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향년 55세로 별세...배우 강수연이 걸어온 삶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한국 영화계 큰 별이 졌다. '원조 월드스타'로 알려진 영화배우 강수연이 7일 오후 3시께 별세했다. 향년 55세. 강수연은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뇌출혈 증세로 쓰러진 후 사흘째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강수연은 4살 때 아역배우로 시작해 '씨받이',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해외 영화제에서 상을 휩쓴 '원조 월드스타'로 알려져 있다. 강수연이 출연한 작품은 1975년 '핏줄'부터 최근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넷플릭스 영화 '정이'까지 총 40편이다.
고인이 출연한 40편의 영화는 각 편이 한국 영화사에 큰 획을 그은 작품이다.
강수연은 4세에 집 앞에서 길거리 캐스팅돼 아역배우로 데뷔했다. 손창민과 함께 출연한 KBS 청소년 드라마 '고교생 일기'(1983∼1986)가 아역 당시 대표작이다. 이 작품으로 강수연은 당대 최고의 하이틴 스타반열에 올랐다.
강수연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드높인 작품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씨받이'(1987)다. 당시 강수연은 21세의 나이로 파격적인 노출신에 도전했고,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한국 배우 최초의 세계 3대 영화제 수상. 강수연은 생전 인터뷰에서 '씨받이'의 출산 장면만 4박 5일 동안 촬영했다고 회고했다.
임 감독과는 이후에도 호흡을 맞췄다. 2년 뒤 임 감독과 내놓은 '아제아제 바라아제'(1989)로는 모스크바영화제 최우수여자배우상을 거머쥐었다. 비구니 역을 맡은 강수연은 영화 속 삭발 장면에서 실제 머리를 깎으며 관객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그 외 고난을 겪는 한국 여인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깊이 있게 담아낸 '감자'(1987), 페미니즘 계열로 분류되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5),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등 작품에서는 한국사회 달라진 여성상의 변화를 조명했다.
그외 '경마장 가는 길'(1991), '그대 안의 블루'(1992), '지독한 사랑'(1996), '깊은 슬픔(1997)'에 출연하면서 배우로서 전성기를 누렸다.
강수연은 남다른 연기혼으로도 주목받았다. 그는 '고래사냥2'(1985)에서 원효대교에서 한강으로 떨어지는 장면을 대역 없이 직접 소화했고, 35%대 시청률을 기록한 SBS 드라마 '여인천하'에서는 한겨울 촬영 때 얇은 소복만 입은 채 얼음물에 들어가 눈길을 끌었다.
인터뷰에서도 연기에 대한 열정을 항상 강조해왔다. 인터뷰 도중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늘상 "연기 잘하는 할머니 여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영화 '베테랑' 황정민의 명대사인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자존심이라는 뜻으로 쓰인 속어)가 없냐'는 대사는 평소 강수연이 영화인들을 챙기며 하던 말인데 류승완 감독이 가져다 쓴 것으로 전해진다.
강수연은 올해 공개 예정인 연상호 감독의 SF 영화 '정이'를 촬영했다. 작품에서 강수연은 뇌 복제를 책임지는 연구소 팀장 서현 역을 맡았다. 모든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 중인 이 영화는 고인의 유작이 된 셈이다.
강수연은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 출범 초기부터 심사위원·집행위원 등으로 활동했고,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사태로 영화제가 위기에 직면한 이후인 2015∼2017년에는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zzz@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