2020년 7월(2.7%) 이후 23개월 만에 최고치다.
중국 내 돼지고기 가격 급등 현상은 중국 내부 상황으로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중국에서 돈육 수입이 늘어 국제 돼지고기 가격이 올라가면 그 파급이 전 세계 돼지고기 수입 시장에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체 돼지고기 소비량의 42%를 수입한 한국 역시 중국발(發) 피그플레이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