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내 “강성 지지층 행태 도 넘어” 지적

트럼프 지지자 美의회 점령 사건도 언급

野원로 유인태 “팬덤 영향에 선거 3연패”

이재명 측근 김남국 SNS서 자제 촉구도

“존중하는 마음으로 포용 간곡히 부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 첫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 첫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박혜원 수습기자] 대선·지방선거 패배 수습에 나선 더불어민주당에서 강성 팬덤 지지층에 대한 논쟁이 잇따르고 있다. 이재명 의원의 20·30대 여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 등이 이 의원의 정치적 경쟁자들을 비난하는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핵심이다. 논란이 거세지자 이 의원은 9일 입을 열고 이들에게 자제를 촉구했다.

최근 지역구 사무실에 3m 길이의 비난·조롱성 대자보가 붙은 ‘친문’ 홍영표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소위 말해 강성 지지자들, 팬덤들은 일단은 사실에 기초하지 않고 의도적 좌표찍기를 통해 공격한다. 인신공격 정도가 아니라 협박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2020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배한 뒤 강성 지지층이 의회를 점령했던 사건을 언급하며 “(이런 행태를) 방치하게 되면 미국 의회 점령하듯 간다고 했을 때 우리 민주당이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겠느냐. 당 차원에서 이 문제에 대해 적극 대처할 시기가 왔다”고 강조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 붙은 비난 대자보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 붙은 비난 대자보

야권 원로인 유인태 전 의원도 이날 CBS라디오에서 홍 의원 사무실 대자보 사건을 두고 “민주당이 선거에서 세 번 연거푸 진 것도 저런 강성 팬덤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고 꼬집으며 “누차 얘기해 왔지만 저런 강성 팬덤에 당이 이렇게 휘둘려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팬덤이 없는 사람들은 팬덤을 한편 부러워하지만, 저거에 끌려다녀가지고는 그럼 뭐하러 대의제를 하느냐”며 “강성 팬덤이 있는 게 자산일 수는 있지만 거기에 끌려다녀서는 망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논란이 커지자 국회 등원 후 현안 언급을 자제해온 이재명 의원도 처음으로 입을 열고 지지층에게 자제를 당부했다.

이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사실에 기초한 토론과 비판 설득을 넘어, ‘이재명 지지자’의 이름으로 모욕적 언사, 문자폭탄 같은 억압적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입장이 다르면 존중하고 문제점은 정중하게 합리적으로 지적하며, 자신의 입장을 잘 설명하는 것이 오히려 공감을 확대할 것이다. 모멸감을 주고 의사표현을 억압하면 반감만 더 키운다”고 말했다.

7일 오전 국회 정문 앞 담장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의 첫 출근을 축하하는 화환이 놓여 있다. [연합]
7일 오전 국회 정문 앞 담장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의 첫 출근을 축하하는 화환이 놓여 있다. [연합]

측근인 김남국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서 “홍영표 의원님 사무실에 대자보가 붙었다는 기사를 보면서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며 “이재명 의원을 사랑하고 응원해주시는 많은 지지자께 한없이 감사한 마음뿐이지만, 이것은 올바르지 않은 지지의 표현”이라고 자제를 촉구한 바 있다.

다만 ‘문파’ 불리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팬덤도 문자폭탄을 쏟아냈었다는 점, 강성 지지층이 결국 민주당의 코어(핵심) 지지층일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어느 한 계파의 문제로 몰아가선 안된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강성 팬덤 정치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이원욱 의원은 지난 8일 페이스북에 “혐오발언인 수박과 찢을 부르짖는 정치 훌리건들과는 거리를 둬야 한다”며 이재명 의원과 이낙연 전 대표를 동시 겨냥했다. ‘수박’은 이낙연 전 대표 측을, ‘찢’은 이재명 의원을 각각 비하하는 표현이다.

이 의원은 “미국으로 떠나며 팬클럽과 만나고 연일 메시지를 내는 이낙연 전 대표, 국회 앞 즐비한 화환과 자신을 비판하는 정치인들에게 달려들어 낙인을 찍는 지지자들에게 말 한마디도 하지 않는 이재명 의원”이라고 두 사람을 호명하며 “모두 지지자들과의 비장한 거리두기를 요청드린다”고 했다.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이기도 한 이들에게 상처를 입히는 방식이 아닌, 집권을 위한 노선·전략에 대한 설득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헌기 전 민주당 청년대변인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대구에 가서 ‘탄핵의 강을 함께 건너면 내가 젊은 세대를 데려와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며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비전과 전략을 핵심 지지층에게 제시하고 설득했다”며 “핵심 지지층과 결별해서 이길 수도 없고, 그 핵심 지지층이 중도에 가까운 지지층을 밀어내서 이길 수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지층의 강렬한 에너지에 그저 편승하고 이용만 하려들면 개별 정치인들이야 이익을 얻겠으나 우리 전체는 망가져갈 것”이라면서도 “핵심 지지층을 버리고 집권에 성공할 수 있는 정당은 없다. 중도층을 설득하는 문법이 지지층을 상처 입히는 방식이어야 할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badhone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