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법 개정안 시행 입장차

엄격해진 화재 안전성 확인규정에

유기계 “불합리...유예 연장” 호소

‘안전 우려’ 무기계, 불연자재 출시

업계 “무기계로 시장전환 불가피”

KCC의 ‘그라스울 네이처’(왼쪽부터)와 벽산의 미네랄울, 생고뱅이소바코리아의 ‘웨더프루프 블랙’ 등 무기계 단열재 제품들. [각사 제공]
KCC의 ‘그라스울 네이처’(왼쪽부터)와 벽산의 미네랄울, 생고뱅이소바코리아의 ‘웨더프루프 블랙’ 등 무기계 단열재 제품들. [각사 제공]

단열재 시장의 대형 지각변동이 예고된 가운데 무기계 단열재업계와 유기계 업계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유기계 측은 무기계 단열재만 시험이 면제되는 현 건축법 시행령은 불합리하고, 제도를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 유예기간의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 이에 무기계는 불연성을 확인받은 자재들이라며 유예기간을 연장하면 안전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 맞서고 있다.

갈등의 도화선은 건축물 마감재료로 복합자재를 사용할 경우 심재(心材)도 별도의 시험을 거쳐 화재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의 건축법 개정안이다. 국토교통부는 샌드위치패널과 복합 외벽마감재 등에 대해 실제 화재환경과 유사한 시험방식을 도입, 화재 안전성을 평가하도록 하는 내용의 시행령을 내놨다. 이 법령은 1년의 유예기간 끝에 지난해 12월 시행됐으나 하위법령과 세부지침 조율로 인해 시행 5개월여가 지난 후부터 본격 도입됐다.

문제는 1년의 유예기간에도 불구하고 시험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외벽단열용 실대형 화재성능시험(KS F 8414)이나 샌드위치패널용 실물모형실험(KS F 13784-1)을 소화할 수 있는 기관은 국내에 건설연구원과 한국건설생활시험연구원(KCL) 두 곳 뿐. 설비가 부족해 시험 대기시간만 1년 이상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이에 따라 유기계 단열재업체들은 유예기간을 더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기계 단열재업체들은 이를 반대한다. 시험인프라 부족을 이유로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화재에 취약한 단열재가 시장에 계속 공급되는 것을 방치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건축법 개정의 취지도 화재 저항성이 낮은 자재들이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샌드위치패널은 단열성, 시공성이 좋고 가격이 저렴해 물류센터나 공장에 많이 쓰였다.

하지만 화재 시 유독가스 발생 등으로 피해를 키울 우려가 컸다. 주로 폴리스틸렌(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 등 화재에 취약한 유기계 심재를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2008년 이천 물류냉동창고 화재나 지난해 4월 이천 물류센터 화재, 용인 물류센터 화재 등도 샌드위치패널이 피해를 키운 경우다.

무기계 단열재업체들은 시험인프라 부족은 민간기관과 유기적으로 연계해 시험설비를 늘려가는 등의 방식으로 풀어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유기계와 무기계 간 입장 차이가 이처럼 큰 것은 시험 예외조항의 영향이 있다. 건축자재 등 품질인정 및 관리기준 제24조 3항은 무기계 단열재인 글라스울과 미네랄울의 경우 연소성능시험을 실시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기계업계는 이 역시 차별조항이라 주장하고 있다. 안전이 중요하다면 무기계 자재도 시험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무기계업체들은 지난해까지는 글라스울이 준불연에 그쳤지만 올해 초 불연성을 인정받은 신제품이 나온 만큼 해당 조항이 문제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양측 입장차가 큰 가운데 건축 단열재 시장은 격변이 예고되고 있다. 유기계에서 무기계로의 전환을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에는 유기계 단열재를 써왔던 중소기업 중에서도 발빠르게 무기계를 도입하는 곳들이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무기계 단열재는 유기계보다 화재 저항성이 뛰어나 유럽에서는 무기계가 단열재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기계 단열재가 80%를 차지하는 것과 대조적”이라 전했다. 도현정 기자


kate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