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硏 등 상용화 기술개발 가속

생분해·친환경...플라스틱 새로운 길
바이오플라스틱 핵심원료 생산 촉매 시스템을 개발한 화학연 황영규(왼쪽) 박사와 황동원 박사.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 노트북 등의 외피는 고강도 플라스틱인 폴리카보네이트로 이뤄져 있다. 자동차나 대중교통의 소재도 금속 부품을 제외하고는 모두 플라스틱이다. 장판, 벽지, 커튼, 창호, 신용카드는 PVC로 만들어진다. 청바지, 티셔츠 등의 의류와 가방, 생수병 용기는 PET라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다. 마트나 편의점의 식료품 소포장 용기도 대부분 플라스틱이다.

하지만 편리함이라는 플라스틱의 유용성 뒤에는 환경 호르몬이라 부르는 내분비 교란물질과 플라스틱 쓰레기 양산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이 수반된다.

플라스틱은 미생물이 분해할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 자연에서 분해되는 시간이 매우 길다. 국내 상황도 심각하다. 2018년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지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미세플라스틱으로 오염된 지역 2위와 3위에 인천과 낙동강 하류가 꼽혔다.

플라스틱 사용 규제를 위해 국내에서도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전면 혹은 부분 사용 금지 정책이 나온 이유다.

국내 기업들도 ESG 경영 확산과 함께 식품, 유통 등을 중심으로 플라스틱을 저감하기 위한 친환경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표 커피브랜드 스타벅스는 전국 매장에 다회용(리유저블) 컵을 도입해 오는 2025년까지 일회용컵 사용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같은 스타벅의 발표는 환경단체로부터 ‘그린 워싱’(위장 환경주의)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대부분 다회용 컵의 재질은 폴리프로필렌(PP)으로, 일회용 포장재 및 배달용기로 사용하는 일반 플라스틱이라는 이유에서다. 다회용 컵으로 대체해도 결국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어 플라스틱 쓰레기 양산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이야기다.

또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자연에서 100% 생분해돼 수질을 오염시키지 않는다는 주방세제 광고가 부당광고 사례에 해당한다고 발표했다. 세제의 세척력을 위한 주요 성분인 계면활성제는 수질오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양산 문제의 해법은 결국 생분해되는 친환경 플라스틱 실용화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 견해다.

이런 가운데 일상생활 속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페트병을 친환경 플라스틱으로 대체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한국화학연구원 황동원·황영규 박사팀은 페프(PEF)의 핵심원료 생산기술을 개발했다. 페프는 페트병을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플라스틱이다. 연구팀은 페프의 출발물질인 글루코스를 프럭토스로 바꾸는 촉매 공정을 만들었다. 이 촉매는 기존 공정에 쓰이는 효소보다 저렴하고, 재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은 공정을 두 단계에서 단일 공정으로 간소화했다. 비용도 기존 효소 공정과 비교해 50%나 줄였다.

기술사업화가 진행되고 있는 친환경 플라스틱 기술도 있다. 바로 식물성 성분인 ‘아이소소바이드’를 이용해 고강도·고내열성의 투명 바이오플라스틱을 만드는 기술이다. 화학연 황성연 박사팀이 개발한 이 기술은 국내기업 일광폴리머에 이전됐다. 이 친환경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제조기술은 환경 호르몬이 없고 강도가 높으며, 고온에서 견디는 내열성도 매우 높다.

또 화학연 신지훈 박사 연구팀은 친환경 생분해성 플라스틱 고분자로 주목받고 있는 폴리락타이드(PLA)의 깨지기 쉬운 기존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생분해성 가소제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탄소배출 없이 더욱 잘 분해되고 유연하며, 다양한 활용도를 가진 생분해 플라스틱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구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