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의 정치사 그리고 尹 정부 5년

노태우 정권 ‘3당합당’으로 ‘여소’ 돌파

DJ·盧·文 진보정부도 여소야대로 출발

일시적 정책 연대…의원빼가기로 우회

김한길에 주목…일부 정계개편론 제기

민주, 8월 당대표 선출때 분열 전망도

윤석열 정부의 출범으로 국회는 약 20년만의 단일 야당 과반수 의석 점유의 여소야대 국면을 맞게 됐다. 대선 승리로 행정권력을 차지한 집권여당인 국민의힘과 과반 의석의 점유로 입법권력을 지배하는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6월 1일엔 지방 자치 권력을 두고 다시 치열한 대결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각각 지방선거를 위한 중앙선거대책본부를 발족하는 국민의힘(위쪽)과 민주당. 이상섭 기자
윤석열 정부의 출범으로 국회는 약 20년만의 단일 야당 과반수 의석 점유의 여소야대 국면을 맞게 됐다. 대선 승리로 행정권력을 차지한 집권여당인 국민의힘과 과반 의석의 점유로 입법권력을 지배하는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6월 1일엔 지방 자치 권력을 두고 다시 치열한 대결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각각 지방선거를 위한 중앙선거대책본부를 발족하는 국민의힘(위쪽)과 민주당. 이상섭 기자

윤석열 정부는 극단적 여소야대(與小野大) 국면에서 출범했다. 지난 1987년 민주화 이후 들어선 과거 정부에서도 여소야대 국면은 적지 않았지만 지금처럼 거대 단일 야당(현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을 훌쩍 넘는 압도적 원내 제 1당인 경우는 흔치 않았다. 앞서 단일 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경우는 국민의 정부 임기 말(2002년 말)~노무현 정부 출범 후 1년(2004년 4월 총선 전)까지 이후 거의 20년만이다.

국민들마저 반으로 쪼개진 정국, ‘허니문’ 기간도 없이 극한 갈등으로 치닫는 현 정국에서 협치와 통합은 쉽지 않아 보이는 게 현실이다. 결국 현 구도에 변화가 없다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오는 2024년 제 22대 총선까지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입법권이 묶인 소수여당으로 보낼 공산이 크다.

과거 소수 집권 여당들은 어떻게 이를 돌파했을까. 일부 야당과 합당을 하거나 ‘의원 빼오기’를 하거나, 정책 연대를 하며 각각 나름의 방식으로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했다. 현재도 정치권 일각에서 ‘정계개편’에 대한 시나리오가 흘러 나온다.

뇌관은 민주당이다.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2024년 총선 공천권을 쥔 당 대표를 뽑는다. 노선·계파갈등이 폭발해 ‘분당(分黨)’ 사태로 치닫을 수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도 심심찮게 들린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여소야대 국면을 어떻게 돌파할까. 민주화 이후 역대 정권의 여소야대 국면 상황을 돌아보며 향후 5년 정국 상황을 예측해봤다.

▶‘헌정사 첫 여소야대’ 노태우, ‘3당 합당’ 인위적 정계개편=지난 1987년 12월 제 13대 대선에서 노태우 대통령이 야권 단일화에 실패한 김영삼(YS), 김대중(DJ) 후보를 누르고 승리를 따냈다. 1988년 2월 노 대통령 취임 시점만 해도 집권여당인 민주정의당(민정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취임 단 2개월 여만에 치러진 제 13대 총선에서 집권당인 민정당은 전체 299석 중 125석(41.8%)을 얻는 데 그치며 헌정사상 첫 ‘여소야대’ 정국이 펼쳐졌다. 민주화 열기 때문이었다. 노 대통령은 각종 현안이 야당의 주도 아래 처리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국회에서는 ‘5공 비리 청문회’가 열려 노태우 대통령과 여당인 민정당을 압박했다. ‘물태우’란 조롱섞인 별명이 붙은 것도 이 즈음이다. 윤석열 정부 역시 이 같은 여소야대 국면에서 반쪽짜리 정부가 될 수도 있다.

당시 노 대통령은 여소야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YS가 이끄는 통일민주당, 김종필(JP) 총재가 이끄는 신민주공화당과의 ‘3당 합당’을 추진했다. 차기 대권을 꿈꾸는 YS와, 보수 성향으로 이전까지 늘 권력의 중심에 있었던 JP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야합’이란 비판 속에서도 인위적 정계개편이 이뤄졌고 결국 1990년 2월 개헌선을 초과하는 216석의 거대 여당 ‘민주자유당(민자당)’이 탄생한다. 이 민자당은 대한민국 보수우파 정당(현 국민의힘)의 뿌리가 된다. 합당 후 ‘한지붕 세가족’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당내 극심한 계파갈등이란 부작용이 있었지만, 노태우 대통령으로서는 정국을 여대야소로 급전환시키고 이후 YS를 통해 민자당 정권 재창출까지 이루게 된다. 다만 현재는 더불어민주당의 단일야당의 과반 체제인 만큼 그대로 대입해 보기에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윤석열 정부의 출범으로 국회는 약 20년만의 단일 야당 과반수 의석 점유의 여소야대 국면을 맞게 됐다. 검찰 수사권의 단계적 축소를 골자로 하는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 통과는 ‘여소야대’의 전초전이었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국민의힘의 반대를 무릅쓰고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검찰청법을 통과시킨 국회 본회의 모습이다. 이상섭 기자
윤석열 정부의 출범으로 국회는 약 20년만의 단일 야당 과반수 의석 점유의 여소야대 국면을 맞게 됐다. 검찰 수사권의 단계적 축소를 골자로 하는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 통과는 ‘여소야대’의 전초전이었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국민의힘의 반대를 무릅쓰고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검찰청법을 통과시킨 국회 본회의 모습이다. 이상섭 기자

▶DJ·盧·文 진보정부, 매 임기 초 ‘여소야대’로 시작=노태우·윤석열 정부를 제외한 김영삼(YS)·이명박(MB)·박근혜 등 국민의힘 계열 보수정권은 모두 ‘여대야소’ 정국에서 임기를 시작했다. YS는 임기 중반이던 1996년 제 15대 총선에서 여당인 신한국당의 과반 확보 실패로 여소야대로 재편됐지만, MB는 출범 직후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대통령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던 임기 말 2012년 19대 총선에서도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던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선전 덕분에 임기 내내 과반 여당을 유지하는 행운을 누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대야소로 시작했으나 임기 후반인 2016년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원내 제 1당을 내주며 여소야대 정국에서 결국 탄핵되고 만다.

윤석열 정부처럼 여소야대 정국에서 임기를 시작한 정부는 오히려 김대중(DJ)·노무현·문재인 등 민주당 계열 진보정부였다. DJ는 대통령 취임 당시 통합민주당과 무소속 의원들을 흡수한 한나라당이 160석대를 확보하는 거대야당이었고, ‘DJP연합’ 공동 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와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은 합쳐도122석에 불과한 소수였다. 하지만 정권을 잡은 여당은 한나라당과 국민신당 소속의 ‘의원 빼오기’를 통해 의석수를 불렸다. 자민련도 보수파 의원 영입을 이어가며 최종적으로 공동여당은 157석에 달하는 의석을 확보해 여대야소를 만들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여소야대 정국 속 임기 시작 1년여 만인 2004년 3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는 대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야권은 ‘탄핵 역풍’을 강하게 맞았고, 바로 다음달 열린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라는 152석 과반의 집권여당이 탄생했다.

문재인 정부도 지난 2017년 5월 여소야대 국면에서 출범했다. 다만 20대 총선은 국민의당이 38석을 깜짝 석권하며 다당제 국회를 만들어낸 선거였다. 국민의당의 이념 지향도 민주당과 가까운 중도진보 성향을 띠던 시절이다. 이에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국민의당을 비롯한 다양한 야당과의 ‘일시적 정책 연대’에 나섰다. 2019년 하반기엔 바른미래당 일부와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등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재명계 대 반(反)이재명계’ 갈등 가능성…민주당發 정계개편 시나리오=역대 정부 사례와 현 정국 상황을 비교해 볼 때 윤석열 정부에서 인위적 정계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은 아직까지 상당히 낮다는 게 중론이다. 무엇보다 새 정부와 윤 대통령의 지지율 및 기대감이 역대 정부 출범 초기 대비 높지 않다. 민주당이 의원들이 국민의힘으로 영입되는 모습도 상상하기 어렵다.

문제는 민주당 내 자체적인 분열 우려다. 당 일각에선 8월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한 ‘분당(分黨)’ 가능성에 대한 우려섞인 전망이 분명 존재한다. ‘처럼회’로 대변되는 강성개혁파와 손을 잡은 ‘신주류’ 이재명계와, 상대적으로 중도 성향에 가까운 ‘구주류’ 친문·친낙(친이낙연)계가 당권을 놓고 극한 갈등을 벌이다가 결국 갈라설 것이란 시나리오다. 차기 당 대표는 2024년 총선 공천권을 쥔다.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공천,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 등에서 잠재된 불만도 적잖다. 만약 민주당이 6·1 지방선거에서 참패하고, 이재명계 일각에서 요구하는 ‘전당대회 룰 변경’까지 현실화할 경우 갈등이 폭발할 수 있다.

다른 한 편에서는 ‘정계개편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김한길 전 인수위 국민통합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정치 멘토라는 점도 ‘정치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달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정계 개편은 누가 인위적으로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무르익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 한 제 3지대 소수당 의원은 최근 10여 명의 의원들과 정계개편 관련 논의 테이블을 만든 것으로 알려져있다.

반면, 정계개편이 어렵다고 보는 쪽에선 민주당이 ‘반(反) 윤석열·한동훈·검찰공화국’ 전선으로 뭉쳐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는 민주당이 지난 대선 때 계파 간 화학적 결합이 상당히 약했음에도 ‘원팀’ 모양새를 만들어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지금도 민주당에선 ‘문재인-이재명 지키기’라는 말이 나온다. 외부의 적이 위협적인 만큼 뭉쳐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배두헌 기자


badhone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