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1~2인가족이 표준가족인 시대

나 홀로 삶 채워줄 대안주택 필요

“다양한 이름의 공유주택은 이미 대세”

표준은 변한다. 시대 흐름에 맞춰 수정된다. 급격한 가족 변화가 대표적이다. 전업아빠·가사엄마와 2인 자녀의 4인형 표준가족은 설 땅을 잃었다. 어느새 가장 비중이 높은 가족의 표준모델은 1인 가구가 됐다. ‘나 홀로 가족’의 일반화다. 실제 우리나라 주민등록상 1인 가구는 40%를 넘겼다. 2338만가구 중 937만가구다. 표준가족이던 4인 가구(19.0%)는 2인 가구(23.8%)보다 숫자가 더 적어졌다(2021년 9월). 혼자 혹은 둘이 사는 집이 모두 합해 64%에 달한다. 이로써 4인 가족은 역사 속 한때의 표준모델로 변했다.

가족 구성의 미분화는 시대 현상이다. 4인 가족의 고루한 정상 가족 이미지는 파기해야 할 대상이다. 대신 새롭게 표준가족으로 등극한 1인화의 파급 영향을 고려할 때다.

가족의 변화는 생활 양태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1인화라는 기준 변화는 사회·경제·문화 등 생활 전반에 ‘뉴노멀’을 요구한다. 청년도, 노인도 웬만하면 ‘나 홀로’란 점에서 연령 파급력도 광범위하다. 1인 가구가 만들어낼 새로운 욕구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집도 그렇다. 가족 변화는 주거모델의 수정을 낳는다. 4인 가족이 표준모델일 때의 집은 1인화에 어울리지 않는다. 아파트 평면도조차 시대 변화·가족 욕구에 맞춰 급격히 바뀌는 판에 1인화에 부합되는 신규 모델은 시급한 해결과제다. 나 홀로 삶에 기존의 판박이형 중대형 크기는 맞지 않다. 토끼집처럼 초소형도 선호되지 않는다.

‘따로 또 같이’…이젠 테마형 셰어하우스 시대 [부동산360]
텃밭이 있는 일본의 한 셰어하우스.

▶다양한 공유주택 유형의 등장=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따르는 법. 유력한 대안공간으로 셰어하우스(Share House)가 있다. 한 집에 여러 명이 거주하는 ‘공유주택’ 스타일이다. 나 홀로의 이유와 한계를 적절히 해소·보완해주는 새로운 집의 제안으로 통한다.

셰어하우스는 인구·가족 변화가 만들어낸 새로운 집이다. 홀로 자되, 뭉쳐 사는 가족 효용과 경제적 지불능력 및 가치관의 변화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피붙이의 혈연가족이 동일 공간에 모여살던 시대는 지나갔다. 이는 한국만의 경로 이탈(?)이 아닌 세계적인 조류다.

가족 해체의 끝물에서 연대공간에 공들인 대안적인 주거형태로 셰어하우스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영국·독일 등 북유럽을 필두로 일본에서도 ‘독립 공간+공용 공간’을 적절히 섞은 셰어하우스는 확대된다. 한국처럼 집값상승이 위협적인 인구밀집형 도시공간에서 셰어하우스는 특히 1인화에 어울린다.

명칭은 다양하다. 공유주택·집합주택·코리빙(Co-living)하우스·컬렉티브(Collective)하우스 등으로 불린다. ‘따로 또 같이의 공간 및 생활 공유’는 공통적이다. 방은 혼자 쓰되, 거실·주방은 함께 쓰는 게 대전제다. 단순한 공간 공유를 넘어 다양한 관계 확장으로 진화도 이뤄진다.

지향과 욕구가 10인10색인 개별 수요에 맞춘 공유 실험도 한창이다. 아직은 청년 등 현역 세대에 눈높이를 맞추는 경향이 강하다. 예컨대 사무공간을 공유오피스로 넣은 ‘코워킹하우스’가 있다. 노마드족이나 플랫폼 종사자·전문직 등이 타깃이다. 입주민이 주최·참가하는 특기·취미형 문화활동도 화제다. 베이비부머의 대량 퇴직과 맞물려 고령친화적인 셰어하우스도 준비 중인 곳이 많다.

셰어하우스는 장점이 많다. ▷친구보다 가깝고 가족보다 자유로운 멤버십 ▷한 번은 살아보고 싶은 집 ▷평범한 하루하루가 특별해짐 ▷큰돈 들이지 않고 가방 하나로 이사 끝 ▷무거운 가사 부담의 종료 ▷심플해진 생활 ▷같은 가격으로 좋은 집 거주 ▷누구든, 몇 살이든 오픈 ▷소유의 기쁨보다 큰 공유의 행복 ▷생활 속 인연 연결 등이다(‘나는 셰어하우스에 산다’).

하나같이 가족 구성이 힘들고 경제력이 빈약한 청년에게 설득되는 메리트다. 즉 ‘냉엄한 현실→셰어하우스→꿈꾸는 지향’의 연결구도다. 완벽하진 않아도 나 홀로 삶의 부족한 점을 많이 보충해주는 대안공간으로 보인다. 함께 사니 갈등관계나 마찰도 있겠지만 얻는 효용·가치에 비하면 유리한 점이 많다.

‘따로 또 같이’…이젠 테마형 셰어하우스 시대 [부동산360]
일본의 여성 셰어하우스 피트니스 공간.

▶가족 대체 공간의 탄생=일장일단이 있는 건 당연한데 더 중요한 건 수요가 얼마나 있느냐다. 시장은 수요에 맞춰 성장한다. 셰어하우스가 다양해지고 차별화되는 근거다. 최근엔 지불능력에 맞춰 차별화된 셰어하우스가 늘었다. 차등적인 미세 욕구를 강조한 진화모델도 생겨난다. 역세권·고비용부터 변두리·최소화 모델까지 다양하다.

중요한 건 셰어하우스가 고립적 개인과 가족적 타인의 매개 공간으로 승격됐다는 것이다. 혼자는 외롭고 함께는 힘들다고 아예 가족 기능을 포기하기보다 타인의 가족화로 적절한 효용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셰어하우스는 한국에선 2010년부터 하나 둘 생겨나 현재 1000곳 이상 존재한다. 문화예술인, 청년 등 특정 연령대나 계층을 위한 셰어하우스도 하나 둘 생기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특정 테마에 주목한 ‘특화형 셰어하우스’가 인기다. ▷직장인 ▷장기 입주 ▷2030세대 등 입주 조건을 한정해 결속력을 높이는 식이다. 독립·도회적인 생활보다 관계·대화 수요가 강조된다. ‘저가’에서 ‘가치’로 무게중심이 이동한 형태다. 가령 소에이(松栄)건설은 파리의 다락방을 테마로 한 여성 한정 셰어하우스를 제공해 화제를 모았다. 엄마 캐릭터를 채용한 가사 서비스도 제공된다. 지하에 밝고 널찍한 전면거울이 붙은 전용공간과 운동장비를 갖춘 피트니스형 셰어하우스를 공급한 린오모리(凛omоri)란 회사도 주목받고 있다. 24시간 원할 때 운동하며, 다이어트 등 특정 목적별로 모임까지 결성해준다. 일본 토지건물이란 회사는 고가의 음악장비를 갖춘 음악스튜디오형 특화 셰어하우스로 유명하다. 텃밭농원을 붙여 자급자족의 셰어하우스를 내세운 아르덴(ARDEN)마츠도(松戸)의 실험도 독특하다.

셰어하우스는 ‘헤쳐 모여’가 전제된 생활공동체다. 가족 기능을 일정 부분 필수로 장착한다. ‘공유’에서 ‘교류’로 가족 효용을 심화하는 형태다.

비용은 부족하지만 가족 효능은 원하는 ‘MZ세대’의 독립을 위한 욕구와 맞아떨어진다. 연결되나 얽매이지 않는 공간·경제·정서적인 라이프스타일 추구모델이다.

‘따로 또 같이’…이젠 테마형 셰어하우스 시대 [부동산360]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미혼 청춘만의 수요는 아니다. 냉정한 가족 분화와 세대 부조적인 복지 시스템이 약화된다는 점에서 중고령 인구의 자발·자의·임의적인 동맹 가족 형성 수요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방 농촌의 마을회관은 일찌감치 셰어하우스로 전환됐다.

이런 맥락에서 셰어하우스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단순한 타인 간 동거를 넘어 특정 취미·관심사에 특화된 주택이 공급된다면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특히 입주 조건을 제한해 동질감·공감대를 넓히면 수요는 폭발할 수 있다.

한지붕 각자 가족의 새로운 주거 스타일은 낯설지만 이유 있는 트렌드다. 단순한 공간 공유를 넘어 완벽한 가족 유대를 지향하는 시대욕구와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셰어하우스의 본격적인 부각은 달라진 주거 욕구를 읽어낸 틈새 전략과 맞닿는다. 혼자 사나 가족을 원하는 현대인의 이중적인 수요지점을 발굴해낸 것이다. 1인 가구가 늘면 소형·근린적인 주거 혁신과 함께 고독·소외를 치유해줄 일상적인 필요까지 채워줄 수 있다.

공급자 입장에선 다양한 유형을 공급할 수 있다. 단순히 저가 실속만 따지지 않아도 충분히 수요는 있다. 청년, 고령 모두 1인 가족이 대세가 된 시대라면 단순히 저렴한 것만 공급하지 않아도 된다. 프리미엄 가치실현 혹은 가족사랑의 대체 수요라면 얼마든 지갑을 열 수밖에 없다. 가족의 변화는 주거모델이 달라진 것처럼 시장 판세와 소비 유형을 바꾼다. 주도면밀한 고객 관찰과 욕구 확인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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