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전세대출 금리 3.45~4.95%

반년 전 2~3% 선에서 두 배 가까이 상승

시중 전월세전환율과 비슷한 수준

전세나 월세나 세입자의 비용 부담 비슷해져

대출이자보다 월 임대료가 저렴한 사례도

두배 뛴 전세대출 금리…“차라리 월세 살게요” [부동산360]
서울 시내 한 시중 은행 앞에 전세자금대출 상담 전용 창구 안내문이 걸려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정부의 돈줄죄기가 전세의 월세화 현상을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대출규제 강화로 대출받기가 어려워진 데다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대출이자가 오르다 보니 전세 대신 반전세나 월세를 택하는 세입자가 늘어나고 있다.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임대차 시장의 중심축이 전세에서 월세로 옮겨가는 구조 변화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금융감독원 금융상품통합비교공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현재 3.45~4.95% 선으로 5%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부산·전북은행의 경우 최고금리 기준 5%대에 이미 진입했다. 한국은행의 첫 기준금리 인상 직전인 지난해 6~7월 2~3%대를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불과 반년 새 법정 전월세전환율인 3.25%를 넘어섰고 시중 전월세전환율과 비슷한 수준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전국의 아파트 전월세전환율은 한국부동산원 집계 기준 4.5%다. 서울은 4.1%로 그보다 0.4%포인트 낮았다. 월세비중이 높은 빌라(다세대·연립주택)의 경우 전국과 서울이 각각 4.8%, 3.8%로 집계됐다. 전세 보증금 일부를 대출받아 이자를 내는 비용이나 대출금액만큼을 월세로 전환해 임대료를 내는 비용이나 비슷하다는 얘기다. 최고금리를 적용받을 경우에는 이미 월 임대료가 대출 이자보다 저렴하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 등으로 은행의 대출금리가 더 오를 경우 월 임대료가 대출 이자보다 싼 역전현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월세전환율은 전세 보증금을 월 임대료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비율이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월세 전환에 따른 부담이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대출 금리가 전월세전환율 선까지 오르면서 이자와 월 임대료 부담이 비슷해졌다. 신용도가 낮은 사람의 경우 월세가 유리한 상황”이라며 “특히 빌라, 도시형생활주택 등 소규모주택은 월 임대료에 주택 유지관리 비용이 일부 포함되기도 하는데 금융비용 이외의 요소까지 고려하면 월세가 전세보다 나은 임대차 사례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출이자 부담 확대가 전세의 월세화를 부채질할 것으로 전망했다. 집주인뿐 아니라 세입자까지 월세를 선호하게 되면 안 그래도 줄어들던 전세가 더욱 빠르게 소멸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월세 비중은 개정 임대차법 시행, 부동산 보유세 강화 등의 여파로 빠르게 늘어가는 추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의 주택 전월세 거래량은 총 21만5392건으로 46.1%인 9만9403건이 월세였다. 당시 월세거래량은 전년 대비 32.3%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는데 같은 기간 전세거래량 증가율은 월세 지표의 3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7.3%에 불과했다.

다만 급격한 월세화 흐름이 월세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전세·매매가까지 밀어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부동산시장 동향 보고서를 보면 전셋값 오름세가 크게 둔화된 가운데 준월세·준전세의 경우 가격 상승 폭이 확대되는 경향이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KDI는 “전셋값에 대한 부담,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전세수요가 월세로 이동한 데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위원은 “지금까지는 통상 집주인의 요구로 전세가 월세로 전환됐는데 최근의 특징은 집주인과 세입자의 이익이 서로 일치하면서 보증부 월세를 선택한다는 것”이라며 “임대차시장이 월세 중심으로 더 빠르게 바뀌어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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