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평택공장 가보니…위기속에도 여전히 분주
1979년 지어진 평택공장, 복잡해도 자동화율 높아
“인수 이후 여건 좋아지면 생산 효율성 더 오를 것”
[헤럴드경제(평택)=원호연 기자] “회사가 어려워진 부분은 우리 직원 책임이 크죠. 그래서 후배들이 일할 공장을 지키기 위해 한마음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법정관리의 험난한 파고를 헤치고 재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을 찾았다. 빗방울이 오락가락하며 잔뜩 찌푸린 하늘이 쌍용차와 그 임직원들을 둘러싼 엄중한 경영환경을 대변하는 듯했다.
쌍용차 부활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티볼리’와 브랜드 최초의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 등 모노코크 바디 차량이 생산되는 조립 1공장을 둘러봤다. 이곳에선 빼곡히 들어찬 총 188대의 로봇이 프레스 공장에서 차량의 각 부분 형태로 가공된 강판을 용접해 차체를 제작하고 있었다.
안종석 차체 1팀 과장은 “공장 부지가 다른 회사의 공장보다 작다 보니 복층구조로 로봇을 배치할 수밖에 없지만, 최대한 자동화 비율을 높이고 각 부문마다 상황에 최적화된 용접이 가능한 적응형 용접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만들어진 차체는 조립1라인으로 옮겨진다.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이동하는 차체에 직원들이 순차적으로 각종 장비와 시트, 엔진과 변속기 모듈을 장착하며 하나의 차를 완성해 나간다.
송영승 조립1팀 부장은 “앞뒤 차량의 위치를 자동으로 맞추며 파워트레인 모듈과 차체의 위치를 자동으로 맞춰 하나의 차량으로 합치는 매리지(Marriage) 공정을 국내 어느 브랜드보다 먼저 적용한 곳이 이곳 평택공장”이라며 자부심을 보였다.
공장 견학 후 만난 현장 관리자들은 쌍용차 회생을 위해 전 직원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립1공장의 생산을 감독하는 강상길 생산1담당 부장은 “회사 매각과 관련된 뉴스가 하나씩 나올 때마다 직원들이 일희일비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6월 말에 신차 J100도 나오고 하니 좋은 품질의 차량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마음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회사에 비해 시간당 생산량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강 부장은 “좋은 기업이 회사를 인수하고 새로운 차종이 나오면 현재 42대 수준인 시간당 생산량은 60대 수준까지는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와 달리 직원들도 차종 간 전환 배치 등에 긍정적인 만큼 생산 환경에 대한 투자에 따라 효율성이 급격히 올라갈 수 있다는 얘기다.
쌍용차의 회생을 책임질 신차 ‘J100’은 현재 P(파일럿)2 단계로 상품성을 조율하기 위한 테스트 차량을 생산 중이다. 강 부장은 “출시까지 전체 단계의 70% 수준에 와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일반 직원들과 현장에서 함께 차량 생산을 함께하고 있다는 박진하 조립1팀 직장은 “급여를 삭감할 때는 다소 불만을 가졌던 직원들이라도 무급휴직을 다녀오고 나면 회사가 처한 현실을 깨닫고 태도가 달라졌다”면서 “알아서 자신이 할 일을 찾아서 하고 좋은 결과물을 내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쌍용차는 지난해 7월부터 인건비 감축과 운영 효율화를 위해 기술직 50%, 사무관리직 30%에 대해 무급 휴업을 시행하고 주간 연속 2교대 근무 체제를 1교대로 전환했다. 대신 직원들은 전체 20% 수준의 임금을 삭감했고 각종 복지 지원책도 반납했다.
선목래 노조위원장은 “2009년 쌍용차 사태 이후 13년간 회사를 살리기 위해 무쟁의, 무파업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데 외부의 시선은 긍정적이지 않아 안타깝다”면서 “매각과 관련해서는 노사가 따로 없이 함께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당부했다. 쌍용차 노조는 에디슨모터스에 대한 우려의 뜻을 법원 측에 전달한 바 있다. 이후 에디스모터스는 인수대금을 미예치해 계약이 해지됐다.
선 노조위원장은 재매각 인수 후보의 자질에 대해 “쌍용차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이 최우선이고, 그러려면 자금력과 기술력 중 적어도 하나는 갖춰야 비전을 보고 갈 수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
한편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14일 쌍용차 인수합병(M&A) 재추진 및 매각 주간사 선정을 허가했다. 재매각은 회생계획안 가결기간이 오는 10월 15일로 6개월 가량 남은 것을 고려해 인수 예정자와 조건부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공개 입찰을 통해 인수자를 확정하는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진행된다. 쌍방울그룹의 광림 컨소시엄과 KG그룹, 파빌리온PE의 ‘3파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에디슨모터스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