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버려진 ‘이것’…신기술 만나 ‘반려 화분’ 되다 
버려진 어망과 조개껍데기로 만든 화분. [포어시스 제공]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회색빛이 감도는 베이지 색상의 화분에 도톰한 진녹색 잎을 내민 커피 나무가 가지런히 앉아 있다. 언뜻 보면 다른 화분과 구별되게 남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 화분은 ‘푸른바다 화분’이라는 이름답게 특별하다. 화분의 소재 선정부터 제작의 모든 과정 그 중심에 ‘바다와의 공존’이라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푸른바다 화분은 다이버들이 제주 바다에 뛰어들어 건져 올린 쓰레기인 ‘폐어구’와 ‘조개껍데기’로 만들어졌다. 염분이 있는 해양폐기물을 화분의 재료로 만들기 위해선 세척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단 한 번도 화학 약품이 쓰이지 않았다. 해양쓰레기 솔루션기업 ‘포어시스’가 초음파로 해양쓰레기를 깨끗이 씻는 공정을 개발한 덕분이다.

“해양쓰레기가 어디에서 얼마나 발생하고 어떻게 효율적으로 수거돼 새로운 가치를 가지게 되는지의 모든 과정에 관심이 있어요. 해양쓰레기는 해양생태계뿐만 아니라 인간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전 지구적인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신동조 포어시스 전략기획팀장은 6일 헤럴드경제 전화인터뷰에서 “어떤 연구와 사업이 해양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고려하며 기술 전략 개발 로드맵을 작성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포어시스와 비영리단체 ‘디프다제주’, 소셜벤처 ‘트리플래닛’이 힘을 합쳐 진행하는 푸른바다 화분 펀딩 프로젝트는 네이버 해피빈 플랫폼을 통해 10월 한 달간 진행된다. 펀딩은 오픈 닷새 만에 목표금액의 500%를 달성했다. 

어업 쓰레기, 매년 800만t 바다로…“인간 위협할 정도”

바다 버려진 ‘이것’…신기술 만나 ‘반려 화분’ 되다 
제주 바닷속에서 발견된 폐어망. [디프다제주 제공]

2017년 설립된 포어시스에는 토목공학, 조선해양공학, 생명정보공학, 응용역학 등을 전공한 석·박사 연구원이 다수 배치돼 있다. 바다 밑에 가라앉았거나 해안가에 널브러져 있는 해양쓰레기의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서다. 신 팀장은 “무분별하게 바다의 자원을 이용하는 인간 활동으로 인해 바다의 한계점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며 “사람들이 많이 살고 다니는 육지와 비교해 바다는 그동안 보호를 위한 관심이 적었다”고 설명했다.

“지구 표면의 71%를 차지하는 바다는 지구 산소의 75%를 공급해요. 그리고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죠. 그런데 육지에서 인간이 사용하다 버린 쓰레기와 바다를 이용하는 어업활동으로 인한 쓰레기는 해마다 800만t씩 바다로 흘러들어가 해양생물을 위기에 빠트리고 있어요. 더 나아가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고요.”

세계 연간 참치 어획량이 약 500만t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참치를 잡아낸 공간에 그 이상의 쓰레기가 채워지고 있다. 특히 해양쓰레기가 잘게 쪼개지면서 만들어진 5㎜ 미만의 미세플라스틱은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의 몸에까지 침투했다. 2016년 해수부 용역으로 우리가 즐겨 먹는 어류 6종에 대해 미세플라스틱이 있는지를 조사한 결과, 모든 어종에서 검출됐다. 평균적으로 어른 한 명이 일주일간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 양은 신용카드 1장 무게인 5g가량으로 추산될 정도다.

화분이 된 폐어구와 조개껍데기

바다 버려진 ‘이것’…신기술 만나 ‘반려 화분’ 되다 
잘게 분해한 조개껍데기. [포어시스 제공]

바다에서 벌어지는 참극을 막기 위한 포어시스의 고민은 푸른바다 화분 펀딩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신 팀장은 “염분과 오염 문제로 전처리가 꼭 필요한 해양쓰레기는 육상쓰레기와 달리, 재활용 자체가 쉽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무엇보다도 환경에 대한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는 기업이 얼마든지 돈을 벌고 높은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바다에서 해양쓰레기를 건져 올리는 변수빈 디프다제주 대표도 “항상 수거하는 해양쓰레기 대부분이 재활용되지 못해서 허탈함을 많이 느껴왔다”며 “그래서 (푸른바다 화분 프로젝트) 제안이 왔을 때 주운 해양쓰레기를 다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동기를 가질 수 있었다”고 답했다.

포어시스는 디프다제주의 다이버들이 바닷속에서 수거한 폐어망과 조개껍데기를 화학 약품 없이 초음파로 세척하는 공정에 적용했다. 아울러 포어시스는 세척된 폐어망과 조개껍데기를 업사이클링 재료로 다시 가공하는 공정 없이 분쇄 후 바로 배합해 친환경 콘크리트를 만들었다. 콘크리트로 만든 화분 하나에는 버려진 조개껍데기 8~11개 정도 포함돼 있다.

신 팀장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 번번이 의심과 고민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며 “그런데 임원, 신입 직원 할 것 없이 많은 사람이 머리를 맞대며 회의실에서 수작업으로 콘크리트를 배합하고 실리콘 몰드에 부어서 굳히는 과정을 수없이 거치다 보니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포어시스는 친환경 콘크리트로 화분뿐만 아니라 해저 바닥에서 수상 태양광이 떠내려가지 않게 잡아주는 무게추(앵커)를 만드는 방법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