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이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넷플릭스 사상 가장 많은 1억4천만명 이상의 시청자가 본 드라마로 기록되기도 했다. 이런 인기의 비결에 대해 ‘한국사회의 절망을 표현하였다’, ‘인간의 근본적인 이기심을 보았다’, ‘결국 휴머니즘이 승리한다’, ‘스토리가 있는 게임과 폭력’ 등 실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회에서 패배자로 힘없고 빈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며, 힘든 극한 상황에서 이들은 자신들의 목숨을 담보로 거액의 돈을 쫓는 극단적 상황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이것과는 대조적으로 오징어 게임을 관망하는 화려한 VIP들은 누군가가 목숨을 걸고 하는 게임을 오로지 재미와 탐욕의 수단으로만 취급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부러울 것 없이 많은 돈을 가진 사람들은 인생의 목표나 재미, 즐거움이 없어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가며 급기야 생존 게임을 ‘재미’로 즐기게 된다. 사실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남 부러울 것 없는 사람들이 삶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여 쾌락과 향락에 빠지거나 우울한 경우들을 자주 보게 된다.
‘성공우울증’이라는 것이 있다. 한가지 목표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어렵게 남들이 부러워하는 성공을 드디어 어렵게 이루었는데, 정작 그 사람 자신은 오히려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를 말한다. 좋은 대학에 입학하거나고 나서 혹은 좋은 직장에서 임원이 된 이후가 되었거나, 또는 많은 돈을 번 후에 오히려 그 사람은 활력을 잃고 의욕을 상실하며 우울증을 겪는 경우들이 있다. 그렇다면 왜 성공의 기쁨은 짧고, 그 이후엔 쉽게 무료함과 우울함을 느끼게 되는 것일까? 우리는 어떤 목표가 있으면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정진하게 되고, 그런 경우에는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결과로 인하여 지속적인 보상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막상 원하던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더 이상 이런 보상을 얻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즐거움이나 쾌락을 느끼기 어렵다.
인간이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새로운 자극이나 보상이 필요하다. 새로운 자극을 받으면 뇌에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동기, 의욕, 기분, 활력 등과 관련이 있다. 많은 것을 성취한 사람들 중에 더 이상 이룰 목표가 없는 사람들은 목표를 달성하였기에 더 이상 새로운 자극도 없고, 보상이 없으니 도파민이 분비되기 어렵다. 그러니 더 극단적인 자극, 더 센 자극이 있어야만 생활에서 활력을 찾을 수 있다. 오징어게임 속 VIP들도 사람 목숨을 걸고 하는 극단적 게임에 이르며 이를 통해 생의 활력과 기쁨, 짜릿함을 맛 보고자 한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하는 목표를 이룬 이후에 느끼는 무료함보다는 목표를 위해 가는 과정에서, 혹은 일상 속 작은 즐거움에서 느끼는 행복감이 아닐까? 큰 성공의 경험이 아니더라도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뭔가 새로움을 찾아 지속적으로 뇌에서 도파민을 분비 시켜야만 재미나 행복을 느낄 수 있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아파트가격, 취업의 어려움 등으로 현실 생활 자체가 힘든 오늘 날 수많은 젊은 사람들에게 이런 말은 사치로 들릴 수도 있을테지만. 오늘부터라도 일상 속에서 작은 목표들을 세워보고 소소한 즐거움들을 찾는 노력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