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재건축 청사진 공개에도 한산한 여의도 재건축
기존 신고가보다 3억~4억 올라…거래 지난 10월 이후 없어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여의도 스카이라인 바뀐다는 얘기는 2009년 한강르네상스 때부터 나온 얘기입니다. 지구단위계획이라도 나와야 매수자들의 움직임이 있을 것 같습니다.”(시범아파트 앞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서울시가 여의도 시범아파트와 한양아파트 주민들을 대상으로 주민설명회를 열고 용적률 상향계획 등을 발표했지만 인근 부동산시장은 한산한 분위기다. 매수 문의가 거의 없다는 반응이다. 대출까지 막힌 상황에서 집값이 너무 올랐고, 토지거래허가구역까지 겹치며 거래한파를 벗어날 기미가 안 보인다는 설명이다.
현장에선 지난 3월 대선 이후 반짝 거래가 성사되는 것들이 몇 건 나왔지만 추격 매수세가 붙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시범 아파트 앞 A공인 대표는 “지난 3월에 한 건 거래 성사를 시킨 후 두 달간 쉬고 있다”며 “아파트 대부분의 호가가 기존 신고가보다 3억~4억원 오른 상황에서 매수를 물어오는 전화 자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실제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584가구인 시범아파트는 지난해 10월 전용면적 156.99㎡, 79.24㎡가 신고가 거래된 후 단 한 건도 성사된 거래가 없다. 여의도 일대 재건축사업이 활기를 띨 것이라는 전망에도 매수세가 달아오르지 않는 이유는 과거에도 재건축 기대감만 키워 놓고 현실화되지 않은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여의도 일대 재건축은 2018년 당시 박원순 시장이 통개발 구상을 발표한 이후 지금까지 사실상 보류돼왔다.
여의도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지기 위해서는 인근 주민이 아파트에 관심을 갖고 사고 싶어해야 하는데 그간 재건축이 계속해 무산되는 것을 보고 서울시를 ‘양치기 소년’에 비유하는 주민이 많다”며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두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니 이용만 하는 것은 아닌지 더욱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더불어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여 거래가 힘들다는 반응도 나온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실제 거주하거나 실사용을 해야 해,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사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들어 여의도동(16개 아파트, 8086가구 중)에서 토지거래허가 사례는 15개뿐이다. 올해 여의도동 전체에서 거래된 건수도 1월부터 현재까지 21건에 그친다.
여의도 C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30억짜리 아파트를 대출 없이 사면서 어떤 사람이 언제 재건축될지 모르는 50년 된 아파트에서 실거주하려 하겠냐”며 “여의도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풀리지 않는 한, 매수세가 살아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드물지만 최근 용적률 상향 발표를 틈타 호가를 올리는 경우도 목격된다. 시범아파트 상가 내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28억원에 나와 있던 전용면적 118.12㎡를 주민설명회를 다녀온 뒤 갑자기 29억원 이하로는 안 팔겠다는 집주인의 전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1971년 준공된 시범은 여의도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로 단지 규모가 가장 크다. 서울시는 지상 최고 13층, 1578가구인 현 단지의 용적률을 400% 이하로 끌어올려 여의도 랜드마크 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종 상향을 통해 지상 최고 60층으로 층고를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1975년 지어진 한양(588가구)도 시범과 비슷한 속도로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용적률 600% 이하, 지상 최고 50층짜리 1000여가구 이상 대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