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신경과 김병조 교수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박사가 앓고 있었던 것으로 잘 알려진 루게릭병(근위축석측삭경화증,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은 운동신경세포가 파괴되고 전신근육에서 진행성 마비와 위축이 발생하면서 수년 내에 사망에 이르는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루게릭병은 중추신경계의 운동신경세포가 사멸하면서 전신의 근력 저하가 빠르게 진행되는 대표적인 신경퇴행성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발생 원인과 치료방법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현재까지 아주 제한적인 진행 억제 효과를 보이는 몇 가지 약물 외에는 효과적인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신경과 김병조, 박진우 교수팀은 충분한 영양 공급만으로도 환자의 예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밝혔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신경과 김병조, 박진우 교수 연구팀은 인천로뎀병원 연구팀(유재국 원장, 김민석 연구원)과 함께 루게릭병 환자에서 충분한 영양 공급이 이루어지는 것이 질병 예후에 중요한 인자임을 규명했다. 그동안 루게릭병 환자들에서의 영양 공급이 예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가설은 있었지만 명확히 규명된 바는 없었다.

연구팀은 인천로뎀병원에 입원했던 루게릭병 환자들의 장기 추적 데이터를 이용하여 생존분석을 시행한 결과, 경구 식이 섭취를 할 수 없는 환자의 경우 경구 식이가 가능한 환자에 비해 사망위험비가 약 4.7배 증가하고 단위 시간당 체지방률의 증가 정도가 낮을수록 사망위험비가 약 4.9배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김병조 교수는 “이 연구는 루게릭병 환자들에서 영양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가설을 검증한 연구”라고 설명하며 “충분한 영양 공급과 함께 월 평균 체지방 변화율을 추적 관찰하는 것이 환자의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는 국제 저명 학술지인 Nutrients(SCI IF 5.717)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