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아파트 한 달 가격 상승률, 중소형·소형의 3배
신고가 강남·몸값 낮춘 강북 아파트 동시 발생도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주택 시장 고점 논란 속 초양극화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강남과 대형은 더 오르고, 강북과 소형은 주춤하면서 가격차가 더욱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15일 KB부동산 주간매매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4주간 전국 아파트 전용면적별 가격상승률은 135㎡초과 대형이 0.76%로 102㎡초과 135㎡이하 중대형 0.5%, 85㎡초과 102㎡이하 중형 0.48%, 60㎡초과 85㎡이하 중소형 0.52%, 60㎡미만 소형 0.49%를 크게 웃돌았다.
대형 평형 쏠림 현상은 서울 아파트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서울 135㎡ 초과 아파트 가격이 4주간 0.92%오를 때 중대형은 절반에도 못미치는 0.42%, 중형은 0.23% 오르는데 그쳤다. 중소형과 소형 역시 0.33%와 0.3%로 대형 아파트 가격 상승률의 ⅓에 불과했다.
지역별 쏠림 현상도 확연하다. 서울 강북지역 대형 아파트 가격의 4주간 상승률은 0.46%로 강남 1.06%의 절반에 못미쳤다. 심지어 이 기간 대구광역시의 대형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0.02%로 하락하기도 했다. 하반기에도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인천과 경기도 대형 아파트 역시 상승률은 각각 0.45%와 0.87%로 서울 강남지역에 못미쳤다.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역시 마찬가지다. KB부동산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증감률은 지난 6일 기준 서울 강동구가 0.39%, 서초구가 0.37%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 1, 2위를 기록했다. 강남구도 0.12%로 서울 전체 평균 0.1%를 웃돌았다.
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 아파트가 주로 몰려있는 노·도·강 3구는 노원구 0.01%, 도봉구 0.06%, 강북구 0.03% 등으로 강남과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 동대문구와 마포구, 관악구 등에서는 아파트 가격이 지난 한 주간 보합(0.0%)에 머물기도 했다.
실제 강남 래미안 대치팰리스 92㎡의 경우 이달 초 33억원의 가격에 거래가 신고되기도 했다. 이전 거래 대비 4억원이 오른 신고가다. 서초구에서 종전 27억원에 거래됐던 신동아아파트 1차 132㎡도 이달 초 3억원 가까이 오른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종전 시세보다 8000만원에서 1억원까지 몸값을 낮춘 팔자 물량이 나오고 있는 노원구 상계동 아파트 단지들과는 정 반대 흐름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이 같은 아파트 가격 양극화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실수요 서민들의 구매력은 감소하는 반면, 다주택 규제 등을 회피하기 위한 현금 부자들의 ‘똘똘한 한 채’ 찾기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WM사업부 부동산 수석위원은 “금리인상과 DSR규제 조기 시행 등으로 구매력 있는 실수요는 감소하는 반면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 현금 자산가들의 똘똘한 한 채 갈아타기나 증여 등의 수요는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수석위원은 “모든 주택의 유형이 다 같이 오르는 시장은 저물고 지역별, 단지별로 매도우위와 매수우위 시장이 나눠지는 초양극화 장세가 예상된다”며 “강남3구나 용산, 과천, 분당 등은 꾸준한 수요로 안정적인 상승세가 예상되지만, GTX 교통 호재만으로 가격이 급등한 일부 경기 지역은 조정이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