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김현일 기자] “중국 믿었는데…검은사막의 검은 수요일”
펄어비스가 게임 ‘검은사막 모바일’의 중국 내 저조한 성적으로 주가가 급락한 가운데 주식시장 전반의 하락장까지 겹치면서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중국 흥행을 기대하며 주식을 사들인 일부 투자자들은 펄어비스의 차기작으로 기대를 모은 ‘붉은사막’의 출시일에 관심을 쏟으며 공개를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펄어비스 주가는 지난 달 26일부터 이달 6일까지 36.4% 하락했다. 같은 기간 6조4897억원이었던 시가총액은 4조1256억원까지 줄어들었다. 2조3640억원 가량 빠진 셈이다. 작년 11월 한때 14만원을 넘었던 주가는 6만2300원까지 떨어져 작년 8월 수준으로 돌아갔다.
이는 코스닥150 커뮤니케이션서비스 지수가 같은 기간 12.91% 떨어진 것보다 큰 폭의 하락다. 이 지수는 펄어비스를 비롯해 카카오게임즈, 위메이드, 컴투스, 웹젠, 스튜디오드래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중국 흥행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만큼 펄어비스 주가도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로 한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한국 게임은 4년간 중국으로부터 판호(일종의 허가증)를 발급받지 못했다. 한국 게임에 유독 문전박대로 일관해왔던 중국이 지난해 6월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에 대한 판호를 발급해 그만큼 기대가 높았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검은사막의 중국 흥행을 기대하며 지난달 1~26일 펄어비스 주식 매수에 쏟아부은 돈도 1597억원에 달한다.
당초 검은사막의 중국 내 하루 매출은 30억원, 매출순위는 5위 이상으로 예상됐으나 뚜껑을 열자 이에 미치지 못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모바일 데이터분석업체 센서타워(Sensor Tower) 기준 하루 매출은 5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매출순위도 29위까지 오른 이후 90위 밖으로 하락세가 지속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가 회복을 고대하고 있는 펄어비스 투자자들 사이에선 최근 ‘붉은사막’의 출시 시기를 언급하는 빈도가 크게 늘어났다. 연말 정식 출시, 3분기 중 사전예약이 예상된다.
붉은사막은 지난 2020년 11월 ‘더게임어워드(TGA)’에서 티저가 공개됐을 당시 그래픽과 다양한 기술을 선보이며 단숨에 펄어비스의 차세대 엔진으로 평가됐다.
강석오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흥행을 위해선 세계관 구성과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내러티브, 뛰어난 그래픽을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는 최적화 작업이 중요할 것”이라며 “패키지 게임으로 큰 성공을 거둔 경험이 없는 펄어비스의 개발력에 대한 신뢰와 유저 충성도를 형성할 중요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