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연대-개인주의 125년 주기설

現 미국사회 19세기말 도금시대 판박이

정치·사회·경제·문화 ‘U자형 패턴’ 보여

1960년대 변곡점…우리에게도 시사적

[북적book적]향후 60년 업스윙으로…불평등·양극화 줄고 연대로
“20세기 미국적 실험의 스토리는 상승하는 연대의식을 향한 장기적 업스윙이었다가 그다음에는 점증하는 개인주의를 향한 가파른 하향추세였다. ‘나’에서 ‘우리’로, 그리고 이어서 다시 ‘나’로 돌아간 스토리다.”(‘업스윙’에서)

극심한 불평등, 정치적 양극화, 사회적 혼란, 문화적 나르시시즘….

오늘날 각 국의 현실을 설명하는 표현처럼 보이지만 놀랍게도 미국의 1880,90년대를 묘사한 것이다. ‘아메리칸 그레이스’‘나홀로 볼링’ 등 미국 사회 전반을 날카롭게 분석해온 로버트 D. 퍼트넘 하버드대 교수는 ‘업스윙(The Upswing)’(페이퍼로드)에서 19세기 말과 지금의 미국 모습이 흡사하다며, “오싹할 정도로 오늘의 현실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 이미지”라고 지적한다.

[북적book적]향후 60년 업스윙으로…불평등·양극화 줄고 연대로

당시 미국은 전례 없는 기술적 발전과 번영, 물질적 웰빙을 누렸다. 마크 트웨인은 당시를 ‘도금시대(Gilded Age)’라 불렀다.

그러나 경제성장의 혜택은 상류층에게만 고도로 집중됐으며, 젊은이들과 새 이민자들에게 경쟁은 매우 불리했다. 중산층의 살림살이도 나빠지고 빚만 늘어갔다. 그런가하면 기업들은 정경유착으로 전혀 규제를 받지 않았다. 지독한 이기심과 우월주의를 부추긴 건 자신에게 가장 유익한 일을 해야 한다는 철학과 문화담론이었다.

이런 자기 중심주의적 경향은 공공 분야에서도 나타났다. 정치세계에선 다른 사람들을 희생시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무자비한 제로섬 경쟁과 타협 부재가 일상화되고, 공공 논의는 반대파 사람들을 악마로 몰아붙이는 장이 됐다. 정당의 강령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권력을 잡은 세력은 그들의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들을 배제시켰고, 그 결과 국가는 경제·이념·인종·윤리에 따라 점점 분열되고, 매사를 갈라치기로 해결하는 데 능한 지도자들이 점점 더 정국을 주도하게 됐다. 인종차별과 젠더 차별은 갈수록 심화돼 이전 시대 인종 평등을 향한 발전이 무색해졌다.

당시의 모습은 오늘의 현실과 거의 판박이다.

저자는 이런 19세기 말의 난맥상과 절망적 불안은 파국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데 주목한다. 도금시대에 이어 불완전하지만 안정된 상승추세가 60년간 이어져 1960년에 이르면 도금시대에 생겨난 경제적 간극이 메워지게 된다. 또한 극단적인 정치적 양극화를 극복, 초당적 협력을 이루고 공동체와 가정의 연결망이 구축됐다. 저자는 이 시기 “극적이면서도 다면적인 명확한 업스윙 단계에 들어섰다”고 설명한다.

퍼트넘은 도금시대 이후 125년 동안 미국의 전 분야를 살피며, 미국이 경제적 평등과 공동체 정신, 사회적 단결, 이타주의 면에서 어떻게 이동했는지 수치로 보여준다. 그 결과, 일정한 패턴을 찾아내는데 바로 뒤집어진 U자형 곡선, 125년 주기설이다.

20세기 동안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네 가지 핵심 분야의 가치를 보여주는 그래프는 거의 같은 시점에 위를 향해 상승하다가 이어 거의 비슷한 기간에 밑을 향해 추락하는 모양새를 보인다.

20세기 초부터 시작된 업스윙은 20세기 중반이 되면 절정에 달한다. 미국은 좀 더 평등적이고 합리적이고 화합을 지향하는 이타적인 국가로 변모한 것이다. 1960년대 중반은 변곡점이다. 이후 미국은 다시 경제, 정치, 사회, 문화의 상승추세가 갑자기 꺽이고 추락하기 시작한다.

경제적 평등의 후퇴와 공공분야의 협력 약화, 사회의 안전한 구조의 균열, 연대의 문화에서 나르시시즘으로의 변질이 이뤄진다. 다시 도금시대 후반기로 돌아간 모양새다.

저자는 미국사회는 125년에 걸쳐 개인주의적인 ‘나’- 공동체적인 ‘우리’-다시 ’나’의 패턴, 즉 전도된 U자형을 보여왔다고 강조한다.

퍼트넘은 뒤집어진 U자형이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음을 구체적인 수치로 보여준다. 우선 경제적 측면에서 부와 소득 불평등을 보면,1913년 부유한 상위 1퍼센트는 전체 부의 43퍼센트를 차지했다. 이후 60년 동안 재정적 규제와 소득 및 부동산 누진세 부과로 1980년대 초엔 점유율이 25퍼센트 미만으로 떨어진다. 그러나 이후 다시 늘어나 2014년에는 부유한 상위 1퍼센트의 점유율은 근 40퍼센트까지 올라간다. 즉 도금시대의 수치와 거의 비슷해진 것이다.

최저임금도 마찬가지다. 소득불평등과 인과적으로 연계된 다른 모든 요소들이 추락한 바로 그 지점에 최저임금도 하락추세를 보이는데, 반세기는 더 평등한 방향으로 움직이다가 이어지는 반세기 동안에는 더 큰 불평등의 방향으로 움직였다.

사회적 측면에서 고립과 연대의 한 지표로 결혼 건수 역시 전도된 U자형 모습을 보인다. 1890년 도금시대의 젊은이들은 부모와 함께 살면서 아주 늦은 나이에 결혼을 했다. 당시 초혼 연령은 여자 22세, 남자 26세였다. 그러나 20세기 중반에는 결혼이 빨리 시작돼 여자 20세, 남자 23세였다. 그러던 것이 2016년에 이르면 초혼 연령은 여자 27세, 남자 30세로 높아진다. 부모 곁에 머무르며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퍼트넘은 각 시대별로 달라지는 우리와 나의 정의, 그 변화과정을 각 분야에 걸쳐 촘촘히 살피는데, 정치부족주의의 심화를 비롯, 신생아의 이름짓기 경향, 노래 가사, 영화의 대사, 유행하는 단어와 자주 쓰는 일상어, 주택 선호 등 미국의 문화와 역사 전반을 아우른다.

퍼트넘의 야심찬 탐색은 바로 오늘의 문제의 답을 역사에서 찾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퍼트넘의 주기설을 따른다면 앞으로는 상승추세, 업스윙 구간에 들어선다는 얘기가 된다. 즉 더 경제적으로 평등하고, 고립에서 연대로 나아감을 뜻한다. 미국의 이야기지만 우리에게도 일종의 방향성을 제시해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업스윙/로버트 D.퍼트넘, 셰일린 롬니 가렛 지음, 이종인 옮김/페이퍼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