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등기정보광장 분석

올해 0.69% 외국인이 매입

중국이 압도적 1위

2019년 제외하고 계속 늘어나는 추세

K-부동산에 대한 투자 목적도 있는 것

정부 다주택자 겨누는 사이…부동산 쓸어 담는 중국 투자자 [부동산360]
서울 송파구 잠실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연합]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팬데믹이 한창인 올 한 해 외국인들의 국내 부동산 매입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 세계적인 통화 완화 기조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을 무기로 외국인들이 국내 부동산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판단하고 공격적인 매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국내 투자자들에 대한 강력한 규제의 틈새를 비집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지적 속에 외국인의 부동산 매입과 관련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1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국내 부동산 매매 총 276만 9040건 중 외국인이 매수한 건수는 1만9372건(0.69%)에 달했다. 12월을 한 달 남긴 시점에서 지난해 연간 외국인이 사들인 총 1만9371건을 넘어서는 수치다.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입은 전체 매매 건수 대비 1% 미만이지만 코로나19 확산 첫해인 2019년을 제외하고 최근 5년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외국인이 사들인 부동산은 2017년 1만5385건에서 2018년 1만7843건으로 늘어나다가 2019년에는 1만7494건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지난해 1만9371건으로 재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입은 실거주 목적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른바 ‘K-부동산’에 대한 투자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본다.

국적별로는 중국이 압도적인 1위였다. 코로나19 와중에도 해외 부동산 투자 열기가 식지 않는 중국이 가장 많았고, 그 뒤를 미국과 캐나다가 이었다. 올해 중국인들은 11월까지 국내 부동산 1만1594건을 사들였다. 전체 외국인이 산 1만9372개 부동산의 59.8%에 해당하는 숫자다. 같은 기간 미국인은 2548건을, 캐나다인은 700건을 매입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부동산에 대한 외국인 선호도가 높아진 데 대해 K-팝 등으로 인한 높아진 국내 위상과도 관련이 있다고 해석한다. 또 서울내에서 주로 중국 동포가 다수 거주하는 구로구(224건), 금천구(224건), 영등포구(214건) 다음으로 강남구(156건)를 매입한 외국인이 많다는 점도 국내 부동산을 실거주 목적이 아닌 수익 창출을 위한 투자처로 보고 있다는 것으로 분석한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서울은 이미 세계 10대 도시 안에 들어갈 정도로 외국인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만약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최근 높아지는 한국의 위상과 함께 더 크게 늘었을 수 있다”고 했다.

전체 부동산 거래의 1%에도 못 미칠 정도로 적은 거래량에도 외국인들에게 다주택자 중과세 등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점에서는 규제를 꼼꼼하게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출부터 세금까지 각종 규제로 내국인 부동산 거래는 크게 위축된 반면 외국인들의 거래는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인들이 대출 규제를 피해 부동산을 사들이고, 편법으로 세금 중과까지 비껴가면서 내국인 규제 반사이익을 거둔다는 비판도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세금 중과는 세대별 합산으로 적용하는데, 해외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세대원 파악이 어려워 세금 규제를 피해갈 수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아직은 그 규모가 작지만 만약 외국인들의 국내 부동산 투자가 확대돼 시세를 올려놓는다든지 시장을 혼탁하게 하는 경우에는 (외국인들을 상대로) 부동산 거래 허가제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며 “해외에서 대출을 받아 국내로 자금을 가지고 오는 외국인과 국내 매수자 사이에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 다주택자 겨누는 사이…부동산 쓸어 담는 중국 투자자 [부동산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