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김현일 기자] “밤잠 설치며 870억원 퍼부었는데 이게 웬 봉변?”
한국인들의 인기 해외주식 중 하나로 자리잡은 넷플릭스 주가가 올해 들어 대폭락하면서 서학개미들의 곡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 1월에만 해도 600달러 선에 걸쳐 있던 넷플릭스 주가는 이달 4일 기준 204달러까지 떨어졌다. 연초 200주를 매수한 투자자라면 불과 반년도 안 돼 1억원을 날린 셈이다. 손실률만 -66%에 달한다.
넷플릭스는 지난달 19일(현지시간)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11년 만에 처음으로 전 세계 가입자가 전 분기 대비 20만명 줄었다고 밝혀 주가 폭락을 불러왔다. 이날 하루에만 주가는 무려 35% 급락했다.
앞서 넷플릭스는 1분기 가입자 250만명 증가를 예상했고,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270만명 증가를 전망치로 내놨다. 그러나 넷플릭스와 월가의 전망은 완전히 빗나갔다.
작년 11월 오리지널 콘텐츠 ‘오징어게임’의 글로벌 대흥행에 힘입어 넷플릭스 주가가 690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시기와 비교하면 현재 반토막 넘게 주저앉았다.
‘넷플릭스 쇼크’는 곧바로 한국 투자자들까지 덮쳤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1월부터 넷플릭스 주가가 무너지기 직전인 4월19일까지 한국 투자자들이 순매수한 넷플릭스 주식은 약 870억원(6727만달러) 어치에 달한다. 같은 기간 인텔(순매수 525억원)이나 쿠팡(380억원)보다 많은 규모다.
국내 투자자들은 충격 속에 부랴부랴 ‘물타기’에 나섰다. 4월20일부터 5월4일까지 11일간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7위에 넷플릭스(순매수 약 825억원)가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가입자 감소세가 2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넷플릭스는 2분기 가입자 수 감소폭이 2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가입자를 150만명 늘렸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업계에서는 ‘오징어게임’ 이후 메가 히트작이 부재한 데다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OTT)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 넷플릭스의 주가에 충격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넷플릭스는 여러 가입자의 ‘계정공유’가 성장세 둔화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며 내년부터 공유 계정에 대한 과금 정책을 시행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요금인상도 단행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1월 스탠다드 요금제를 월 1만2000원에서 1만3500원으로 올렸고, 프리미엄은 1만45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각각 12.5%, 17.2% 인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