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그룹 정기선, 한화그룹 김동관 등
사내이사·승진 등으로 승계작업 본격화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주요 기업들이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오너가(家) 3·4세를 사내이사로 선임, 승계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그룹의 정기선 사장과 한화그룹의 김동관 사장은 그룹 지주의 이사진에 이름을 올림으로써 경영 일선에 전면 나선 상태다.
지난 1972년 정주영 명예회장이 울산조선소 기공식을 개최하면서 태동된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달 23일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이에 맞춰 HD현대(구 현대중공업지주)와 한국조선해양은 정 명예회장의 손자인 정기선 사장을 등기임원으로 선임했다. 이로써 전문경영 시스템에서 정기선 체제로 급속 전환되는 현대중공업그룹은 자율운항, 수소, 로봇 등 3대 미래사업을 중심으로 새 반세기 준비에 본격 돌입하게 됐다.
한화그룹의 지주사 격인 ㈜한화의 지난달 주총에서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김 사장이 ㈜한화 이사진에 합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로써 김 사장이 그룹 경영에 본격 등판했다는 해석이 따른다. 김 사장은 ㈜한화의 지분 4.44%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한화솔루션의 대표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사내이사만 맡으며 ㈜한화 이사회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 ㈜한화에는 미등기 이사로서 2020년부터 전략부문장과 그룹의 우주 사업을 총괄하는 스페이스 허브 팀장을 담당하며 한화의 미래사업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LG그룹에서 독립된 LX그룹에선 구본준 회장의 장남 구형모 상무가 지난달 경영기획부문 전무로 승진, 그룹 내 영향력을 강화했다. 1987년생인 구 전무는 LG전자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5월 LX홀딩스 출범과 함께 상무로 합류했으며, 그간 신성장 동력 발굴과 전략적 인수·합병(M&A)에 핵심 역할을 수행해왔다. 구 전무는 지난해 구 회장으로터 LX홀딩스 지분 11.15%를 증여받아 LX홀딩스의 2대 주주로 올라섰으며 경영수업을 거쳐 향후 LX그룹을 이끌 것으로 관측된다.
효성그룹 오너가 3세인 조현준 회장과 동생 조현상 부회장도 지난달 그룹 핵심 계열사인 효성티앤씨, 효성첨단소재 사내이사에 각각 선임되며 그룹 장악력을 높였다. 그간 그룹 지주사 ㈜효성의 사내이사로만 이름을 올렸던 이들 형제는 책임 경영 강화와 핵심 계열사 사업 확장을 위해 계열사 등기이사로도 활동하기로 한 것이다. 효성티앤씨는 스판덱스 점유율 세계 1위 기업이고, 효성첨단소재는 타이어코드 세계 1위다. 지난해 효성그룹의 전체 영업이익 2조8000억원 중 효성티앤씨의 비중은 51.4%, 효성첨단소재는 15.8%였다.
SK네트웍스도 그룹 3세인 최성환 사업총괄을 사내이사로 임명했다. 최 총괄은 최신원 전 회장의 장남이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조카다. 2009년 SKC 전략기획팀으로 입사해 SK네트웍스 기획실장 등을 지냈으며 개인으로는 가장 많은 1.89%의 지분을 갖고 있다. 최 전 회장은 회삿돈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지난해 말 경영 일선에서도 물러났기 때문에 최 총괄의 이사회 참여는 사실상 경영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김윤 삼양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건호 휴비스 미래전략담당 사장도 지난달 휴비스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작년말 화학섬유소재 기업 휴비스의 새 사령탑에 오른 김 사장은 1983년생으로 미국 리하이대에서 재무학을 전공했으며, JP모건에서 애널리스트로 재직한 뒤 2014년 삼양홀딩스에 입사했다. 김 사장은 삼양에서 해외화학팀과 글로벌성장팀을 이끌며 그룹 케미칼 사업의 세계 진출을 주도했다. 2018년에는 삼양홀딩스 글로벌성장 부문 수장 자리에 오르면서 신규 사업 발굴 및 육성, M&A와 합작법인(JV) 설립 등을 지휘했으며 이후 2021년 휴비스로 자리를 옮겨 신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휴비스는 지난 2000년 삼양사와 SK케미칼(화학·섬유 부문)이 합작해 만든 회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