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은 절망과 상처 치유 최고 특효약

어떤 의사도 ‘다정함의 힘’ 처방 못해

우정도 연습 필요…잘 들어주기가 핵심

타인과 관계맺기 위험보다 보상이 커

환대 통한 연결, 가치있는 세상 만들어

[북적Book적]고립·불신의 시대, 다정함· 환대가 ‘행복처방’
“성공적인 우정의 비밀은 서로에 대한 존중을 주고받는 것에 있다. “넌 소중한 사람이야”,“난 너를 존중해”,“너의 행동과 경험은 내 마음을 움직여”라는 따뜻한 말은 생각은 물론 기분에도 영향을 미친다.”(‘그럴수록 우리에겐 친구가 필요하다’에서)

약육강식의 자연계에선 강한 개체만 살아남는다고 여겨지지만 진화는 다른 얘기를 들려준다.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개체가 살아남는데, 그 능력은 다름 아닌 남을 짓밟는 게 아니라 다른 수많은 개체와 상호작용하며 도움을 주고 받는 데 있다는 것이다. 강하기만 한 동물보다 함께 어울리고 다정한 동물이 오래 살아남고 번성한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코로나로 고립이 심화된 시대에 혼밥, 혼술, 반려동물 대신 친구와 타인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북적Book적]고립·불신의 시대, 다정함· 환대가 ‘행복처방’

독일의 대표적인 심리 전문가 이름트라우트 타르는 ‘그럴수록 우리에겐 친구가 필요하다’(갤리온)에서 “세상 어떤 의사도 다정의 힘을 처방해줄 수는 없으며, 어떤 약도 친구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없다”고 말한다.

친구는 세상에 다정함이 있다는 걸 알게 하고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절망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갈 힘을 회복시켜 준다.

‘친구 효과’는 적지 않지만 일상에서 우리는 잘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다. 친구와 있을 때 우리는 긴장의 끈을 놓고 오롯이 나로 있을 수 있다. 사회적 관계에서 나에게 기대되는 모습의 가면을 쓰지 않아도 된다.

친구와 시답잖은 얘기를 하는 것 만으로도 답답하거나 외롭거나 힘든 마음이 누그러지고 더 낙관적이 되기도 한다. 이는 단순히 행복 호르몬 때문이 아니라 서로를 향하는 과정에서 되돌아오는 내적 변화에 기인한다.

저자는 특히 여자들의 우정에 대해 각별함을 드러내는데, 비행기 시간이 늦었을 때 잠옷 차림으로 공항까지 데려다 준 친구, 힘든 이야기를 털어놓았을 때 조용히 등을 토닥여 주는 친구, 여행 중 지갑을 잃어버리자 스페인까지 한달음에 달려와 준 친구 등 인생에서 우정이 빛났던 순간들을 공유한다.

행복과 안전함을 주는 우정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가꾸고 보살피고 연습이 필요하다.

우정을 유지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잘 들어주는’ 자세가 중요하다. 고민을 털어놓기 무섭게 해결책을 늘어놓으려는 이들이 많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 얘기를 하다 보면 스스로 무엇이 문제인지 깨닫기 때문에 묵묵히 들어주고 충분히 공감하는 게 먼저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또한 우정을 지속하려면 자신의 외로움을 받아들일 용기도 필요하다. 외로움을 인정하고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어야만 건강한 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친구가 필요할까? 대체로 나이가 들면 친구 사귀기가 힘들어진다, 살아온 패턴과 취향, 사고방식이 굳어지고 가족에게 들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또 나이가 들면 익숙한 것이 좋기 때문에 불편한 걸 참지 못한다. 불평과 비난이 많아진다. 한편으론 나이가 들면 관대해지고 균형감을 갖게 된다. 그런 평정심과 용기는 새로운 우정의 길을 열어준다. 저자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인간에겐 관계를 맺고픈 욕망이 있다고 말한다.

[북적Book적]고립·불신의 시대, 다정함· 환대가 ‘행복처방’

그런가하면 영국 출신의 철학자이자 인류학자인 윌 버킹엄은 ‘타인이라는 가능성’(어크로스)에서 낯선 이, 타자를 향한 환대를 통해 단절된 세계와 다시 연결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아내와 사별하고 실의에 빠져 지내다 친구들로부터 위안을 받고 세계를 여행하며 일면식도 없던 이들에게서 큰 위로를 받은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문학, 철학, 인류학의 통찰을 토대로 환대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낯선 사람을 환대하는 풍습은 고대로부터 어느 곳에나 존재했다. 사람들은 낯선 이를 경계하고 두려워하지만 한편으론 호기심과 흥미, 기대를 갖고 상대방을 반겼다. 한 고고학 연구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들의 화덕 터에는 공동체 외부의 낯선 사람들과 만찬을 즐기며 새로운 관계를 맺은 흔적이 남아 있다.

낯선 만남의 이런 특징은 우리를 딜레마에 빠지게 한다. 특히 낯선 곳에선 이방인으로서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상대방의 친절이 오히려 불편하고 두렵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저자는 파키스탄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낯선 사람이 차를 대접하겠다며 팔을 붙잡고 찻집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당황하고 화가 났던 경험을 전하며, 낯선 사람을 신뢰하는 일이 쉽지 않음을 얘기한다. 낯선 사람을 향한 두려움인 제노포비아는 비이성적 감정은 아니지만 너무 자주 편견과 증오로 굳어진다고 경계한다.

저자는 낯선 만남이 주는 위험보다 얻게 되는 보상에 초점을 맞춘다. 이방인에 대한 환대의 경험이 쌓일수록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넘는 일에 대한 두려움이 줄고 좀 더 열리고 관대한 마음으로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불신과 단절로 현재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있는 외로움과 고독이 코로나로 더욱 악화하고 있다며, 더 큰 문제는 외로움과 고독이 고립을 더욱 강화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는 외로울 때 타인을 가장 불신하는 경향을 보이며, 타인을 불신할 때 가장 큰 외로움에 휩싸인다. 관계를 맺을 가능성은 낮아지고, 위험을 회피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세상의 단절이 심화돼 서로가 서로에게 아무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될 때, 우리는 왜소화하고 변화의 가능성이 사라지게 된다. “낯선 이와의 관계는 곧 미래와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환대는 고독과 불신, 적대를 해소할 뿐 아니라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저자는 “삶을 축소하려는 유혹에 저항하고 이방인이 가져다줄 수 있는 미래를 상기해야 한다”며, 우리가 서로에게 갖는 생명 존재로서의 필요를 느끼고 연결함으로써 살 가치가 있는 세상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그럴수록 우리에겐 친구가 필요하다/이름트라우트 타르 지음, 장혜경 옮김/갤리온

타인이라는 가능성/윌 버킹엄 지음, 김하현 옮김/어크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