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건축·디자인·아트 결합한 ‘POS’
럭셔리 기업에 ‘지속가능한 광고’ 환기
브라우징·이메일·소셜미디어도 탄소 배출
광고계 기후위기 맞춰 마케팅 습관 바꿔야
“광고 역시 기후위기라는 새로운 표준에 적응해야 한다. 우리는 계속해서 광고의 ‘지속가능성’을 환기시킬 것이다.”
‘친환경(Eco)’을 모토로 업계 새 바람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디자이너 제프리 러들로는 세계를 멈춰 세운 코로나 19 팬데믹 못지 않게 기후변화가 세계적 재앙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그는 오는 10월14일 열리는 헤럴드디자인포럼2021에서 기후 위기 시대 광고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건축을 전공한 제프리 러들로는 네덜란드 로테르담 기반의 건축 설계 사무소 OMA와 디자인 스튜디오 BMD(Bruce Mau Design) 등에서 작업 경력을 통해 드로잉과 디자인을 통한 의사소통에 강점을 키웠다. 그가 운영하는 POS 역시 건축과 그래픽 디자인을 골자로 다수의 학문 분야를 결합한 ‘학제간 연구(interdisciplinary)’형 디자인이 모토다. 콜롬비아와 미국 문화가 결합된 다중언어와 다중문화 환경에서 자란 영향이 작품 스타일에도 반영됐다는 평이다.
‘환경’은 POS가 시도한 학제간 연구 디자인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다. 그는 “환경·건축·디자인·아트에 정체성을 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POS를 시작했다”며 “과거와는 다른 우리만의 아젠다를 가진 독립적 스튜디오를 구축한 것은 건축과 그래픽 디자인을 결합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한다.
그와 POS의 최근 작업엔 보다 직접적인 친환경 프로젝트가 포진해 있다. 지속가능한 램프 회사를 표방하는 ‘PET Lamp’의 브랜드 정체성 작업과 웹사이트가 대표적이다. PET 램프는 콜롬비아·칠레·가나·태국 등 다국적 현지 생산자와 파트너를 맺고, 전통적이고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램프 갓을 생산한다.
그가 추구하는 환경 프로젝트는 단순히 친환경 기업과의 협업에 그치지 않는다. 제프리 러들로는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다수의 광고들이 오염물질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키며 광고 업계 전반의 변화도 유도하고 있다.
그는 온라인과 미디어 환경을 활용해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광고들조차 탄소발자국을 남긴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우리는 더 많은 온라인 광고로의 전환을 보게 되겠지만, 그조차도 에너지 소비에 있어서 중립적이지는 않다”며 “브라우징·이메일·소셜미디어·문자 메시지 등도 모두 탄소 발자국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광고계가 환경이라는 주제를 간과하지 않고 주목할 수 있도록 환기하는 것이 POS의 목표 중 하나”라고도 덧붙였다.
최근 건물과 옥외광고에 활용되고 있는 대형 디스플레이 광고인 사이니지(Signage) 역시 마찬가지다. 탄소발자국 측면에서 사이니지 광고 역시 일종의 공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게 그의 시선이다. 그는 “건물 사이니지와 OOH(Out-of-Home) 사이니지 모두가 어떻게 오염 물질을 발생시키는지 설명하고 무분별한 접근 방식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광고가 방출하는 에너지와 피해를 상쇄하는 방안을 연구해야 하고, 세금을 통해 광고와 광고주의 수를 제한하는 접근도 고려해봐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가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광고는 단순히 광고계 변방의 흐름은 아니다. 그는 최근 밀레니얼 세대나 Z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업계의 변화가 전방위적인 현상이라고 말한다. 윤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새로운 고객층을 위해 글로벌 브랜드와 명품 브랜드 역시 변화하고 있는데 주목한다.
그는 “럭셔리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 밀레니얼 세대나 Z세대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지속 가능성과 윤리에 대해 매우 우려하는 소비층을 고려하자고 설득하는 일은 결코 어렵지 않다”고 강조했다.
“우리에게는 무엇보다 마케팅 습관을 바꾸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 업계가 코로나 판데믹 이후의 환경에 적응했듯 기후위기에 적응해야 할 때죠.” 광고를 공해라고 역설하는 그가 던지는 묵직한 경고다. 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