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만 아는 SNS에 직원들 롤링페이퍼에 “마음이 고맙다” 게시
최근 삼성전자 사장 승진 인사 당시 삼성전기 직원들에 “고맙다” 눈물
삼성전기 직원들 아쉬워하는 글 줄이어…15일 삼성전자서 온라인 소통 시작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마음이 고맙다”
경계현 삼성전자 신임 DS부문장(사장)은 지난 2015년 4월 자신의 사회연결망서비스(SNS)에 롤링페이퍼 사진 한장을 올리며 이같이 게시글을 남겼다.
언제 작성됐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삼성전자에서 팀장으로 일할 당시 경 사장이 직원들로부터 받은 듯해 보이는 롤링페이퍼였다. 여기에는 “팀장님 덕분에 야근이 즐거웠습니다. 치킨, 떡튀순 정말 잘 먹었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야식도 맛있었지만 팀장님과 얘기할 수 있는 자리여서 너무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팀장님!” 등 직원들이 볼펜으로 꾹꾹 눌러쓴 19개의 짧은 글귀들이 담겼다.
화려하게 색칠한 것도 없이 하얀 종이에 글자들이 듬성듬성 적힌 모습이었지만, 경 사장은 소수의 지인들만 보는 해당 SNS에서 직원들의 정성에 대한 감사함을 표했다.
경 사장은 지난 7일 삼성전자로의 인사 이동을 알리는 삼성전기 사내방송에서도 “그동안 고마웠다”고 직원들에게 인사하며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어 사내망에 “코로나로 인해 힘든 상황에서도 임직원들의 열정과 노력 덕분에 올해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는 고별사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는 경 사장을 떠나보내는 아쉬움을 표현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오히려 삼성전자 직원이 “(경 사장이 소통을 잘한다는 식의 얘기가 언론 등 외부에서 나오니까, 실제로는 안 그런 사람일까봐) 더 걱정된다”고 표현하자, 삼성전기 측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오히려 더 경 사장을 칭찬하는 글을 달기도 했다.
이들은 ‘3년은 하고 가실 줄 알았는데 너무 아쉽다, 실제로 경 사장이 고별하시는 데 울컥하는 경험 처음으로 했다, 15년 간 근무하면서 은연 중에 ‘님’이라고 꼭 부른 유일한 분이다,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확실히 알고 흔들림 없이 모두가 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소통하고 공유해준 분이다, 앞으로 살면서 내가 속한 조직에 이런 분이 또 있을까 싶다’ 등 내용을 줄줄이 댓글 형식으로 달았다.
경 사장 부임 이후 삼성전기에서는 임직원이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썰톡’이 80여회 가량 진행됐다. 경 사장 역시 한달에 한번 이 소통에 참여하며 진솔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평소 “좋은 회사는 고객뿐 아니라 직원이 회사에서 어떤 경험을 하는지 고민하는 회사”라고 강조해왔다고 한다.
삼성전기 재직 당시 업무 성과 우수자뿐 아니라 ‘소중한 리더상’ ‘소중한 동료상’ ‘모두의 존중상’ 등 조직문화 변화를 위해 노력한 임직원에게 상을 최대한 수여했고, 사내 커뮤니티에 익명 게시판을 신설하거나, 디제이(DJ)처럼 사내 방송에서 직원들이 보낸 사연을 읽고 음악도 틀어주었다고 한다.
15일 경 사장은 온라인을 통해 삼성전기에서 진행했던 썰톡과 비슷한 형식으로, 경영진과 직원 간 비대면 대화를 삼성전자에서도 진행할 예정이다.
전날 그는 삼성전자 DS 부문 사내 게시판에 처음으로 글을 올리며 임직원에게 3가지 사항을 당부했다. ▷리더들에게 직원들이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 ▷임직원 개개인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하게 해줄 것▷ 데이터에 근거한 조직 운영을 해줄 것 등이다. 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 안에 신설되는 ‘코퍼레이트 플래닝(corporate Planning)팀’ 등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한편 경 사장은 지난 2016년 ‘한국을 빛내는 70인의 서울공대 박사’에 선정됐던 인물이다. 메모리 반도체 D램의 주력 제품인 DDR2, DDR3 D램의 개발과 더불어, 2013년 세계 최초 3차원 입체 형태의 V낸드를 개발한 점을 인정받았다.
지난 7일 삼성전자는 사장단 승진 인사를 내며 그에 대해 “2020년부터 삼성전기 대표이사를 맡아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며 역대 최대실적을 견인하는 등 경영역량을 인정받아 반도체사업의 기술 리더십을 발휘하며 부품 사업 전반의 혁신을 도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