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방학동 호프집서 계산 않고 도망
경찰 “소상공인 힘든데 이런 범죄 괘씸”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거리두기로 대출 받아 겨우겨우 버텼다. 이번 일로 떳떳하고 양심 있는 손님 분들이 화장실을 가면 힐끗힐끗 쳐다보는 제 자신이 어이없고 비참해진다”. (서울 방학동 호프집 사장 A씨).
서울 방학동의 한 호프집을 찾은 중년 남녀가 자신들의 먹은 술값을 계산하지 않고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조사 중이다.
서울 방학동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A씨는 1일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가게 CCTV 화면 캡처 사진과 함께 “아직도 ‘먹튀’하는 인간들이 있네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에 따르면 먹튀 사건은 지난 27일 오후 9시30분께 A씨의 호프집을 방문한 50대 안팎의 중년 남녀가 저질렀다. 이들은 병맥주와 소주, 노가리 안주 등을 시키며 만석이 된 가게에서 1시간 넘게 술자리를 즐겼다. 문제는 잠시 자리를 비운 줄 알았던 이들 남녀는 수십 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
처음엔 술에 취해 화장실 갔다가 실수로 ‘먹튀’를 저질렀다고 생각한 A씨는 CCTV에 찍힌 기획 범죄 정황을 발견하고 경악했다. 그는 “(CCTV를 보니)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부터 둘이서 얼굴 맞대고 속삭이더니 여자가 소지품 옷가지 등을 챙기고 먼저 일어나더라. 그런 후 남자가 자켓을 입고 테이블 위에 본인 소지품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 생맥주를 따르고 종업원 옆을 지나가면서 ‘화장실 비번이 뭐였더라’ 흥얼거렸다고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이후 4테이블 정도를 놓쳤지만 먼저 앉아 계신 손님이 항상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장사를 해왔다. 다른 손님들이 오는 것을 자리가 없어서 죄송하다고 돌려보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의 신고로 현장에 출동한 서울 도봉경찰서 소속 경찰관은 지문 채취를 위해 손님들이 먹었던 술병을 따로 보관하도록 해했다. 경찰관은 “장사 잘 되는 번화가에서 이랬다면 저도 이렇게까지 (지문 채취를)안 했겠지만 소상공인이 힘든데 (손님들이) 이렇게 불난 데 기름을 부으면 되겠느냐”며 소상공인 A씨를 위로했다.
무전취식은 10만원 이하 벌금‧구류‧과료 등에 처해질 수 있는 경범죄다. 상습적으로 무전취식을 했거나 고의성이 인정될 경우 형법상 사기죄가 적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