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참 감흥 없는 말이 됐다. 그저 그러려니 흘려 듣는다. 좀 과장하면 물과 공기와 같은 존재여서가 아닐까. 꼭 필요하지만, 늘 곁에 있어 소중함을 모르는 존재.
신간 ‘대통령과 한미동맹’의 저자는 한미동맹의 소중함에 방점을 찍는다. 그래서 한미동맹이 안보와 번영의 ‘린치핀’(linchpin,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라고 단언한다. 지금처럼 과소평가되거나 당파적 논쟁거리가 되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30여 년간 정치, 외교안보, 국제 분야를 취재한 현직기자다. 한미동맹을 주제로 박사 학위까지 받았을 정도로 이 분야에 천착했다.
이런 실무와 이론 내공이 책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동맹이론부터 시작해 한미동맹의 구조, 연구 경향, 그리고 70년 가량 지탱해온 한미동맹의 원동력 등을 꼼꼼하게 다뤘다. 특히 저자가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등 여섯 명의 대통령을 직접 취재하거나 인터뷰하면서 분석한 대통령 리더십을 한미동맹과 연계해 조명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
한미동맹의 현실 진단에 그치지 않았다. 북한의 핵 위협, 미·중 전략경쟁, 한국 국내정치 변화라는 세 가지 변수를 통해 한미동맹의 미래까지 조망했다.
저자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에 대단히 비판적이다. 북한과 중국에 지나치게 경도됐고, 자주와 균형을 앞세워 한미동맹을 약화시켰다는 것이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에 “문재인 정부의 굴종적이고 비현실적인 대북정책과 단절하고, 이완된 한미동맹의 결속력을 복원하라”고 주문한다. 이 연장선에서 처칠의 유명한 말을 인용한다. “평화는 강자의 특권이다” 평화는 저절로 찾아오지 않으며, 전쟁이라는 비용을 부담할 능력을 갖춘 국가만 누릴 수 있는 특수한 상태라는 의미다.
윤석열 대통령이 존경하는 인물이 처칠이라는 게 공교롭다.
대통령과 한미동맹 / 정재용 지음 / 바른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