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과 포용 기반 ‘뉴 노멀’ 제시 김영교 “미지의 영역, 사용자 리서치가 중요” 김혜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접근성 선행” 김종민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제너럴리스트”

(왼쪽부터) 김종민 구글 시니어 UX엔지니어, 소종윤 구글-유튜브 UX 아트디렉터, 김영교 리프트 책임디자이너가 화상으로 라운드 테이블 Talk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디지털전환을 향한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14일 서울 세빛섬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2021’에서는 디지털 세상에서 펼쳐질 디자인의 역할과 방향에 대한 고민의 장이 펼쳐졌다.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사용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소외된 사람 없이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사용자 목소리 경청해야=김영교 리프트 자율주행팀 UX 책임디자이너는 세상에 없는 혁신적인 경험들이 생겨나는 미래에서 ‘사용자 리서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디자이너는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에서의 디자인이 성공하려면 사용자들이 무엇을 기대하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하는지 기준점을 삼을 리서치가 필요하다”면서 이용자의 ‘멘탈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묻고 그 선로들을 기록하면 트렌드와 데이터가 눈에 보인다”면서 “데이터가 눈에 보이면 사용자경험(UX)에서 어떤 게 주기능이고 부기능인지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우리가 맡은 디자인은 ‘블루 스카이’, 즉 백지 상태인 프로젝트가 더 많아질텐데 사용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성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리서치 단계와 디자인이 충돌할 때 어떤 것을 중요시 해야 하냐는 패널의 질문에 김 디자이너는 “리서치의 결과값은 디자이너에게 정답을 내려준다기보다 일종의 방향 제시”라며 “디자인에 얽매이지 않고 피드백에 따라 디자인을 바꿀 수도 있는 유연함을 가져야 한다”고 답했다.

▶디자인, 다양한 접근성 필요해=김혜일 링키지랩 접근성팀장은 디자인 단계에서 다양한 접근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분야에서 접근성이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르는 말이다. 장애인이 사용할 수 없는 서비스라면 접근성이 좋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접근성 개선으로 마련된 모바일, 웹 환경이 비장애인들에게 큰 도움을 준 사례도 소개했다. 휴대폰에서 어두운 화면에 밝은 글씨인 ‘고대비테마(다크모드)’는 저시력장애인을 위해 마련됐지만 눈부심을 줄여줘 비장애인들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김 팀장은 인공지능(AI)과 스마트시스템 개인화로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팀장은 다만 “키오스크로 비대면 결제가 확산되면서 장애인들은 오히려 소통이 어려워졌다. 키오스크가 AI, 로봇 등으로 바뀐다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디지털 기술 개발 때 장애인도 사용자에 포함시키는 인식이 커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제너럴리스트=김종민 시니어 UX엔지니어는 구글에서 디자이너와 개발자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그는 “예전에는 디자인과 개발을 같이 한다고 하면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지금은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를 원하는 세상으로 바뀌었다”면서 “미래 시대에는 디자인과 코딩을 동시에 이해하는 세대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누구도 예측할 수 없지만, 툴과 환경이 아무리 바뀌어도 디자인의 주는 본질적 가치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자이너는 세상을 이롭게 하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가치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제는 디자이너도 한우물을 파는 사람보다, 전체 그림을 보고 좀 더 많은 것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제너럴리스트가 필요한 세상”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피로감으로 작은 세계 추구=소종윤 구글 유튜브 아트 디렉터는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없는 디지털세상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피로감을 느끼게 하면서 관심사와 목적이 비슷한 사람들이 작은 세계로 모여드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현재의 플랫폼으로는 미래 시대에 자신의 생각과 문제를 드러내는 데 한계를 느낄 것”이라며 “메타버스 같은 복잡하고 새로운 기술이 미래의 주류로 떠오르고 사람들이 왜 열광하는지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지속가능한 디자이너의 모습을 묻는 질문에 그는 “무한한 호기심과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며 “내 생각을 강요하지 않고 다양한 시점에서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라고 답했다.

▶휴식· 영감· 따뜻함 주는 디자인=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라는 주제로 이날 강연을 한 전상현 에르메스 아트 디렉터 역시 생각의 유연성을 강조했다. 그는 “어제(즉 아는 것)가 죽어야 오늘이 있고, 매순간 죽어야 매순간 살 수 있다. 시간이 가면 나도 뭔가 달라지겠지 해서는 결코 달라지지 않는다. 당장, 즉각적이어야만 달라질 수 있다”는 인도의 사상가 지두 크리슈나무르티의 책을 인용하며 변화는 자신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어떠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야말로 아트 디렉터로서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보람”이라며 “디자이너로서 세상을 위해 휴식, 영감, 마음 따듯한 유머와 감동을 주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한희라·신주희·주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