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일부 자료를 누락해 제출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다가 2년여 만에 고의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B는 비슷한 범죄 사실로 얼마 전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행정청에 제출할 자료가 방대하기에 자료를 스스로 챙기기 어려워 통상 직원에게 제출을 위임한다. 이때 A 또는 B가 위임받은 직원의 누락 제출을 알았는지에 따라 유·무죄가 갈렸다. 공정하고 효율적인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담합 등의 방법으로 시장을 왜곡하는 사업자를 엄단할 필요성도 있다. 그러나 단순한 행정 절차 관련 법규 위반을 이유로 수사와 재판이 이뤄질 경우 그 결과의 유·무죄와 상관없이 기업의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경영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경제 관련 행정법규는 행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행정형벌을 부과하는 규정을 둔다. 지난해 말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경제부처 16곳의 소관 법률 721개를 조사한 결과, 형사처벌을 규정한 항목이 6568개라고 밝혔다. 전 세계의 문명국가와 비교해볼 때 우리의 경제 관련 행정형벌은 너무 많다. 특히 형사처벌이 많은 이유는 과태료에 의한 금전적 제재나 시정 명령만으로는 효과적인 규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형사처벌을 통해서만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일부의 생각과 행정편의주의적 사고가 결합된 산물이다. 경제 관련 행정법규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 과잉은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의 창의성과 자율성 위축, 사법비용 증가 등을 야기한다.

또 다른 문제는 경제 관련 행정법규 위반에 대한 행정형벌 중 상당수가 구성요건이 애매하거나 법정형이 지나치게 높아 다른 영역과 비교해 형벌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경미한 위반행위까지 행정형벌로 의율하는 점이다. 올해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다소 모호한 규정에도 높은 징역형 규정이 있어 관련된 수사와 재판 결과가 어떻게 될지 전문가도 예측하기 쉽지 않다. 경제 관련 행정법규는 대부분 처벌을 위한 구체적 행위 유형을 하위법령에 위임한 결과, 비교적 쉬운 변경 절차로 자주 변경돼 어느 행위가 처벌을 받는 행위인지도 불명확하다. 행정형벌도 형벌이기에 죄형법정주의 등 형법상의 대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불합리한 행정형벌은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해쳐 국민 다수를 전과자로 만들 우려가 크다.

나아가 경제 관련 행정형벌에 대해 형벌은 최후 수단이어야 한다는 보충성 원칙을 따르지 않은 규정도 눈에 띈다. 과태료, 이행강제금 등 행정질서벌로 충분히 목적달성이 가능함에도 보충성에 대한 진지한 검토 없이 규제의 편의를 위해 행정형벌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란 의심도 든다.

세종대왕께서는 “선왕들께서 형벌을 사용하신 까닭은 형벌이 없어지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셔서다”(세종실록 6년 8월 21일)라고 말씀하시고 “서경(書經)에 ‘조심하고, 조심하라. 형을 시행함에 조심하라’한 말은 내 항상 잊지 못하는 바이니 법을 맡은 관리들은 깊이 유념할 것이다.”(세종실록 7년 7월 19일)라고 교지를 내리셨으니, 관리들이 행정편의적 발상으로 형벌을 선호해 문제가 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보인다. 경제 관련 행정법규 위반에 대해 과징금 등 행정질서벌이 아닌 징역, 벌금과 같은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경제 관련 행정법규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은 우리에 비해 현저히 적다. 독일 또한 범죄에 비해 그 불법 내용이 경미하고, 사회윤리적 비난 가능성이 작은 경우는 형벌이 아닌 질서위반행위로 규율하고 있는데 참고할 만한 점이다. 우리도 선진 각국처럼 징역, 벌금 등의 행정형벌을 과태료 등의 행정질서벌로 바꿔서 행정형벌의 과잉을 해소해 기업활동의 걸림돌을 제거하고 창의적인 기업경영을 활성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인석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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