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태료, 설치·운영비의 25% 불과”

권영세 의원, 환경부 자료 통해 지적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환경부가 시멘트 제조업체들의 질소산화물(NOx) 오염 방지시설 설치 자금을 대출해줬지만 정작 이 자금으로 SCR(선택적 촉매환원설비) 설비를 설치한 업체는 단 1곳도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과징금이 SCR 설치·운영비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업체 입장에선 과징금이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미세먼지 저감 책임이 있는 환경부가 시설 설치비 융자라는 요식행위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일 권영세 의원실을 통해 환경부에 요구해 입수한 ‘대기 전환 시설지원 사업’ 자료를 보면, 환경부는 미세먼지 배출을 효율적으로 줄이기 위해 올해 정부 예산에 국비 3000억원을 책정해 국내 9개 시멘트업체(13개 공장)에 저금리(분기별 변동금리·4분기 1.48%)로 융자금을 지원했다. 시멘트 제조업이 발전업(11만2219t)에 이어 국내 대기오염물질 발생 2위(6만3587t) 업종이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3000억원을 마련해 융자를 지원하게 된 것은 지난해 9월 감사원이 각 시멘트업체에 미세먼지 저감에 획기적인 효과가 있는 SCR을 설치·운영하도록 지적했기 때문이다. 이에 16곳의 시멘트 공장에서 총 1126억6800만원의 융자를 신청했고, 실제 13곳이 모두 1104억6800만원의 자금을 저리로 빌려갔다. 하지만 권영세 의원실이 이들 13개 공장(8개 기업)의 융자금 사용내역을 조사한 결과, 이 돈으로 SCR을 설치한 공장은 13개 공장 중 단 1곳도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 공장이 SCR을 짓지 않은 것은 비용 때문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내 시멘트업계가 SCR을 설치·운영할 경우 5년간 1조1394억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지만, 과징금은 3169억원에 불과하다. 때문에 이들 대부분은 SCR 설치 명분으로 빌려간 돈을 SNCR(선택적 비촉매 환원설비)를 짓는 데 썼다. 그러나 SNCR은 질소산화물 제거효율이 30~70%밖에 되지 않아 SCR(90%)에 비해 현격히 떨어진다. SNCR(50~80ppm) 저감한계도 SCR(20~40ppm)보다 두 배가량 낮다.

그러나 환경부의 현재 질소산화물 배출허용기준을 보면 SCR이 아닌 SNCR로도 기준을 통과할 수 있다. 현재 환경부 시멘트공장 질소산화물 배출허용기준은 사실상 270ppm로 독일(77ppm)이나 폐기물 소각처리 시설기준(50~70ppm) 대비 높다. 2015년 이후 준공된 시설에 대해선 질소산화물 배출허용기준을 80ppm으로 적용하고 있지만 2015년 이후 만들어진 시설은 한 곳도 없다. 이 때문에 시멘트공장 질소산화물 배출허용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 의원은 “질소산화물 배출기준이 270ppm인 상황에서 시멘트 공장들이 굳이 돈을 들여 SCR을 설치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융자사업이 제 목적에 따라 사용되는지 여부에 대한 환경부의 책임있는 정비와 시멘트 소성로의 질소산화물 배출기준도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