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귀향 이튿날인 11일 오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사저에서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
문재인 전 대통령이 귀향 이튿날인 11일 오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사저에서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저는 해방됐고, 자유인이 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은 스스로 원하는 '잊혀지는 삶'을 살 수 있을까. 13일 귀향 4일째인 문 전 대통령은 현재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에서 '자연인'의 삶을 살기 위해 팔을 걷은 상태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 퇴임 후 전 정부의 비위 의혹 규명을 요구하는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사는 마을에는 문 전 대통령에 반대하는 단체가 밤낮을 불문하고 확성기를 틀고 있다.

‘탈원전 반대’ 시민단체, 文 고발

문재인 전 대통령이 귀향 이튿날인 11일 오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사저에서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과 대화하고 있다. 김정숙 여사, 김태년 의원, 임종석 전 비서실장, 유은혜 전 사회부총리,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등이 보인다. [연합]
문재인 전 대통령이 귀향 이튿날인 11일 오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사저에서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과 대화하고 있다. 김정숙 여사, 김태년 의원, 임종석 전 비서실장, 유은혜 전 사회부총리,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등이 보인다. [연합]

탈원전국정농단 국민고발단·원자력살리기 국민행동 등 시민단체와 2600여명 고발인은 문 전 대통령 퇴임에 맞춰 "문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수사해달라"는 취지의 고발장을 대전지검에 제출했다.

한국수력원자력 노조 지부위원장을 하며 '월성원전 1호기 부패행위'를 신고한 강창호 에너지흥사단장(고발인 대표)은 "(문 전 대통령이)탈원전 정책 실현에 관계 법령 개정, 재정적 뒷받침, 에너지위원회 심의를 거쳐 에너지기본계획 번경 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그런데도 공약 조기 실현을 목표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신규 원전 백지화 등을 강행하기 위해 직권을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대전지검 수사를 받고 이미 기소된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등의 직권남용 등 혐의가 '월성 호기 영구 가동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지'를 묻는 문 전 대통령 질의에서부터 시작한다고도 했다.

앞서 대전지검은 채 전 비서관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에 대한 고소장에 이 '하문' 사실 등을 적시하기도 했다.

최근 논란이 된 문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정수 여사의 이른바 '옷값 의혹'도 시민단체 고발을 받아 지난달 경찰 수사가 개시됐다. 앞서 시민단체 납세자연맹은 청와대 특활비 예산 집행 내역을 공개하라며 행정소송을 내 승소했다. 청와대는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기록 공개를 거부했다. 문 전 대통령 퇴임으로 관련 기록은 대통령지정기록물이 돼 최장 30년 간 비공개된다. 이를 열람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강제 수사만 남은 상황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 초기 특별검사 수사까지 언급된 북한 석탄 밀반입 사건 수사가 개시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文사저 주변 ‘확성기·스피커’ 집회 계속

문재인 전 대통령이 12일 경남 양산시 통도사를 찾아 불자와 대화하며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문재인 전 대통령이 12일 경남 양산시 통도사를 찾아 불자와 대화하며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이런 가운데, 문 전 대통령이 있는 평산마을 주민들은 확성기 소음에 밤낮 구분 없이 시달리고 있다.

문 전 대통령에 반대하는 단체는 문 전 대통령 귀향 3일째인 12일 종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낭독하는 국민교육헌장을 반복하거나 노래를 틀고 문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인터넷 방송을 이어갔다. 이 단체는 사저에서 100여m 떨어진 곳에서 사저 방향으로 확성기, 스피커를 둔 차량 2대를 댄 후 전날 오후 3~4시께부터 인터넷 방송을 시작했다.

그 전날 밤 늦게까지 인터넷 방송을 한 이 단체는 오전 1시께부터는 국민교육헌장을 오전 무렵까지 내보냈다. 낮부터는 다시 마이크를 사용한 인터넷 방송을 개시했다. 간간히 중단됐지만, 이내 집회를 이어가 사실상 20시간 넘게 확성기 집회를 이어갔다.

하지만 확성기·마이크 소리가 집시법 시행령이 정한 소음 기준(주간 65㏈·55㏈) 아래여서 제지할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다. 경찰이 집회를 강제 종료시키지 못하도록 기준 아래로만 소음을 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소음이 기준치 아래여도 주민들은 전날 오후부터 꼬박 하루 동안 시달려야 했다.

이 단체는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도로에서 다음 달 초까지 집회를 이어가겠다고 신고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 확성기 집회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견디다 못한 평산마을 주민들은 경찰에 하다못해 밤만이라도 집회를 멈춰달라는 진정성서, 탄원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안 보이던 너비 7m 가량 ‘가림막’ 등장

12일 오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 사저 내에 가림막(파란선)이 설치돼 있다. [연합]
12일 오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 사저 내에 가림막(파란선)이 설치돼 있다. [연합]

전날 문 전 대통령 사저에는 전날 오후까지 안 보이던 '임시 가림막'이 등장했다. 천 재질로 추정되는 너비 7m 가량의 가림막은 담장 위로 1.5m 정도 올라왔다. 이는 사저 대나무 울타리 뒷편에 설치됐다.

이 위치는 이전까지 언론사 카메라를 통해 문 전 대통령이 고양이를 안고 있거나 측근과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노출된 지점이다. 이제는 밖에서 안이 보이지 않게 됐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이틀 만에 처음으로 SNS 메시지를 올려 근황을 알렸다.

문 전 대통령은 "집 정리가 끝나지 않았고, 개 다섯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의 반려동물들도 아직 안정되지 않았지만 저는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퇴임 전 '임기를 마치면 잊혀진 사람이 되고 싶다'고 거듭 밝힌 문 전 대통령은 SNS에서 근황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0일 임기를 마치고 사저로 온 문 전 대통령은 "여러분 덕분에 마지막까지 행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며 "저는 대통령이 될 때 약속드린 것처럼 오늘 원래 우리가 있었던 시골로 돌아간다"고 했다.

이어 "반려동물을 돌보고 농사를 짓고 가까운 성당도 다니고 길 건너 이웃인 통도사에도 자주 가면서 (조계종 종정)성파 스님께서 주시는 차도 얻어 마실 것"이라며 "마을 주민들과 먹걸리도 한잔하고 시간 나면 책도 보고 음악도 듣겠다. 몸은 얽매일지 모르지만 마음만은, 정신만은 훨훨 자유롭게 날겠다"고 덧붙였다.


yu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