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행정영장제도 도입 검토 시작

공정위 행정조사 사실상 수사나 다름없어

헌법상 영장주의 위배 소지 검토

영장없이 수집물건 증거능력 문제도

사법통제 없는 행정조사 제동 필요성 제기

공정거래위원회. [연합]
공정거래위원회. [연합]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대법원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조사 단계에서도 영장을 발부하도록 하는 ‘행정영장제도’ 도입 검토에 착수했다. 사실상 수사나 다름 없이 이뤄졌던 공정위 조사가 법원의 통제를 받게 될지 주목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최근 영장제도가 없는 공정위와 국세청 등의 행정조사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행정영장제도의 도입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다음달 28일 계약 체결 후 4개월여간 연구가 진행된다.

법원은 이 연구를 통해 현행 행정조사 시 영장 없는 주거지, 회사 출입 및 압수수색 비협조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과 관련한 헌법적 통제 연구를 시행할 계획이다. 조사 불응죄가 영장주의를 규정한 헌법에 어긋나는지 등을 상세히 분석할 예정이다. 행정영장제도 도입 시 구체적인 입법 요건도 조사한다. 다른 나라 입법 사례와 경과 내용도 파악한다.

현행법상 공정거래 사건은 공정위가 먼저 조사를 하고 고발을 하면 그때 검찰이 수사에 나서는 구조다. 사실상 공정위 조사는 수사나 다름 없지만 영장 없이 마구잡이 조사가 이뤄진다는 실무상 문제점에 노출됐다. 공정위 조사를 거부하거나 자료를 은닉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하는 형사처벌 조항까지 별도로 있어 행정조사라지만 사실상 강제 조사로 간주됐다.

법원행정처는 기본적으로 현행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나 국세청이 행정조사를 하면서 영장주의를 우회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고, 영장 없이 수집된 증거가 형사사건에서 증거능력이 있는지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모든 형태의 권력적 대물조사에 법관의 사법심사가 관철되도록 해 헌법상 영장주의가 실질적으로 준수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정웅석 형사소송법학회장은 “행정조사가 조사라는 명목 아래 실제로 광범위하게 이뤄지면서 적법 절차와 사법적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이인석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영장주의가 적용되지 않아 그간 기업의 관련 자료를 대량으로 마구잡이로 가져가는 경우에도 적법 절차로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이 없어 기업의 경영도 저해되고 관련자의 인권 침해 문제가 지속 제기됐다”며 “조사 과정에서 기업이 피해를 입고, 경쟁력이 저하되는 문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형사소송법학회는 지난 1월 ‘권력적 행정조사와 법치국가적 통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전속고발권을 가진 공정위가 사법 통제 없이 조사권을 남발해 증거를 수집할 경우 기업의 방어권이 침해되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dingd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