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러 수출통제 조치 강화
FDPR 적용 국내 주력 품목 여파
최근 러은행 스위프트 결제망 배제
중소기업도 타격 “엎친데 덮친 격”
“그래도 러시아는 ‘불량국가’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거래해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스위프트 제재가 생기더니 수출 품목 제한까지 터져 ‘엎친 데 덮친 격’이 됐어요.”(A 중소기업 대표)
“러시아는 우리나라 제품에 대한 인기가 높은 곳입니다. 향후 미국의 승인이 불허돼 수출 거래선이 막히면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 역시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B 경제 단체 관계자)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미국의 대(對)러시아 수출통제로 국내 기업들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대금 결제가 지연될 위기에 놓인 기업들은 수출 통제 리스크까지 닥칠 경우 ‘이중고’가 불가피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2일 업계 등에 따르면 FDPR(해외직접제품규제) 적용으로 반도체 등 국내 기업 주력 수출 품목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반도체·정보통신·센서·레이저·해양·항공우주 등 57개 품목·기술 분야에서 미국 기술이나 소프트웨어(SW), 장비를 활용한 제품을 러시아에 수출하려면 반드시 미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국이 FDPR 예외 조치 대상국에서 빠지면서 가장 수출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꼽히는 품목은 반도체다. 러시아는 현재까지 마이크로칩을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기술·부품 공급에 FDPR이 적용되면 모든 반도체 장착 제품은 미국 상무부 공업 및 안전국(BIS)의 엄격한 ‘최저함량계산준칙’에 의거해 러시아로의 수출이 원칙적으로 차단된다.
SBS컨설팅에 따르면 이를 어길 경우 해당 기업은 미국 정부에 의해 ‘제2차 제재’에 처할 수도 있다. 미국의 최저함량계산준칙에 준해 수출이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복잡한 절차와 비용으로 수출 단가가 150~250%까지 높아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앞서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 등이 러시아 은행들을 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추가 제재를 발표한 점 역시 국내 업체들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스위프트는 국제 금융거래와 결제 업무 등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스위프트는 수출을 하는 기업 중에 이용하지 않는 기업이 없을 정도로 상당히 영향력이 있는 시스템”이라며 “최근 스위프트에서 실제로 대형 러시아 은행들이 퇴출되고 있는 것으로 들었는데, 이 경우 러시아로 수출한 데 따른 자금 결제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어 불안이 크다”고 말했다. 러시아 은행과의 대금 결제가 어려워지면 거래 비용이 뛸 가능성이 높고, 최악의 경우 대러시아 교역 자체가 중단될 위험도 있다.
당장 기업들은 뾰족한 해법이 없어 난감한 입장이다. FDPR 적용으로 수출 신청부터 승인까지 이뤄지는데 최소 2~3개월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FDPR 예외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며 “코트라 등에 문의해 빨리 상황을 파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지헌·원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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