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 상반기 도시정비사업 성적표 보니
현대건설 ‘7조 클럽’ 공식화… GS건설 3조 돌파
롯데건설 서울서만 2조 따내며 역대 최고 실적
포스코건설·대우건설·DL이앤씨 ‘1조 클럽’ 달성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주택건설사업의 중심축이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으로 이동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 주요 건설사들이 도시정비사업 분야에서 역대급 수주 실적을 거둔 것으로 파악됐다. 10대 건설사 수주액만 보더라도 지난해의 2배를 훌쩍 넘어섰고 6개월 만에 작년 한 해 실적을 넘어선 업체도 여럿이다.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발주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기준 국내 10대 건설사의 올해 상반기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20조5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조4963억원) 대비 2.1배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한 해 실적(29조1763억원)과 비교해도 3분의 2가 넘는 액수다. 7조원에 육박하는 수주고를 올린 현대건설을 필두로 6개 건설사가 일찌감치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리는 등 대형 건설사들이 전반적으로 호실적을 거뒀다.
현대건설은 상반기에만 누적 수주액 6조9544억원을 달성하며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도시정비사업 부문 ‘7조 클럽’을 공식화했다. 하반기에도 대규모 도시정비사업 입찰에 적극 참여해 올해 목표인 8조원을 넘어 수주액 최고 기록을 경신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5조원대 수주실적으로 현대건설과 양강 구도를 형성했던 GS건설은 반년간 3조2107억원을 수주했다. 작년 상반기(1조892억원)의 3배에 달하는 역대급 실적을 거뒀지만 현대건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1위 자리를 또다시 내줬다.
상반기 도시정비사업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롯데건설의 약진이다. 롯데건설은 누적 수주액 2조7306억원으로 2021년 연간 실적(2조2230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사업장 9곳 중 7곳이 서울권으로 재개발, 재건축, 리모델링 등 다양한 유형에서 총 2조96억원을 따냈다.
포스코건설과 대우건설, DL이앤씨도 각각 1조5558억원, 1조3222억원, 1조2543억원의 누적 수주액을 기록하며 상반기를 마무리했다. 전반적인 발주량 증가에도 작년 상반기와 비슷한 수주액을 기록하며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든 이들 건설사는 하반기 수주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2구역 재개발, 방배동 신동아 재건축 등 수도권의 대규모 사업장이 하반기 중 줄줄이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도시정비사업 분야에서 유독 저조한 성적을 거둬왔던 sk에코플랜트도 올해 상반기에는 8802억원을 수주하며 선전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실적(4263억원)의 두 배가 넘는 액수로 최근 5년간 도시정비사업 실적을 모두 뛰어넘었다.
도시정비사업 시장 복귀 후 ‘알짜’ 사업장에만 입찰하고 있는 삼성물산은 상반기 8172억원을 따냈다. 지난해 연간 실적(9117억원)을 소폭 하회하는 실적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7000억원, 현대엔지니어링은 6170억원을 각각 수주했다. 아직 수주액 1조원을 넘기지 못했으나 하반기 수주에 박차를 가해 조만간 ‘1조 클럽’ 입성 낭보를 전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에는 2·4 대책의 영향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부진했는데 올해에는 도심의 민간 재개발·재건축 수주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공공 발주 증가와 함께 건설사들의 전반적인 주택 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박 위원은 다만 “자재가격이 상승하고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적정 수익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주택을 공급할 유인이 사라지게 된다”며 “공사비 상승으로 인해 주택 공급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정부의 특별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