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 지방선거운동 시작…선심성 공약 쏟아져

서울 및 경기, 선거 시기 집값 상승폭 커져

반면, 6대 광역시, 집값 상승폭 오히려 축소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지자체 선거 때 집값이 빠지는 걸 본 적이 있나요? GTX는 A, B, C, D, E, F까지 이야기하고 있고요. 우리나라 전국 모든 동네에 KTX를 깔릴 것 같이 공약을 합니다. 어마어마한 개발 공약이 쏟아지고 있어요. 그런데 과연 집값이 잡힐까요?”(홍춘욱 EAR리서치 대표)

오는 6월1일 치러지는 제8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과정에서 각종 개발 공약 남발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 19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지자체장 후보별로 각종 개발공약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대통령 선거도 아니고 지방선거에 100조원이 넘는 예산이 필요한 공약을 내놓는 후보도 있다.

지방선거는 과연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까. 후보들이 내놓는 공약이 해당 지역 주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헤럴드경제가 1991년 지방의회가 구성되고, 1995년 첫 번째 민선자치단체장 선거가 있었던 해부터 2018년 제7회 지방선거까지(1995년, 1998년, 2002년, 2006년, 2010년, 2014년, 2018년) 7번의 지방선거 시기 집값 변동률(KB국민은행 통계 기준)을 분석했다.

선거가 있었던 해 서울 및 경기 등 수도권과 6대 광역자치단체의 아파트값 연평균 변동률을 KB국민은행이 통계를 작성한 1986년부터 지난해까지 36년간 해당지역 연평균과 비교했다.

결과는 지역별로 차이가 컸다. 수도권은 지방선거가 있었던 해 아파트값이 실제로 해당 지역 모든 기간의 연평균 변동률 보다 많이 올랐다. 반면, 6대 광역시 등 지방은 오히려 지방선거의 해 집값 변동폭이 평소보다 작았다. 지방에선 집값이 후보들의 공약에 크게 휘둘리지 않았다.

지방선거 집값 효과…수도권은 ‘업’, 지방은 ‘다운’ [부동산360]
19일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본 마포구 일대 아파트. [연합]

세부적으로 서울은 지방선거가 있었던 7년간 연평균 8.5% 뛰었다. 이는 서울의 전체 기간 평균 상승률(6.73%)보다 큰 오름폭이다.

3회 지방선거가 있던 2002년과 3회 지방선가 치러졌던 2006년 연간 20~30%씩 폭등했던 게 평균을 끌어올렸다. 2002년은 올해처럼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가 같이 있었던 시기로 2001년 IMF 외환위기에서 벗어나면서 경제 회복 기대감이 컸다. 희망찬 개발 공약이 많았고 집값이 들썩였다. 2006년에는 서울 기초지자체별로 뉴타운 공약 기대감으로 강남은 물론 강북까지 전역이 폭등했다.

경기도도 비슷했다. 경기도는 KB국민은행이 통계를 작성한 기간이 2004년부터다. 지방선거가 있었던 2006년(28.44%), 2010년(-3.43%), 2014년(2.16%), 2018년(4.81%) 연평균 아파트값 상승폭은 7.74%였던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도에도 온갖 개발 호재가 넘쳐나던 2006년 급등했던 게 지방선거 시기 연평균을 끌어 올렸다. 서울처럼 지방선거 시기 아파트값 오름폭이 2004년부터 2021년까지 18년간 연평균 변동률(4.81%) 보다 높다.

이와 달리 6대광역시 등 전국 기준으론 지방선거의 시기 집값 변동률은 다른 때보다 오히려 더 낮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지방선거가 있었던 7년간 전국 아파트값은 연평균 4.52% 올랐다. 이는 선거가 없었던 시기를 모두 포함한 36년 연평균(5.87%) 보다 낮은 것이다. 선거가 있었던 시기 가운데 평균보다 더 오른 해는 2002년(22.78%)과 2006년(13.75%) 뿐이었다. 특히 최근 3번의 지방선거시기인 2010년(2.53%), 2014년(2.43%), 2018년(3.02%)엔 상당히 안정적인 변동률을 기록했다. 전국 기준으로 보면 지방선거 시기 집값이 많이 오른다는 상식은 틀린 것이다.

지방 6개 광역시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지방선거가 있었던 해 부산 아파트값은 연평균 2.72% 올라 선거가 없었던 시기를 모두 포함한 연평균 변동률(6.13%) 보다 상승폭이 크게 작았다. 2002년(12.95%)과 2010년(16.56%)만 전체 시기 연평균보다 상승폭이 컸다. 가장 최근인 2018년(-2.03%)엔 오히려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대구와 광주도 마찬가지다. 지방선거가 있었던 7개년 연평균 대구는 1.52%, 광주는 1.53% 각각 상승했다. 그런데 이는 전체기간 연평균 상승폭(대구 4.99%, 광주 4.3%)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대구는 2002년(12.95%)과 2014년(8.3%)만, 광주는 2002년(0.8%)과 2018년(5.37%)만 평균 이상의 오름폭을 기록했다.

부산이나 대구, 광주 모두 지방선거가 있었던 해 가운데 5번은 평균보다 낮은 수준의 변동률을 기록했다.

다른 광역지자체인 인천, 대전, 울산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방선거 기간 평균보다 덜 올랐다. 지방선거의 시기 연평균 기준 인천은 3.31%, 대전은 3.54%, 울산은 3.96% 각각 상승했다. 이는 전체 기간 연평균 상승폭(인천 5.76%, 대전 4.77%, 울산 4.79%) 보다 낮은 것이다.

이재국 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지방에서도 지방선거가 있는 달인 6월 전후 공약 효과로 한 두 달 들썩이다가 다시 가라앉는 패턴을 보이는 지역이 꽤 있었다”며 “하지만 연간 기준 장기 집값 흐름을 보면 지방선거 시기 공약 때문에 집값이 들썩이는 현상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집값이 오르는 건 해당시기 경기 상황이나 주택수급 여건 등에 따른 것”이라며 “올해도 하반기 집값이 오른다면 선거 공약 효과라기보다 주택 수급 여건이나 수요자들의 자금 여력, 경기 상황 등에 따른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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