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커피에 카페인을 없애야겠어”
커피 시음가였던 아버지의 이른 죽음이 과도한 카페인 섭취라고 여긴 독일의 루드빅 로젤리우스(Ludwig Roselius) 상인은 최초로 디카페인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디카페인 커피 추출방법이 다양하게 발전되면서 현재 디카페인은 커피 메뉴의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최근에는 숙면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디카페인 커피를 찾는 이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수요가 높아지면서 이전보다 디카페인 커피에 대한 관심이나 궁금증도 많아졌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과연 디카페인도 커피 효능이 있을까라는 의문이다.
학계에서는 커피안에 들어있는 폴리페놀과 클로로겐산 등의 항산화 물질이 세포 노화를 막고 항암작용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디카페인 역시 카페인을 제거하는 복잡한 과정에서 약간의 소실이 있지만 클로로겐산, 폴리페놀 등의 성분이 남아있다. 따라서 이러한 성분 때문에 질병을 예방한다는 연구결과는 디카페인 커피에도 적용될 수 있다.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 종합암센터의 스티븐 그루버 박사는 디카페인 커피, 인스턴트 커피 등 모든 종류의 커피가 대장암 예방에 도움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커피를 하루 1~2잔 마시는 사람은 이보다 적게 마시는 사람에 비해 대장암 발생률이 26% 낮게 나타났다. 이는 커피의 종류에 상관없이 나타난 결과였다. 디카페인도 그 효과가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간 건강에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미국국립암연구소 연구팀에 따르면 일반 커피와 디카페인 커피의 구분 없이 커피를 하루 3잔 이상 마시는 사람은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간기능 효소의 혈중 수치가 낮게 나타났다.
디카페인 커피만으로 실험한 연구도 있다. 뉴욕 마운트 시나이 의대 연구팀은 생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디카페인커피에 뇌의 노화를 막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울리오 마리아 파시네티 교수는 “디카페인 커피에도 인식 능력을 촉진하는 폴리페놀이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디카페인커피는 카페인이 체내에서 일으키는 영향은 기대할 수 없다. 항산화물질은 들어있지만 카페인이 제거됐기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집중력을 높이는 각성효과나 운동수행 능력 향상, 신진대사 향상 등이 이에 해당된다. 동시에 과도한 카페인으로 인한 불면증이나 소화기 질환 유발 등과 같은 부정적 영향에서도 보다 자유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