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법조계, 사퇴까지 거론
법원 내부 “김명수 인사가 원인”
후순위 대법관을 위원장에 지명
“대법관 선관위원장 겸임 바꿔야”
사상 초유의 부실 선거 관리 문제에 따른 ‘선관위 책임론’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이번 대선 사전투표에서 발생한 혼란을 책임지고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대선 후 거취 표명을 해야 한다는 비판과 함께 현직 대법관이 비상임으로 겸임하는 제도적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4일과 5일 이틀간 치러진 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과정에서 벌어진 부실 관리 논란을 두고 여야 모두 노 위원장과 선관위 책임을 강하게 묻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6일 확대선거대책본부 회의에서 “선관위는 이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전체적인 책임을 질 인사의 즉각적인 거취 표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위원장을 겨냥해 사퇴를 요구한 셈이다. 이튿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대표 발언에 “동의한다”며 “선거를 마무리 끝내 놓고 이에 대해 소관 상임위에서 철저히 점검해야 된다”고 했다.
사전투표 부실 관리 사례가 알려진 후 시민단체들의 잇따른 고발로 법적 책임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다. 법조계에선 그에 앞서 선관위가 대선 자체의 신뢰도를 떨어트린 게 가장 큰 문제고 그에 따른 문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취합한 투표용지를 상자 등에 담아두고, 기표용지를 다른 유권자에게 배부하는 등 행위가 적어도 헌법상 비밀투표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이 자명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은 “선거관리업무를 관장하는 독립된 기관을 대표하고 그 사무를 통할하는 사람으로서 선거업무 종료 후 당연히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나아가 이번 혼란 사태의 진상을 정확하게 조사하여 관련자에 대한 법적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원 내부에선 김명수 대법원장의 무리한 인사가 선거 관리 부실 논란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관례적으로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을 해왔는데, 법원장을 하면서 지방의 선거관리를 해봤거나 법원행정처에 근무하며 사법행정 경험을 쌓은 대법관 중 임기가 어느 정도 남아 있는 선임 대법관에게 맡겨왔다.
하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은 2020년 9월 권순일 대법관이 퇴임하고 중앙선관위원장도 물러나면서 빈 자리에 그간의 관례를 깨고 상대적으로 대법관 임명 순서가 뒤쪽인 노 위원장을 지명했다. 이번 대선일인 9일을 기준으로 봐도 노 위원장보다 임명 순서가 먼저인 대법관이 5명이 있다. 대법관들의 잔여 임기를 고려한 지명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셈이다. 노 위원장은 6개월간 법원도서관장을 맡은 경력이 있을 뿐 법원장이나 다른 사법행정 경험은 없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대법관이 중앙선관위원장을 겸임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은 중앙선관위 위원을 대통령이 임명한 3인, 국회가 선출한 3인, 대법원장이 지명한 3인의 위원으로 구성하도록 하고 위원장은 이들 중 호선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위원장은 그동안 관례적으로 현직 대법관이 맡아왔는데, 기본적으로 대법원 재판 업무를 하면서 중앙선관위원장으로서 선거 관리 업무를 맡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각급 선관위원장 경력이 있는 헌법재판관 출신의 법조인은 “결국 최종 책임자가 선관위원장인데 선거 관리 업무에만 전념하는 것이 아니라 대법원에서 재판을 하지 않나”라며 “대법원 재판은 당연히 중요하고, 선거 관리 역시 중요한데 헌법상 독립된 기관인 중앙선관위원장을 현직 대법관이 겸임하도록 하는 구성 문제를 생각해 볼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임위원을 따로 두지 말고 위원장을 상임으로 하고 대법관이 겸하게 하지 않도록 하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안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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