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CEO “인텔에 파운드리 물량 넘길 수 있어”

ASML CEO “EUV 노광장비 2년간 공급 부족할 수도”

젠슨 황(왼쪽) 엔비디아 창립자 겸 CEO와 피터 베닝크 ASML CEO[각사 홈페이지 등 캡처]
젠슨 황(왼쪽) 엔비디아 창립자 겸 CEO와 피터 베닝크 ASML CEO[각사 홈페이지 등 캡처]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새로운 파운드리 협력사로 인텔을 고려하고 있다”(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 겸 CEO)

“적어도 2년간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의 공급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피터 베닝크 ASML CEO)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사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최근 ‘악재’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가뜩이나 ‘6만전자(6만원대 주가를 보이는 삼성전자)’ 행보에 뿔난 주주들 입장에선 이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야속하기만 하다.

24일 외신 등에 따르면 최근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의 젠슨 황 창립자 겸 CEO는 현지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새로운 파운드리 업체로 인텔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최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하는 글로벌 2위의 팹리스(제조 공장 없이 반도체를 설계해 파운드리 공장에 맡기고 이를 다시 자사의 브랜드로 판매하는 회사) 기업으로,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사이다. 엔비디아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 대한 칩 제조 공정 의뢰를 인텔에 맡겨 삼성전자의 매출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 발언이란 평가다.

눈에 띄는 점은 인텔이 엔비디아와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 판매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관계라는 점이다. 경쟁사임에도 인텔 파운드리 사업부에 칩 제조를 의뢰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업계에선 인텔과 엔비디아 등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반도체 공급망 개편 의지에 따라 미국 중심의 판도를 새롭게 구축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직원이 반도체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직원이 반도체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다만 전문가들은 당장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에서 인텔로 물량을 넘길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 기술학회장은 “인텔 파운드리의 7나노 이하 기술력에 대한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인텔로 엔비디아가 넘어갈 것이라고 볼 순 없다”고 평가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역시 “파운드리 사업의 경쟁이 격화되는 구도인 것은 맞다”며 “다만 우선적으로 인텔이 파운드리 공장을 지은 뒤 관련 기술 경쟁력을 입증해야, 엔비디아의 이탈 가능성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ASML의 피터 베닝크가 적어도 2년간은 EUV 노광장비 공급이 어려울 수 있다고 한 점 역시 삼성전자에 부담이 되는 발언으로 평가된다. ASML은 반도체 미세공정에 필수 장비로 꼽히는 EUV 노광장비의 전 세계 유일 생산 업체라는 점 때문에 ‘슈퍼 을(乙)’로 불린다.

노광공정은 반도체 원판(웨이퍼)에 빛으로 회로 패턴을 그려 넣는 공정을 뜻한다. EUV 노광장비는 한 대에 2000억원을 육박하지만, 최첨단 공정을 해내야 하는 반도체 제조사들은 장비 구매를 위해 열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ASML의 장비 없이는 7나노 이하 첨단 제조 공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베닝크는 “(반도체 장비) 수요 곡선을 보면 (장비 공급 물량이) 충분치 않고, (ASML이) 생산능력을 50% 이상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생산능력 확대에 대한 방안도 검토했지만, 투자 규모에 대해서는 확정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ASML의 장비 공급 상황에 따라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인 삼성전자나 TSMC 등의 칩 제조에 영향을 줄 순 있을 것”이라며 “다만 매년마다 파운드리 고객사들의 필요 물량이 변동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성급하게 판단하기 보단 장기적으로 상황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24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6만9800원으로 장마감했다.


ra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