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가입을 향해 재생에너지 확보 전략을 마련하고 있지만 낮은 효율성과 비용 부담이 최대 난관으로 꼽힌다.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 자체가 적은 데다 아직 경제성이 크지 않아 기업 고충은 커지고 있다. 재생에너지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업들만 발버둥치는 것이 아니라 가격현실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최근 개최된 한국풍력산업협회 심포지엄에서 만난 한 화학기업 관계자는 “풍력발전은 대규모로 전기를 사용하는 기업으로서는 대량의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는 대안이지만 여전히 비용이 부담이 된다”고 밝혔다. 그는 탄소배출권 구 비용을 고려해도 재생에너지가 기존 전력 단가보다 저렴해지는 ‘그리드패리티(Grid Parity)’가 오기까지 20~30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다른 IT기업 한 관계자는 “일부 고객사(발주처)가 제품을 생산할 때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거나 최소한 도입 확대계획이라도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고객사 요구대로 발전량을 맞추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실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단기간에 늘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영국의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엠버의 전력통계에 따르면 2020년 국내 11대 수출기업의 전력사용량은 98TWh(테라와트시)인 반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29TWh에 그쳤다. 전체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19.5TWh)이 삼성전자(26.95TWh)와 SK하이닉스(23.35TWh) 각 기업 전기사용량보다 적은 실정이다.
현재 국내에서 대표적인 재생에너지 전력조달방법 중 하나로 재생에너지 발전업체로부터 직접 전력을 구매하는 전력구매계약(PPA)이 꼽힌다. 해외에서는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 PPA를 통해 재생에너지 전력을 수급하는 경우가 많다. 통상 10~20년 장기 계약해 고정된 가격으로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 역시 데이터센터 사용전력 등을 PPA로 조달해 이미 2017년 RE100을 달성했다. 파운드리 1위 업체 대만 TSMC도 풍력발전과 PPA를 활용해 RE100에 가입했다. TSMC는 2020년 덴마크 풍력기업 오스테드의 920㎿급 해상풍력발전소와 20년간 PPA를 체결했는데 특히 대만 정부가 망 이용료의 90%를 부담한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에 TSMC와 같은 방식의 RE100 달성은 사실상 ‘그림의 떡’이다. 풍력은 태양광에 비해 장기적·안정적 대량의 에너지공급원으로 평가되지만 건설비용이 높은 탓에 발전단가(LCOE)가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여기에 PPA로 재생에너지 구입 시 한국전력공사에 지불해야 하는 송배전망 이용료까지 더해야 한다. 한전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PPA로 전력 조달 시 ㎾h당 구매단가가 태양광은 176원, 풍력은 205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 107원의 1.5~2배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재생에너지시장 활성화를 위해 초기 진입비용을 지원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요한 오스테드 풍력발전팀장은 “많은 국내 기업이 RE100 달성방안을 문의하지만 어디서 충분한 발전량을 확보하고 원가 부담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뚜렷한 방법이 없다”며 “초창기 재생에너지시장이 궤도에 오르기까지 대만의 TSMC 사례와 같이 망 이용료 할인이나 세제 혜택 등 정부에서 지원을 고려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제계도 재생에너지 등 환경 산업을 일으킬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최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을 만나 “최근 주요국의 기후펀드 규모가 2배씩 성장하는 등 글로벌 자산이 탄소중립으로 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기업이 탄소중립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보고 준비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기업의 더 많은 투자와 창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규제 걸림돌 해소를 비롯해 정부의 명확한 정책 시그널과 경제적 보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