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페이스의 최소화 추세 가속
마치 ‘블랙박스’처럼 변화할 것
미적 감각 앞세운 디자인의 종말
기술에 대한 이해 있어야 우위 가능
새로운 기술 ‘소프트랜딩’ 고민해야
B급 감성·복학생 이미지로 친밀감
‘배민다움’ 다양한 문화콘텐츠 확장
“30년 전만해도 텔레비전을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안테나랑 다이얼 등 입력 장치가 필요했어요. 그런데 이젠 텔레비전은 심플한 까만 상자가 돼버렸죠. 다이얼을 어떤 모양으로 만들까 고민하던 디자이너들은 시대가 바뀌면서 무슨 고민을 했을까요? 인공지능(AI) 시대에서 인터페이스를 디자인 하는 사람들도 이와 같은 고민을 할 겁니다.”
‘헤럴드디자인포럼2021’에서 ‘AI 시대의 인터페이스’란 주제로 강연하는 배달의민족 김용훈 우아한형제들 CPO(최고제품책임자)는 AI 시대, 즉 기계가 인간을 이해하고 최적화된 기능을 제공하는 시대에선 디자인이라는 언어가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고민해야 한다고 화두를 던졌다.
디자인은 기계와 인간과의 소통을 가능케 하는 언어와 같다는 게 김용훈 CPO의 생각이다. 이런 의미에서 AI 시대의 상품의 디자인은 ‘블랙박스’처럼 변화될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기계가 고도화되면 디자인된 인터페이스를 거치지 않고도 사람이 원하는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휴대폰 앱을 실행해 검색을 하지 않아도 고객이 먹고 싶은 음식을 정확하게 제안할 수 있다면 다른 복잡한 인터페이스가 필요 없을 수 있다. 이는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하는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입지가 좁아지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김용훈 CPO는 “디자이너에게 지금과는 다른 역할이 요구될 수도 있다”는 얘기라며, “단순히 미적 감각만을 가지고 디자인을 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디자이너는 개발자와 협업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이다. 기술 기반의 사회로 변화하는 과정 속에서 ‘기술’을 제대로 이해해야 디자이너가 기술 위에 설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뉴노멀 시대의 디자인은 새로운 시대로의 ‘소프트랜딩’을 돕는 역할을 해야한다.
그는 “디자인이 어떻게 우리를 새로운 시대로 이끌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과거와의 연속성을 가지면서도 미래의 새로운 시작을 만들어내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터넷과 모바일의 발달로 수많은 IT 플랫폼 기업들이 생겨났지만 성공한 플랫폼 기업들의 DNA에는 디자인이 심어져 있다. 가령 카카오의 강렬한 노란색과 ‘라이언’, 배달의민족의 청량한 민트색과 ‘배달이’의 디자인은 기술이 전달하려는 기능을 이용자들에게 친숙한 언어로 전달한다. 또한 기능과 하나된 디자인은 변화하는 환경을 빠르게 수용한다.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의민족 어플리케이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소비가 늘어나자 단순히 라이더들과 음식점, 손님을 이어주는 플랫폼에서 생활필수품, 쇼핑 등이 가능한 공간으로 재구성됐다.
김용훈 CPO는“예전에는 배민 앱 첫 시행 화면에서 음식만 먼저 선택할 수 있게 디자인 되어 있었다면 지금은 비마트, 쇼핑라이브 등 다양한 기능들을 소개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디자인은 플랫폼 기업의 기능을 수행하는 매체일 뿐 아니라 기업이 추구하는 문화를 확장하고 전파하는 그릇이기도 하다.이런 맥락에서 배민은 수년 전부터 디자인에 스며있는 ‘배민다움’을 문화 콘텐츠로 확장해왔다. 배민은 지난 2019년에는 웹툰 서비스 ‘만화경’을 출시했고, 유튜브 채널에도 꾸준히 인디 가수들의 음악을 올리는 등 문화 산업의 경계를 넓혀왔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런 활동들이 일상생활에서 이용자들이 배민을 더욱 친숙하게 느끼는 데 도움이 되고, 나아가 기업 가치를 전달하는 좋은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김용훈 CPO는 “김봉진 대표 역시 원래는 디자이너였으며 배민이 디자인 회사이길 바랬다”고 했다. 이는 조직의 일하는 방식과 조직 구조에 녹아있다. 배민이 디자이너들의 롤 모델이기도 한 이유다.
신주희 기자, 사진=이상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