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월트디즈니컴퍼니를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키운 밥 아이거(70) 회장은 21일(현지시간) 다른 사람의 의견을 너무 무시한다고 스스로 느낀 뒤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는 걸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작년 2월 CEO 자리를 밥 체이펙에게 물려줬다. 회장직도 글로벌 투자사 칼라일그룹 출신 여성인 수전 아널드에게 넘기고이달 말 퇴임한다. 2005~2020년까지 디즈니 CEO를 역임하면서 ‘디즈니 왕국’을 세운 ‘경영의 신’이 물러날 때를 어떻게 판단했는지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아이거 회장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덜 경청하고, 덜 참기 시작했다. 아마 내 의견에 지나치게 자신감을 갖게 됐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논쟁을 이미 들었기 때문에 동료의 요점을 무효로 하는 일이 많아졌다”면서 “시대가 변했는데, 너무 빨리 ‘노(No)’라고 했다”고 되짚었다. 이어 “다른 이들의 의견을 더 무시하게 됐고, 그건 시간이 됐다는 초기 신호였다. 내가 떠나는 원인을 제공한 요인이었다”고 고백했다.
아이거 회장은 “세상은 극적으로 변하고 있고 회사의 CEO는 이런 모든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며 “밥 체이펙은 아마 나와 다르게 변화를 다룰 거고, 일반적으로 말해 변화가 반드시 나쁜 건 아니다”라고 했다.
CNBC는 아이거 회장과 디즈니 이사회가 지난해 2월 CEO직을 밥 체이펙에게 넘긴다고 발표했을 때 시장이 놀랐다고 했다. 아이거 회장은 2015~2016년과 2018년 은퇴 계획을 세운 뒤에도 CEO 계약을 계속 연장했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회사를 떠나는 거라고 봤다면서다.
아이거 회장은 인터뷰에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Pixar·2006년), 마블엔터테인먼트(2009년), 루카스필름(2012년) 등 굵직한 회사를 인수할 수 있었던 비결도 들려줬다. 디즈니는 이들 3개 회사 인수에 약 150억달러(약 17조8950억원)를 들였고, 덕분에 지식재산권 거물로 올라섰다.
그는 애플과 픽사를 만든 고 스티브 잡스, 영화 ‘스타워즈’를 제작한 조지 루카스 등 디즈니가 인수한 회사의 설립자와 개인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고 전했다.
아이거 회장은 “내가 직접 거래를 한 건 아니지만 어떤 경우엔 일대일로 가능한 한 솔직하고 진정성 있게,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이어도 관계 발전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독특했다”며 “인수를 완료한 뒤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고 설립자를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픽사 인수를 최고의 결정으로 꼽은 그는 자택에서 잡스 부부와 저녁식사를 한 일화를 소개하면서 “거래는 디즈니와 픽사를 위해 옳은 일이었다며 잡스가 건배를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