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용산 등 100억원대 거래 나와
압구정·반포서 아파트 신고가 계속
희소성 부각·똘똘한 한채 선호 맞물려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최근 초고가 주택 시장에서 역대급 기록이 쏟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공동주택 중 사상 최고가인 185억원에 매매된 사례가 등장했고, 6개월여 만에 25억원 뛴 가격에 이뤄진 거래도 포착됐다. 집값 급등 피로감과 금리 인상, 대출 규제 등으로 주택시장 전반에 매수세가 위축된 가운데서도 현금부자들의 ‘똘똘한 한 채’ 마련은 계속되는 모습이다.
2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소재 고가 연립주택인 ‘트라움하우스5차’ 273㎡(이하 전용면적)는 지난달 16일 185억원에 거래됐다. 이는 실거래 가격이 공개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공동주택(아파트·다세대·연립주택) 중에선 역대 최고가다.
이 연립주택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5년간 전국 공시가격 1위 자리에 올랐던 주택이다. 초고가인 만큼 입주를 시작한 2003년 이후 18년간 단 8건밖에 거래되지 않았다. 총 3개동, 18가구로 구성돼 있으며, 진도 7 이상의 지진에 견딜 수 있는 지하 방공호가 마련된 주거시설로도 이름을 알렸다.
비강남권에서도 초고가 거래가 이어졌다. 용산구 한남동 ‘파르크한남’ 268㎡는 지난달 9일 108억원에 손바뀜했다. 지난 8월 같은 주택형이 100억원에 매매됐는데, 한 달 만에 8억원 오른 가격에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같은 달 인근의 ‘한남더힐’ 208㎡도 직전 최고가보다 8억원 오른 68억원에 팔렸다. 성동구 성수동1가에선 지난달 29일 ‘갤러리아포레’ 241㎡의 매매가격이 84억5000만원을 찍었다. 같은 주택형이 지난 3월 59억5000만원에 거래된 후 그 가격이 6개월여 만에 25억원 뛰었다.
강남권 고가 아파트 시장도 달아올랐다. 압구정동 ‘한양8차’(210㎡·72억원), ‘현대2차’(160㎡·58억원), 반포동 ‘반포자이’(244㎡·58억원, 216㎡·55억원), ‘아크로리버파크’(129㎡·53억원, 112㎡·50억원) 등이 모두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압구정동은 지난 4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며 실거주 가능한 매물만 거래 가능한데, 유통 매물이 줄고 희소성이 부각되면서 신고가 거래가 쏟아지고 있다는 게 일대 공인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아닌 반포동 등에선 여전히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바탕으로 한 ‘갭투자’가 가능해 해당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부터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과 매매거래량이 줄어드는 등 주택시장이 위축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서도 초고가 주택 시장은 나홀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에 더해 정부 규제로 인한 ‘똘똘한 한 채’ 선호, 초고가 주택의 희소성이 부각된 상황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현금보유량이 많은 현금부자는 대출 규제에 따른 심리적 타격이 작다”면서 “희소성이 있는 데다 장기간 가격 상승이 기대되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는 계속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대출 규제에 더해 기준금리가 한 차례 더 인상되면 자산의 양극화는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