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싸도 볼 거리 많았던 티빙, 이제 비싼 콘텐츠로 몸값 올린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삼던 토종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티빙이 바뀌고 있다. 넷플릭스 못지 않게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가는 ‘대작’ 콘텐츠를 늘린다. 장르 또한 스릴러, 미스터리, 공상 과학(SF) 등 어둡고 무거운 콘텐츠 일색이다. 투자 비용이 높아지는 만큼 이용자가 부담할 요금이 인상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티빙의 월 요금은 넷플릭스 대비 4000원가량 싸다.
16일 이화정 NH 투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티빙의 콘텐츠 투자 비용은 20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의 2배 수준이다.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이 ‘텐트폴’이라고 불리는 대작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어서다.
티빙은 지난해까지 숏 드라마, 예능, 시트콤 등 넷플릭스의 관심이 비교적 덜한 분야를 공략해왔다. ‘환승연애’, ‘여고추리반’ 등 국내 예능 콘텐츠 유행을 발 빠르게 캐치, 적은 투자 비용으로 유료 가입자를 끌어들였다. 드라마 또한 마찬가지다. 30분 분량 숏 드라마 ‘술꾼 도시 여자들’, 시트콤 ‘내과 박원장’ 등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와 결이 다른 작품을 선보였다.
올해부터는 분위기가 다르다. 대부분이 스릴러나 SF와 같은 ‘장르물’이다. 오는 18일 공개될 ‘돼지의 왕’이 시작이다. 학교 폭력으로 연쇄살인범이 된 주인공이 등장한다. 이준익 감독의 ‘욘더’와 네이버 웹툰 원작의 ‘방과 후 전쟁활동’ 또한 티빙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SF 작품이다. 무엇보다 이들 작품은 ‘티빙 온리’ 콘텐츠임에도 제작비가 상당히 높다. 기존에는 제작비 수십억~수백억 규모의 대작 콘텐츠를 CJ ENM의 채널인 tvN에서 공개하고, 이를 티빙이 독점 제공하는 방식을 취했다.
티빙이 오리지널 콘텐츠에 과감하게 베팅하면서 소비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20년 10월 CJ ENM에서 독립한 뒤 현재까지 요금 인상이 없었지만, 투자 비용 증가에 따라 요금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작 오리지널 콘텐츠가 증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글로벌, 토종 OTT의 한국 콘텐츠 수급 경쟁으로 콘텐츠의 몸값 자체가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티빙은 ▷베이직 7900원 ▷스탠다드 1만 900원 ▷프리미엄 1만 3900원 3개 이용권을 제공 중이다. 넷플릭스 대비 2000~4000원 가량 저렴하다.
간접적인 방식으로 각종 혜택이 줄어들었다는 점 또한 요금 인상에 대한 불안감을 높인다. 티빙은 지난해 4월 실시간 TV 채널을 유료화했고, 올해부터는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요금제 혜택도 축소했다. ‘티빙 방송 무제한 이용권’에서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를 시청할 수 없게 됐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보기 위해서는 최소 3000원을 추가로 결제해야 한다.
한편, 티빙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공격적으로 ‘실탄’을 확보 중이다. 지난해 10월 네이버를 비롯해 기존 주주로부터 1500억원을 수혈한 데 이어, 올해 2월 사모펀드 등으로부터 2500억원을 투자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