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잘먹고 #윌라 들으며 #걷기”
배우 김혜수가 최근 자신의 SNS에 남긴 문구다. 사진 속 김혜수는 검은색 운동복 차림에 흰 운동화를 신고 걷기 운동하는 뒷모습을 남겼다. 김혜수는 평소 걷기 운동을 통해 건강과 미용을 관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제5회 정관장 심나는 걷기대회’에 참석해걷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배우 고현정도 매일 2시간 30분씩 절친 매니저들과 한강 주변을 걸으면서 건강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여러 인터뷰를 통해서도 다이어트 비법으로 ‘걷기’를 비결로 꼽았다.
유명인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도 걷기 운동을 생활 속 건강 관리법으로 즐겨 실천하고 있다. 큰 비용이 들어가지 않고 손쉽게 운동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이다. 걷기 운동은 과학적으로도 실제 어떤 효과가 있을까.
우울증 해소부터 골다공증 예방까지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학 연구팀은 걷기가 우울증을 완화해준다는 사실을 밝혔다. 항우울제를 복용하거나 정규적인 운동을 하지 않는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30분만 러닝머신에서 좀 바쁜 걸음으로 걸어도 흡연이나 카페인 섭취 혹은 과식 후에 기대되는 우울증 완화에 상응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미국 오레곤 보건과학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적당한 운동은 혈액순환을 증가시키고 심장의 활동을 강화해 심장의 기능을 개선한다. 꾸준한 걷기 운동을 통해 심장마비의 위험을 37% 정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걸으면서 체내 지방이 연소하면서 혈액순환이 원활해지기 때문이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12주간 걷기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평균 주 2∼3회 이상 약 12㎞를 걸었을 때 체질량지수(BMI)는 평균 0.23㎏/㎡(최대 3.3㎏/㎡), 복부비만도를 나타내는 허리둘레는 평균 1.5㎝ 감소했다고 밝혔다.
미국 피츠버그 대학교 심리학과의 커크 에릭슨 박사에 따르면 1년 동안 활발한 걷기 운동을 하면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를 키울 수 있고, 기억 기능 개선 및 위축 단계에서도 다시 건강한 뇌로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함께 골다공증 예방 효과도 있다. 칼슘 보충제를 충분하게 복용한다 해도 근육을 사용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으면 먹은 효과를 볼 수 없다.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로 꾸준히 걸으면 다리와 허리의 근력이 증대되고 뼈의 밀도가 유지되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스포츠의학 연구소에 따르면 일정 속도의 걷기 운동을 할 때 팔운동을 추가하면 55% 정도의 에너지 소비율도 증가한다고 보고됐다.
걷기 운동은 무조건 하루 1만보 이상?
하루 동안 어느 정도 걸어야 운동 효과가 있을까. 통상 하루 1만보 걷기를 권하는 경우가 많지만 여기에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버드대 보건대학원의 2019년 논문에 따르면 하루 4400보를 걷는 70대 여성은 2700보 이하를 걷는 같은 연령대 여성보다 조기사망 위험이 40% 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자 중 5000보 이상을 걷는 이들의 조기사망 위험은 계속 떨어졌으나 그 건강증진 추세는 7500보에서 정점을 찍었다. 이 이상의 1만보까지 걷는다고 해서 건강 이익이 계속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의학협회 저널 네트워크(JAMA Network)에 2020년 3월 게재된 더 광범위한 논문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하루 1만보는 장수의 조건이 아니라 8000보 정도를 걷는 사람이 4000보를 걷는 사람보다 심장질환 등의 사망 위험이 절반이라는 분석이다.
나아가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하루 1만보 목표는 일본에서 유래한 미신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일본에서 1964년 도쿄 올림픽이 끝난 뒤 건강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자 이에 편승해 이익을 보려는 업체가 ‘만보계’라는 걸음 계측기를 만든 것이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만보계에서 1만을 뜻하는 ‘만(万)’ 자가 사람이 걷는 모습과 흡사해 판매촉진 차원에서 만보 걷기를 홍보했을 뿐 특별한 과학적 의미는 없다고 지적했다.
아이민 리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박사는 “쇼핑이나 집안일 등으로 매일 5000보 정도를 걷고 여기에 2000∼3000보(1.6∼2.4㎞) 정도를 더 걷는다면 최적점인 하루 7000∼8000보를 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