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침입죄 인정한 ‘초원복집’ 판결 뒤집어

“사실상의 평온 상태 침해됐다 할 수 없어”

1심 유죄→2심 무죄…대법, 상고기각 확정

대법원. [연합]
대법원. [연합]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음식점에서 별도 장비를 설치하고 대화를 녹음했더라도, 녹음한 대화 당사자를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과거 ‘초원복집 사건’에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던 기존 판례를 뒤집은 결론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4일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화물운송업체 부사장 A씨와 팀장 B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일반인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에 영업주 승낙을 받아 통상적 출입방법으로 들어간 경우, 설령 영업주가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이더라도 도청용 송신기를 설치할 목적으로 출입한 것은 영업주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한다고 봐 주거침입죄 성립을 인정했던 기존 대법원 판결은 이 판결 견해에 배치되는 범죄 내에서 변경한다”고 덧붙였다.

A씨와 B씨는 회사에 불리한 내용의 기사를 쓴 기자에게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한 뒤 2015년 1~2월 네 차례에 걸쳐 식당 방 안에 녹음·녹화 장치를 설치하고 제거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해당 기자가 부적절한 요구를 하는 장면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녹음·녹화 장치를 설치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2017년 2월 1심은 A씨와 B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각각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8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1심은 기존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삼았다. 이른바 ‘초원복집 사건’으로 불리는 기존 사건에서는 대법원이 음식점에 도청용 송신기를 설치해 기소된 이들에게 주거침입죄를 인정했다.

반면 2심은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영업주의 승낙을 받아 음식점에 들어갔고, 몰래 카메라를 설치할 목적이 있었다고 해서 음식점에 출입한 것 자체가 영업주의 의사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A씨와 B씨가 대화 당사자여서 통신비밀보호법이 금지하는 타인의 대화가 아니기 때문에 녹음·녹화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A씨와 B씨가 식당 방에 들어간 것 자체가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도 판단했다.

이날 대법원도 주거침입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수 의견은 “거주자 승낙을 받아 주거에 들어갔으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란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사실상 평온 상태가 침해됐는지에 따라 주거침입죄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서 사실상의 평온 상태가 침해됐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봤다.

별개 의견을 낸 김재형·안철상 대법관도 A씨와 B씨를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데는 결론이 같았다. 다만 “사실상의 평온 상태를 해치는 모습이라는 의미는 추상적이고 불명확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며 “이에 따라 침입 여부를 판단하더라도 거주자 의사에 반하는지를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요소로 삼아 주거침입죄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근거를 다르게 봤다.


dand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