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부활’ vs ‘민주주의 타락’

조국, ‘소주성’ 성과, 부동산정책 실패…

주거모델 다양화·토지공개념 3법 제안

편향적 적폐청산· ‘소주성’ 포풀리즘이

민주주의·경제위기 불러…日 반면교사

향후 제왕적 대통령 권력 통제가 숙제

[북적book적]진보가 본 문재인 정부 5년의 평가
“민주주의는 자유와 풍요를 추구하는 데 효과적이었기 때문에 현대 정부의 구성 원리로 수용된 것이다. 그래서 고장 난 민주주의, 타락한 민주주의를 갱생시키려면 어떤 점에서 현재의 민주주의가 자유와 풍요의 증진에 비효율적인지 정확히 살펴야 한다.”(‘대통령의 숙제’에서)

새로운 정부 출범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 5년을 돌아보며 향후 과제를 짚어보는 두 권의 책이 나왔다.

세간의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불 선진국’(메디치미디어)과 오랫동안 진보적 사회운동을 해온 한지원씨가 펴낸 ‘대통령의 숙제’(한빛비즈)로, 둘은 한국 사회 현주소와 풀어나가야 할 숙제를 서로 다른 시각으로 보여준다.

[북적book적]진보가 본 문재인 정부 5년의 평가

조 전 장관은 책에서 문재인 정부의 성과로 우선 정치적 개혁을 꼽았다. 촛불정신을 이어 정치적 민주주의를 부활시키고 권력기관을 개혁했다는 평가다. 또한 경제정책의 큰 기둥인 소득주도성장도 성과를 거뒀다고 본다. 양극화를 개선하고, 일자리를 늘리고 고용 안전망을 개선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회복지분야의 ‘문재인 케어’도 취약 계층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향해 한걸음 내딛었다고 판단했다.

그런가하면 부동산정책은 실패했다고 인정했지만 미완의 개혁 쪽에 무게를 실었다. 이와 함께 소득과 자산 격차를 해소하지 못해 계층 상승이 더 어려워진 점, 수도권 집중과 지역불균형, 문재인 정부 동안에도 끊임없이 이어진 산업재해로 인한 사고 등도 해결하지 못한 과제로 꼽았다.

조 전 장관은 무엇보다 주택정책의 초점은 중산층과 서민에게 안정적 주거를 제공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며, 임대주택 외에 다양한 주거모델 제시와 종합부동산세 지지, 토지공개념 3법 도입, 국토보유세 신설 등을 제안한다.

[북적book적]진보가 본 문재인 정부 5년의 평가

이런 조국 전 장관의 평가와 달리 ‘대통령의 숙제’는 문재인 정부 5년을 실패로 규정한다.

저자는 “지난 5년간 한국 사회 갈등이 더 심해졌고, 민주주의 지수나 경제지표도 나아지지 않았다 ”며, 민주화 세력이 권력의 핵심을 온전히 장악한 첫 정부가 왜 이런 처지로 전락했는지 문제를 제기한다.

저자는 이를 촛불정국의 한계에서 찾는다. 국정농단 사태의 원인, 대통령 권력 남용의 원인인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혁하는데 누구도 관심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이런 한계는 문재인 청와대의 모습으로 나타나 예산과 인력, 영향력이 더 막강해졌고, 국정농단의 원인인 대통령의 권력은 더 커졌다는 평가다.

더군다나 편향된 적폐청산사업은 ‘적폐가 무엇이냐’는 질문 대신 ‘적폐가 누구냐’로 대체돼 적폐 발굴에만 열중했다. 즉 “탄핵 촛불 집회는 대통령에 대한 분노만 가득했을 뿐 민주주의 규범을 만드는 계기가 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그 결과, ‘다수의 전제정’이라는 민주주의 고유의 위험이 한국에서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한마디로 민주주의의 타락이다.

저자는 무조건 옳다고만 여겼던 민주주의 원칙들이 포퓰리즘과 지대 추구와 만나면서 어떻게 타락해 나갔는지 살핀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까지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은 여전했고, 재벌의 경제적 독점력을 이용한 지대 추구와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는 오히려 그 규모가 커졌다고 보고한다. 여기에 도시 상위 소득 계층이 지대 동맹에 새롭게 참여했다. “일자리와 부동산은 21세기 엘리트 동맹에 진입하는 새로운 열쇠”가 된 것이다.

저자는 “이런 엘리트의 지대 동맹을 이완하고 해체하는 방법을 찾지 못한 탓에 한국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로 이행하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민주주의 위기는 경제위기를 필연적으로 불러온다. GDP 3만 달러에 도달한 시점에서 경제성장을 멈추고 쇠락해가는 일본과 이탈리아의 모습과 현재 우리는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데 저자의 문제 인식이 있다. 두 나라는 민주주의가 고장난 상황에서 경제 개혁의 타이밍을 놓쳤다며, 이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타락한 민주주의’가 경제에 어떻게 악영향을 미치는지도 분석한다. 문 정부는 촛불 집회에서 나온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여 경제정책을 수립했다. 공정한 규칙을 확립하고 과학적이어야 할 경제정책이 지지층의 요구대로 시행됨으로써 혼란을 빚었다는 평가다. 소득주도성장, 부동산 투기꾼 책임론, 착한 적자론 등이 대표적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인 최저임금의 경우 초기 2년동안 29%나 인상했는데, 경제성장률 하락과 물가상승률 바닥 상태에서 이 같은 인상은 노동시장의 수요공급을 완전히 벗어났다는 지적이다. 이는 고용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쳤다. 2019년부터 소득주도성장 기조가 꼬리를 내린 것도 이런 현실을 인정한 결과라는 것이다.

부동산정책도 마찬가지다. 주택 가격 상승을 투기꾼 탓으로 규정, 부동산 적폐청산을 내세웠다. 집 없는 서민의 억울함을 달랜다며, 다주택 또는 고가 주택 보유자들에게 징벌적 세금을 매겼다. 주택 관련 대출을 규제하고 투기대상이 된다며 재개발까지 막았다. 이를 ‘핀셋 규제’라고 했지만 모두가 어려움을 겪게 됐다.

저자가 제시하는 민주주의의 타락을 개혁하는 길은 세 방향이다.우선 저성장 불평등이라는 시대 조건에 적합한 개혁과 미·중 갈등과 북핵이라는 동아시아 안보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개혁, 대통령이 제왕적 권력을 내려놓는 것이다.

저자는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이 민주주의 타락을 막는 마술봉은 아니다”며, ‘하지만 대통령이 변하지 않으면 개혁의 물꼬를 틀 수가 없다. 여론의 지배와 지대 동맹의 중심에 있는 대통령이 먼저 변해야 저성장 불평등 시대의 민주주의, 동아시아 안보위기 시대의 민주주의도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가불 선진국/조국 지음/메디치미디어

대통령의 숙제/한지원 지음/한빛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