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도로의 77%는 폭 12m 미만 소로
면적기준 3위 도봉구, 도로·교통 세출은 꼴찌
“생활도로 표준매뉴얼 마련, 공통 적용해야”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서울에서 주택가 이면도로에 많은 폭 12m 미만의 ‘생활도로’가 자치구 재정력이 낮은 강북 지역에 더 많이 산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도로는 쓰레기 무단투기, 보·차도 혼재로 인한 교통사고, 노상 범죄 등의 위험이 높은 만큼 재정여력이 약한 자치구에만 맡길 게 아니라 서울시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와 눈길을 끈다.
17일 서울연구원의 ‘서울시 생활도로 관리실태와 개선방안’에 따르면 2019년 말 현재 서울 전체 도로 중 일 폭 12m 미만의 작은 도로는 연장기준 76.8%, 면적기준 41.3%를 차지하며, 주로 저층 주택가와 상가밀집지역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특히 폭 12m 미만 도로 중 소방차가 지날 수 있는 소방도로 기준 폭 4m 미만 도로가 연장 기준 24.0%(면적 11.4%)에 달해 경각심을 높인다.
생활도로의 자치구별 분포를 보면 연장기준으로 양천(88.0%), 성북(87.1%), 광진(82.3%), 관악(82.1%), 성동(81.8%), 도봉(81.5%) 순으로 높다. 면적기준으로 양천(58.6%), 성북(56.1%), 도봉(53.8%), 광진(53.1%), 은평·관악(49.8%) 순으로 높다. 모두 구시가지가 발달한 지역이다.
자치구의 재정자립도와 재정자주도 3년간 평균값과 소로(小路) 비율의 상관관계를 비교해본 결과 재정력이 낮은 자치구일수록 소로율이 높은 경향을 띠었다.
도로·교통 부문 세출 비율이 가장 높은 자치구는 강남구(5.8%, 572억원)였으며, 가장 낮은 자치구는 도봉구(2.6%, 281억원)였다. 도봉구의 경우 생활도로 정비와 유지관리 필요성이 높지만 재정 지출은 따라가지 못했다.
한편 만 15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에게 생활도로 안전도에 관해 물은 결과 생활도로가 ‘위험한 편’이라고 인식하는 응답이 35.2%로 가장 높았다. 위험요소로는 교통사고(84.1%), 재난·사고 발생시 신속한 대응 곤란(80.0%), 넘어짐·미끄러짐·추락(60.1%), 범죄(46.0%) 등이 꼽혔다.
생활도로 중점 개선 사항으로는 불법 주정차·노상적치물 단속(46.2%), 보행자 편의·안전시설(43.4%), 폐쇄회로(CC)TV(40.6%), 도로청소 및 쓰레기 투기 단속(33.1%), 야간조명(29.3%) 순으로 많았다.
서울연구원은 “시민 일상생활과 직결되고 보행자 안전과 편의가 우선돼야 하는 생활도로를 유지관리하는 표준화된 매뉴얼을 마련하고, 25개 자치구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자치구와 협의해 생활도로 정비·관리를 위한 장단기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지원방안에 대한 로드맵을 마련해야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